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반영하면 사실상 '두 자릿수' 인상구인난 허덕이는 중소기업, 상대적 박탈감 호소대기업-중소기업 임금 격차 2.4배… 사회적 갈등 원인
  • 삼성전자가 올해 9% 임금 인상을 전격 결정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대적으로 임금 인상 여력이 적은 중소기업의 부담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일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올해 전 사원의 평균 임금 인상률을 9%로 결정했다

    평균 임금 인상률은 전체 직원에게 지급하는 총연봉 재원의 증가율로, 기본인상률에 개인 고과별 인상률을 더해 정해진다. 이는 최근 10년 내 최대 인상률이었던 지난해 7.5%보다 1.5%p 높은 수준이다.

    이번 합의로 직원별로 개별 고과에 따라서는 임금이 최대 16.5% 오르게 되며, 대졸 신입사원의 첫 해 연봉도 5150만원 수준으로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임금 인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더 버어질 전망이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인력 난과 임금 부담은 한층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기업 및 정규직 중심으로 생산성을 초과하는 고율 임금인상에서 비롯된 임금 격차가 일자리 미스매치를 유발하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을 대상으로 대·중소기업 임금의 상대적 수준을 비교(2018년, 대기업 임금=100 가정 시 중소기업 임금)한 결과 EU는 75.7, 일본은 68.3, 한국은 59.8로 한국의 임금 격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2년(한국 70.4, 일본 64.2, EU 74.7)과 비교하면 한국만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최근의 연봉 치킨게임을 반영하면 그 격차는 더욱 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일부 직원들은 오히려 임금인상률이 '두 자릿수'를 나타내지 못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가입률 4%에 불과한 노조는 '노사협의회를 통한 임금인상률 결정은 불법'이라며 사측을 고발한다는 계획이다. 노조 측은 대부분 직원에 적용되는 임금인상률은 5%에 그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본 인상률이 5%이지만 대졸 사원(CL2 직급)의 경우 평균 인상률이 12%에 달하고 상위 고과 등급을 받는 일부 직원의 경우 15% 이상의 인상률을 적용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삼성전자는 지난해 7.5%의 연봉 인상을 단행했지만 성과급 등이 반영되면서 실제 평균 연봉은 13.4% 올랐다. 임원을 제외한 일반 직원들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3500만원으로 올해도 인센티브 등을 반영할 경우 실질적인 연봉 상승률은 두 자릿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노동시장 양극화가 더욱 심각해진 상황임에도 대기업 노조는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연공형 임금체계와 노조 프리미엄의 영향으로 생산성을 초과하는 대기업의 높은 임금인상이 누적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