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기 연 4.3%채권값 -25%손실 커지고 수익률 곤두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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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면서 채권가격이 하락하자 국내 보험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안정적인 투자처로 미국 국채 투자를 선호했던 만큼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역시 예치된 자금의 상당 부분을 미국 국채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경우여서 국내 보험사도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유 중인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일시적으로 건전성에도 문제가 나타나기 때문에 유상증자 등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2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1일(현지시간) 10년 만기 미국 국채의 금리는 연초(3.879%)보다 0.457%포인트 오른 연 4.336%로 마감했다. 장 중에는 연 4.355%로 치솟았다.

    이는 2007년 11월 이후 16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30년물 미국 국채 금리(연 4.449%)도 2011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국채 금리는 2006년 이후 지속해서 하락하다가 2020년 8월 최저 금리를 찍고 4년간 급속도로 상승했다. 투자자들은 높아진 미 국채 수익률 혹은 향후 상승할 채권값의 시세차익을 노리고 매수에 뛰어들고 있다.

    미국 경제가 기대 이상으로 탄탄해 한동안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려서다. 여기에 미국 재정 적자 확대로 국채 발행이 늘면서 채권금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과 일본의 미 국채 수요 약화도 채권금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미국 국채를 팔아치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보험사는 전체 자산운용의 20~30%를 안정적인 채권으로 운용한다. 대부분 미국 국채 등 선진국 국채와 우리나라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주식, 부동산, 대체투자 등이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보험사는 운용 중인 채권에서 이자를 더 받을 수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는 유리하다. 하지만 채권값이 떨어지면서 손실이 발생한다.

    실제 지난달 장기채권에 투자한 이들 중 일부는 국채금리 상승으로 인해 손실이 20%가 넘게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채권 상품들의 수익률도 떨어지고 있다.

    문제는 상황이 반전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상당수 시장전문가가 당분간 미국 장기 국채 금리의 상승 흐름이 쉽게 꺾이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뚜렷한 기준금리 인하 '신호'가 나타날 때까진 장기채의 고금리 흐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되지 않는 한 이런 고금리 흐름은 하반기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며 "미국 국채 가격이 하락하면 보험사들은 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을 해야 하는 점은 부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