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폴트옵션 본격 도입 앞두고 증권사 시장 공략 총력연금 특화 PB센터·상품 강화·시스템 편의성 높여시장 규모 급격히 확대…높은 수익률에 머니무브 기대
  • 증권사들이 300조원이 넘는 퇴직연금 시장 공략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간 전통적 강자인 은행업권이 주도해온 시장에서 사전지정운영제도(디폴트옵션)를 발판 삼아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다. 증권사들은 상품 강화나 특화서비스를 도입하고, 시스템 개편을 통해 편의성을 높여 시장 문턱을 낮추는 등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최근 서울(삼성타운연금센터)과 수원(중부연금센터), 대구(영남연금센터) 지역 등 총 3곳에 연금센터를 신설했다. 

    연금 가입자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리하기 위한 조직으로, 평균 프라이빗뱅커(PB) 경력 10년 이상의 연금 전문인력 40여명을 전면 배치했다. 

    PB들은 고객들이 연금을 쉽게 개설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초기 정착을 도울 뿐 아니라 제도부터 상품, 세금 등에 이르기까지 전문적인 연금 상담을 지원한다. 연금서비스에 특화된 맞춤형 PB센터인 셈이다.

    증권사들은 시스템 개편을 통해 퇴직연금 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고,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신증권은 최근 퇴직연금 모바일트레이딩 시스템(MTS)을 통합하고 디폴트옵션을 도입하는 등 퇴직연금 시스템을 개편했다. 

    퇴직연금 가입 상품 확대와 매매 절차도 개선해 퇴직연금 계좌에 장외채권과 상장지수증권(ETN) 상품을 추가했다. 그간 가입 다음날부터 주문이 가능했던 펀드, 환매조건부채권(RP), 정기예금도 이젠 당일 주문할 수 있게 개선했다. 유선으로만 가능했던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가입도 모바일로 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달 증권사 최초로 '퇴직연금규약 모바일 동의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회사를 통해 연금에 가입한 기업은 카카오톡을 통해 간편히 임직원의 동의를 받을 수 있다. 앞서 지난해엔 퇴직연금 전용 앱 '마이연금'을 출시한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월 퇴직연금 사업자 최초로 DC 모바일 사전가입 서비스를 개시했고,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을 간편하게 선택할 수 있게 MTS를 개편했다. 퇴직연금MP 구독 서비스를 통해 가입자들에게 운용 전문가가 글로벌 자산배분 포트폴리오를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모바일에서 편히 퇴직연금DC형을 가입할 수 있는 3분DC 서비스를 구축해 특허 출원했다. 자신의 투자 성향이나 소득, 연령 등을 입력하면 로보어드바이저가 이를 55개 유형으로 세분화해 각 유형에 맞는 펀드와 자산 비중을 제시해주는 연금S톡을 서비스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퇴직연금 시장에 눈독을 들인 이유는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지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전체 시장 적립금 규모는 331조 724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40조원 증가했다. 지난 2020년 255조5000억원, 2021년 295조원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3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도입된 디폴트옵션 제도 역시 증권사들의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1년간의 유예기간을 마치고 오는 7월 본격 시행되는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형(DC)·개인형 퇴직연금(IRP)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사전에 선택한 상품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는 제도로, 수익률 기대감이 더 높은 곳으로 자금이 옮겨갈 수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수익률 제고를 위해 은행·보험·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 간 경쟁을 촉진하겠다고 밝힌 것도 은행에서 증권사로의 머니무브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은 은행이 주도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의 점유율은 50.6%로 1위를 차지했다. 증권사(21.3%)는 생명보험(22.0%)보다 점유율이 낮다. 반면 운용수익률은 증권사(3.17%)가 가장 높다. 생명보험(1.93%), 손해보험(1.69%), 은행(1.59%)의 수익률은 1%대에 머물렀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앞으로 퇴직연금시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찾아 은행에서 증권으로 머니무브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면서 "날로 판이 커지고 있는 시장에서 증권사의 영향력도 더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