대내외 리스크 잇따라 투자환경 악화…실적 급감순익 기준 그룹 내 이익기여도 감소…효자 노릇 못해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브로커리지 지표 둔화금리 상승으로 채권 평가 손실…트레이딩 손익 부진
  • ▲ 4대 금융지주 증권사 당기순이익 기여도 추이 ⓒ각 사 실적발표 자료(단위: 억 원)
    ▲ 4대 금융지주 증권사 당기순이익 기여도 추이 ⓒ각 사 실적발표 자료(단위: 억 원)
    국내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올해 1분기 급락한 잠정실적을 잇달아 발표한 가운데 지주사 순이익 기여도 또한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 분기 NH농협그룹의 순이익 중 40%가량을 책임지며 그룹 이익 체력을 유지하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NH투자증권의 경우 올해 1분기는 20%도 미치지 못하는 순익 기여도를 기록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KB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 등 4대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는 올 1분기 급락한 영업실적을 발표했다. 

    이 중 NH투자증권은 연결 기준 1분기 당기순이익이 102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0.2%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1618억원으로 같은 기간 56.8% 줄었다.

    실적 하락은 지주사 순이익 기여도 감소로 이어졌다. 올해 1분기 NH투자증권의 지주사 순익 기여도는 17.2%로 전년(42.6%)보다 25.4%포인트 감소했다. 1년 만에 순이익 기여도가 절반 아래로 감소한 셈이다. 

    회사 측은 지정학적 이슈 및 금리인상 등에 따른 국내외 투자환경 악화가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특히 브로커리지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46.9% 하락한 가운데 해외 채권 관련 대규모 손실 발생이 실적 부진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회사의 운용손익 및 이자수지는 8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3.6% 감소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본시장 변동성 확대로 연결 기준 운용손익 및 영업외이익이 추정치 대비 부진했다”라며 “FICC(채권·외환·파생상품) 중 일부 부문은 선방했으나 금리 상승에 따라 외화채권 중심으로 채권운용 실적이 부진했다”라고 설명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에서 확인할 수 있듯 과거 대비 실적의 시황 민감도가 높아졌다”라며 “4월 이후 금리가 추가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채권 관련 추가 손실이 2분기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금리 상승에 따른 실적 하락 직격탄을 맞은 것은 NH투자증권뿐만이 아니다. KB·신한·하나금융지주가 일제히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낼 동안 KB증권·신한금융투자·하나금융투자 등 지주계열 증권사들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KB증권은 올 1분기 전년 대비 47.9% 감소한 115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모회사인 KB금융지주가 같은 기간 1조4531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리딩 뱅크’ 지위를 수성하는 동안 실적이 반 토막 난 것이다. 

    이에 따라 KB증권의 지주사 순익 기여도는 8.0%로 전년(17.5%)보다 9.5%포인트 줄었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1분기 전년보다 37.8% 감소한 104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지주는 1조4004억원을 거두면서 신한금융투자의 지주사 순익 기여도는 전년(14.1%) 대비 6.6%포인트 감소한 7.5%를 기록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전년 대비 12.8% 줄어든 119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는 9022억원을 거뒀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투자의 지주사 순익 기여도는 전년(16.3%) 대비 3.1%포인트 줄어든 13.2%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증권사 수익성 악화 원인으로 연초 이후 본격화된 금리 인상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를 꼽는다. 

    이홍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금리 상승으로 채권 평가손실 영향이 크게 확대되면서 트레이딩 관련 손익이 부진했다”라며 “업황이 바닥에 가깝다고 볼 수 있으나, 단기간 내에 유의미하게 반등할 여지는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거래대금 위축과 시장금리 급등 등 비우호적 업종환경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전년 동기 대비 감익 기조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