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만 800억이번주 카드채 700억 매입중소형 여전사 여전히 혜택 못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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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기 집행하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카드사와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 다만 규모가 적은데다 까다로운 조건 탓에 지원이 절실한 중소형 여전사들은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채안펀드는 지난주 약 800억원 가량의 여신전문금융회사채를 매입했다. 지난 3일엔 신한캐피탈의 3년물 여전채 300억원, 4일엔 KB캐피탈의 3년물 여전채 400억원을 사들였다.
카드사들도 채안펀드를 통한 여전채 발행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채안펀드는 신한카드가 오는 10일 발행하는 1년1개월물 여전채를 400억원 어치 매입할 예정이다. 또 롯데카드가 이번주 중 발행 예정인 여전채도 300억원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채안펀드 조기 가동에 여전채 시장이 다소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급한 불은 끈 상황"이라며 "다만 채안펀드의 매입규모 확대와 더불어 해외조달 한도가 폐지되는 등의 추가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신용등급이 낮은 여전채일수록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채안펀드마저 우량 여전채를 중심으로 운용되면서 여전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채안펀드는 기업이 채권 물량에 대해 50% 이상의 수요를 먼저 확보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현재 자금시장 돈줄이 말라붙어 등급이 낮은 여전사들 입장에선 채안펀드 지원조건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최근 지원을 받은 신한캐피탈과 KB캐피탈의 경우 대형 금융지주 계열사란 점에서 채안펀드가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운용되는 것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채안펀드 지원을 받기 전에 이미 50%의 투자자를 모집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우량한 곳"이라면서 "정작 자금이 필요한 곳은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채안펀드 지원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아 기업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금조달을 위해선 채권 규모와 발행 만기 등의 사전 조달계획이 중요하지만 채안펀드 지원규모 등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오히려 수요예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채안펀드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서 지원 신청조차 못하는 기업들이 있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채안펀드의 여전채 매입이 도움 되겠지만 여전사들의 자산건전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채안펀드가 몇천억을 담든 자금경색이 풀리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