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24호·NH29호·신한11호 상장 추진300억원 수준 중대형 스팩으로 시장 노크하나25호 합병 성공에 대형사 상장 대안 '물꼬'
  • 최근 증권사들이 대형 스팩(SPAC·인수합병목적회사)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시장 악화로 기업공개(IPO) 시장이 중소형주에 치우친 가운데 덩치 큰 기업들의 상장 대안으로 자리잡을지 관심이 모인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 13~14일 KB스팩24호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KB스팩24호의 공모액은 320억원으로, KB증권이 지금까지 내놓은 역대 스팩 중 가장 몸집이 크다.

    지난 3월 투자 수요를 모으는 데 실패한 뒤 몸값을 80억원 낮춰 재도전한 이번 수요예측은 비교적 무난한 결과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KB스팩24호 외에도 복수의 대형 스팩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NH투자증권도 대형 스팩으로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공모 규모 255억원인 NH스팩29호는 지난 7~8일 기관 수요예측에서 국내외 기관 220곳이 참여하며 최종 경쟁률 70대 1을 확보했다. NH스팩29호 역시 지난 3월 기관 수요예측을 실패로 상장 철회를 결정한 뒤 재도전이다.

    신한투자증권도 공모 규모가 360억원에 달하는 대형 스팩 상장도 준비 중이다. 지난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준비 중인 대형 스팩이다. 앞서 지난 3월 거래소는 신한제11호스팩의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승인했다. 

    스팩은 비상장기업의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컴퍼니다. 통상 기업가치가 1000억~2000억원 미만으로 작고 직상장이 어려운 기업들이 스팩 합병을 활용하기 때문에 공모 금액이 50억~200억원에서 설립된다.

    300억원 규모 대형 스팩은 최근 10년간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주식 시장 호황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기업가치가 큰 기업들은 더 많은 자금을 확보를 위해 직접 상장을 택해왔기 때문이다.

    스팩은 규모가 클수록 자금을 많이 확보해야 하고 적합한 합병 대상을 찾기 힘들다. 3년 이내에 합병 기업을 찾지 못하면 상장 폐지된다.  

    그럼에도 대형 스팩을 검토하는 하우스가 늘고 있는 건 최근 어려운 IPO시장 상황 탓에 직상장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규모 있는 회사들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 LGCNS, 컬리, 케이뱅크 등 기대를 모았던 대어급 IPO가 지난 연말부터 연달아 연기되거나 철회되면서 그 사이 시장은 중소형 공모주로 쏠렸다. 최근 코스피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대형 공모주들의 하반기 등판이 기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IPO 시장은 좋다기보단 회복세라는 평가다.

    대형 증권사 IB 담당자는 "10년 만에 대형 스팩이 다시 등장한 건 그만큼 IPO 시장이 위축됐다는 의미"라면서 "스팩은 공모가도 고정돼 있고 밸류에이션 부담인 수요 예측 과정이 없기 때문에 발행 스팩과 비상장사 오너 간 밸류에 대한 합만 맞으면 상장 허들이 굉장히 낮아질 수 있다. 지금 같은 시장 상황에선 오너들은 직상장보단 스팩을 택하려는 니즈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최근 대형 스팩의 합병 소식이 전해진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2차전지 검사 솔루션 전문기업 피아이이(PIE)는 하나금융25호스팩과 합병을 결정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한 공모액 200억원 이상의 대형 스팩 중 첫 합병 사례로 피아이이의 예상 시가총액은 4888억원, 역대 스팩합병 기업 중 최대 규모다.

    대형 증권사 IB본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하나증권의 대형 스팩 합병 청구서를 제출한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대형 스팩의 물꼬를 튼 것으로, 최근 100억원 내외로 고정화된 국내 스팩 시장에도 사이즈별로 활성화돼 안정성 있는 기업이 이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