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오래된 층별 구성 버리고 '재구축' 잰걸음공간의 변화 통한 새로운 고객 경험 추구집약적 구성 전환… 쇼핑 넘어 공간 향유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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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점이 변화의 한 가운데 있다. MD 구성부터 배치까지 기존의 고정관념을 탈피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백화점 3사가 택한 리뉴얼은 공간의 변화다. 체험형 매장과 식당가, 식품 코너 등을 재정비해 고객 유인 요소를 늘리고 색다른 브랜드를 입점해 차별성을 강화한다. 쇼핑을 넘어 문화와 공간의 향유를 통해 소비자들의 경험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변화의 불길을 당긴 것은 현대백화점의 ‘더현대 서울’이다. 대기 1700팀으로 화제가 됐던 박재범의 원소주 팝업스토어, SNS·이모티콘 대세인 잔망루피 팝업스토어, 초대형 곰 풍선 ‘베어 벌룬’ 전시 등 MZ세대들의 흥미를 끌만한 콘텐츠들로 매장을 채우고 있다.

    더현대서울은 빽빽하게 들어선 매장과 럭셔리 브랜드 위주였던 기존 관념 대신 ‘화제가 되는 공간’으로 타깃을 잡았다. 온라인에서 인기가 많았던 패션 브랜드들의 오프라인 점포를 입점시키며 새로운 고객 경험을 확대했다.

    화제는 소비자들을 불러 모았고 이는 곧 매출로 이어졌다. 실제로 더현대서울의 매출은 10㎞ 이상 광역상권에서 절반 이상이 발생하며, 이 중 75%가 30대 이하 고객들이다. 일부러 더현대 서울을 찾아오는 MZ세대가 많다는 의미다. 이 같은 전략을 통해 더현대서울은 이른바 ‘3대 명품’ 없이도 개점 1년 1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현대백화점은 판교점 유플렉스관 4층을 전면 리뉴얼했다. 모델은 더현대서울 지하 2층의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였다. 패션 브랜드 매장을 벽 쪽으로 밀고 중앙에는 액세서리와 굿즈 매장을 마련했다. 이밖에 압구정 본점과 무역센터점 등 6개 매장도 더현대 서울과 같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뉴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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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백화점도 대규모 투자를 통한 리뉴얼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롯데가 최근 발표한 5개년 투자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4년까지 투입되는 금액은 2조3791억원에 달한다. 올해 4376억원을 투자하며 내년과 내후년에 총 1조9415억원을 투입한다.

    리뉴얼의 첫 단추는 소공동 본점이다. 앞서 2019년부터 시작한 소공동 본점 리뉴얼을 올해 말까지 마무리한다.

    소공동 본점은 백화점의 강점인 명품 경쟁력에 집중하고 있다. 식품과 로드샵 위주였던 지하 1층은 면적을 두 배 이상 늘리고 니치 퍼퓸 브랜드를 채워 넣었다. ‘딥디크’, ‘조말론’ 등 유명 브랜드부터 ‘르 라보’, ‘구딸 파리’ 등 MZ 세대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8개 브랜드도 새롭게 추가됐다.

    매력적인 장소가 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은 전체 면적의 절반 이상을 예술과 문화, 식음료로 채웠다. 매장에는 100여점의 예술 작품들이 걸려있다. 단순이 쇼핑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몰링’으로 소비자 경험을 전환하기 위함이다.

    잠실점의 경우 롯데월드 재개발 계획과 궤를 함께하고 있는 만큼 쇼핑과 더불어 오락, 숙박 등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체류형 복합공간으로의 변화가 예상된다. 앞서 롯데그룹은 지난 4월 1989년 개장한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지 리뉴얼을 위한 마스터플랜 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강남점 역시 변화의 기점이자 물러설 수 없는 전진기지다. 인근 신세계 강남점과 현대백화점 본점에 맞서기 위해 가장 큰 변화가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이에 롯데백화점 MD 1·2본부 230여명은 최근 사무실을 아예 서울 강남 삼성역 인근 공유 오피스로 옮겼다. 트렌드를 발 빠르게 파악해 고급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리브랜딩 계획을 세우고 강남점, 인천점, 동탄점, 부산점 등에 해외 명품 입점을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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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백화점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리뉴얼을 가속화한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오프라인 사업에 11조원을 투자하기로 밝힌 바 있다. 이 중 백화점 신규 출점과 기존점 강화를 위해 투입되는 금액은 3조3000억원에 달한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리뉴얼 이후 층별 구성을 새롭게 하고 있다. 통상 백화점 1층의 경우 가운데 뷰티 브랜드들이 모여있고 외각에 명품 브랜드가 위치하는 구성이었으나, 강남점은 1층을 화장품과 향수 등 잡화 중심으로 구성을 강화했다.

    그리고 명품 브랜드는 모두 2층으로 올렸다. 명품의 경우 ‘구매 목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대신 1층에는 기존 명품 브랜드에서 선보이던 향수와 바디 관련 카테고리를 따로 매장을 내서 선보이고 있다.

    연간 구매력 분석을 통해 3층의 구성도 변경했다. ‘혼수 쇼핑’을 위해 방문하는 고객들을 위해 쥬얼리와 가전, 시계, 커틀러리, 접시 등의 브랜드를 모았다. 본래 커틀러리와 접시 등의 경우 생활층에 모여있었으나 이 중 혼수 구매 수요가 높은 브랜드를 따로 3층으로 옮긴 것이다.

    정서적 휴식을 위해 강남점 점포 내에 갤러리도 신규 배치했다. 강남점 본관 1층과 2층 사이 중층 메자닌 공간에 위치한 갤러리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또 판매하고 있다. 강남점 곳곳에 100여점의 예술 작품들이 전시돼있으며, 매월 작품들을 재진열 해야 할 정도로 대부분 판매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경기점도 지난 4월 리뉴얼을 마치고 문을 열었다. 2년여간의 리뉴얼을 통해 가장 집중한 곳은 4층인 ‘플레이그라운드’다. 4958㎡(1500평) 규모로 MZ 세대를 타겟팅한 MD 구성이 특징이다. 인테리어도 기존의 깔끔한 백화점이 아닌 노출식 디자인으로 독특함을 살렸다.

    또 온라인에 입점해있는 7000여개 브랜드 중 20개를 선정해 매장에서 선보이고 있다. W컨셉과 ‘던스트’, ‘앳코너’, ‘앤유’ 등 MZ 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와 더불어 자체 브랜드인 ‘프론트로우’를 직접 입어볼 수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명품이 소비자들을 불러오게 했고, 지금도 여전히 마찬가지긴 하지만 명품이 전부가 아닌 것은 맞다”면서 “그동안 공간집약적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주기 위한 공간 구성을 했다면 지금은 단순 쇼핑을 넘어 문화와 휴식을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