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나라살림 녹록잖다… 재정적자 GDP 4% 육박하고 나랏빚 1200兆 육박총선 앞두고 경로당 무상급식 시즌2·주식 양도세 완화 등 票퓰리즘 기승'페론주의' 빠져 경제난 겪는 아르헨티나, 경제개혁 험난… 반면교사 삼아야
  • ▲ 적자 재정.ⓒ연합뉴스
    ▲ 적자 재정.ⓒ연합뉴스
    내년에도 나라살림이 녹록잖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총선을 100여 일 앞두고 여야가 연신 '표(票)퓰리즘'(대중영합주의)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남미 좌파 포퓰리즘에 빠진 결과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경제위기에 내몰린 아르헨티나가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경제개혁에 불안감을 호소하며 사회 혼란을 겪고 있는 모습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656조6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됐다.  '2024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내년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44조4000억 원 적자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것으로,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91조6000억 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3.9%에 달한다. 정부가 법제화를 추진하는 재정준칙의 상한(3%)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정부는 내년 국가채무 규모를 1195조8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정부가 예상한 올해 나랏빚(1134조4000억 원)보다 61조4000억 원 더 늘어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내년 51.0%로 높아진다.

    내년 나라살림 사정이 이렇지만, 정치권에선 총선을 앞두고 잇따라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1일 서울 구로구 한 경로당을 찾아 총선 공약으로 '경로당 주5일 점심 제공'을 내놨다. 이 대표는 "최소한 주5일 정도는 원하는 사람 누구나 경로당에서 점심 문제는 해결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무상급식 시즌2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이 대표는 "지금까진 최저선 없이 누군가 정말 심각한 상황에 빠졌을 때 그 사람만 골라서 지원하는 복지개념이었다면 앞으로는 국민 삶에 대한 기본적 수준을 정해두고 누구나 누릴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대선에서 대책 없는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샀던 기본 시리즈의 연장선에 있다는 견해다.

    총선을 앞두고 '메가 서울' 등 어젠다 선점에 나섰던 여권도 표(票)퓰리즘 경쟁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21일 기획재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되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종목당 1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다고 발표했다. 불과 며칠 전인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주주 주식양도세 완화 방안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시장 등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중이다. 그 외 드릴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었다. 여권 일각에서 아이디어 차원으로 거론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공식 검토하는 단계에 있지 않다고 일축했으나 번복한 셈이다.

    일각에선 여야가 지난해 말 '대주주 양도세 완화'와 '금융투자소득세 과세'를 오는 2025년까지 2년 유예하기로 합의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총선용 감세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거야(巨野)는 앞서도 20만 원대 반값 기숙사 5만 호 공약, 청년 3만 원 패스 도입, 1년 한시로 '임시소비세액공제' 도입, 52만 공인중개사 표심을 의식한 이른바 '직방금지법' 졸속 추진 등으로 선심성 공약 논란에 휩싸였다.
  • ▲ 빨간불 켜진 국회.ⓒ연합뉴스
    ▲ 빨간불 켜진 국회.ⓒ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숨은 나랏빚을 포함하면 국가채무가 지난해 이미 1588조7000억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미래 세대에 대한 부담은 아랑곳없이 당장 눈앞의 표만 얻으면 된다는 포퓰리즘 망국병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남미 좌파 포퓰리즘인 '페론주의'(페로니즘)에 빠져 초인플레이션 등 경제위기에 내몰린 아르헨티나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취임한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연평균 1만5000%의 초인플레이션 위기론'을 띄우며 각종 지원금 삭감, 페소화 평가절하 등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정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 "현 정부는 파탄 난 경제를 우리에게 남겼다"며 "새 정부는 약속을 준수하고, 사유재산을 존중하며, 자유무역을 추구한다는 3가지 명제를 품게 될 것이고 이를 위해 점진적 방식이 아닌 급격한 변화를 추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었다. 밀레이 대통령은 임대료 제한철폐, 국영기업 민영화, 노동법 개혁 등 300여 건에 이르는 규제를 무더기로 철폐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의 각종 지원금 등 포퓰리즘에 익숙해진 아르헨티나 국민은 새 정부의 경제개혁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급기야 새 정부 출범 열흘 만인 지난 20일(현지시각) 경제개혁 방안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밤늦게 거리로 뛰쳐나와 밀레이 퇴진을 요구하는 ''카세롤라소' 시위를 펼치는 등 극심한 사회 혼란을 겪는 중이다.

    '배고픈 사람에게 고기를 주지 말고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라'는 말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당장은 힘들지라도 멀리 내다보면 먼 미래까지 책임지는 올바른 선택이다. 고기를 주다 끊으면 반발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지금 아르헨티나 국민은 익숙해진 정부 지원금과 포퓰리즘에 일종의 금단현상을 겪는 셈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선심성 공약에 취한 우리에게 아르헨티나의 사례는 먼 나라 얘기일 뿐인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