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전일 증권사 고강도 비판…업계 긴장감↑당국, 금융사고 터지면 뒷짐만…관리 부실 책임론 부각그간 여러번 금융권 내부통제 방안 발표했으나 실효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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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금융당국은 예방보단 사후 처리에만 신경을 쓰는 느낌입니다.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행동에 나서는 것 같아요."연일 금융권을 압박하고 있는 금융당국에 대한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최근 문제가 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등의 경우 우선으로 기업들과 투자자들에 문제가 있지만, 해당 사태가 커질 때까지 뒷짐 지고 지켜보기만 한 금융당국도 문제가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은 10개 증권사 CEO들을 소집해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엔 김주현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이복현 금감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10개 증권사 대표 등이 참석했다.특히 이번 간담회는 김주현 위원장이 금융지주, 보험 등 금융업계 전체가 참석하는 행사 외 증권사 CEO만 따로 만나는 게 처음이어서 더 큰 주목을 받았다.발언의 수위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거셌다.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은 경영자 책임론까지 꺼내 들며 증권사를 압박했다. 일부 금융사와 건설사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매우 강한 강도로 부동산 PF 리스크관리를 진행할 것이라는 게 이 원장 발언의 골자였다.그러나 일각에선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기만 하다가, 기어이 사태가 발생하고 나야 뒤늦게 금융권을 다그치는 최근 금융당국의 행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는 모습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실제 부동산 PF 사태의 경우 지난해까지 수년간 고금리 장기화가 지속되면서 그간 시장에서 여러 차례 경고가 있었다.건설사들은 이자 부담이 늘면서 점점 고정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돈을 댄 금융사들은 자금 회수에 문제가 생길 것이 뻔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부동산 금융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증권사와 건설사들에 대한 선제 조치가 필요했다는 주장이 나온다.최근 금융권 내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른 홍콩H지수 연계 ELS 문제도 마찬가지다. 과거 불완전판매 논란 당시 금융당국이 제도보완에 나섰지만, 비슷한 일이 또다시 벌어졌기 때문이다.홍콩H지수 ELS 투자자들은 은행 등 판매사들이 ELS를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안내했다며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이는 금융당국이 가장 눈여겨보는 대목이기도 하다.실제 8년 전인 지난 2016년 업계는 홍콩 ELS 폭락 사태를 겪은 바 있다. 그때부터 ELS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융당국이 판매 관행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지난 2019년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발생, 투자자들이 대규모 원금손실을 봤다. 이에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를 원천 차단하겠다며 시행한 법이 지난 2021년 3월 시행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다.금감원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녹인이 발생한 전체 ELS 잔액만 공개했다.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커지자 작년 말 개별지수 ELS의 녹인 현황을 공개했다. 당장 이번 달부터 투자자들의 손실이 확정될 상황이 닥치자 부랴부랴 이번 사태의 실태를 공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금융업계에선 연일 전방위적으로 가해지는 당국의 압박에 내성이 생긴 모습이다. 이른바 '보여주기식' 내부통제에 지친 이들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린다.물론 반복되는 금융사들의 내부통제 문제는 강화해야 한다. 시스템을 견고히 하겠다는 계획 또한 차질 없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사건이 터진 이후 가해지는 징벌적 질책보단, 업계 전반에 걸친 예방책이 우선해서 제시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