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법안, 여야 논쟁 속 2월 임시국회 통과 좌초정부·여당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큰손 이탈 시 증시 충격"야당 "총선 표심 노린 부자 감세…역대급 세수 부족" 비판개미는 환영…"시장 선진화 후 도입해도 안 늦어"
  •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편집자주] 지금 독자들이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이슈를 진단하고 방향성에 물음표를 던집니다.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서 객관적인 해법에 대한 '경우의 수'를 제시하되 결과에 도달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법안이 결국 2월 임시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 금투세 폐지를 포함해 ▲ISA 세제 지원 확대 ▲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확대 ▲노후차량 개소세 감면 등 7대 주요 입법 과제를 통과시키려 했는데요. 

    새해 들어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 등을 통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사안들입니다. 특히 금투세와 ISA 세제 혜택 확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대통령실이 공격적으로 제시한 내용입니다.

    4월 총선 일정을 고려하면 이달에는 국회가 열릴 가능성은 낮습니다. 5월 임시국회가 남아 있지만 총선 직후 재편된 정치 지형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결국 22대국회로 공이 넘어갈 공산이 커졌습니다.  

    정부에선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정치권 여야 간 힘겨루기에 부딪힌 금투세. 오늘은 바로 이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금투세 폐지 카드 꺼내든 政…"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지난 2020년 문재인정부가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 중 하나로 추진한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주가연계증권(ELS) 등 모든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해서 생긴 수익에 20~25%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과세표준 3억 원 이하는 20%, 3억 원 초과는 25%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국내 주식은 5000만 원까지, 그밖의 금융상품은 250만 원까지 공제됩니다. 

    이전엔 주식 종목당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에게만 양도소득세가 부과됐지만 이 제도를 통해선 일반 주주들에게도 증권거래세와 더불어 금투세가 더 붙게 된 것이죠. 

    때문에 제도 도입을 두고 개인투자자들은 반발했는데요. 큰손들의 이탈로 증시 전반의 타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당초 지난해 시행을 예고했지만 여야 합의로 2025년 시행을 앞두고 있던 상황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2일 새해 첫 행보로 증시 개장식에 참석해 금투세 폐지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세계적인 기업이 많지만 주식시장은 매우 저평가돼 있다"며 "임기 중에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자본시장 규제는 과감하게 혁파해서 글로벌 증시 수준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과도한 부담의 과세가 선량한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고 시장을 왜곡한다"며 금투세 폐지를 깜짝 선언했는데요. 

    지난해 11월 공매도 한시적 금지와 12월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에 이어 금투세 폐지까지 정부의 투자 활성화 기조를 뚜렷히 드러낸 것이지요.

    이에 지난달 초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모든 상장주식에 과세하는 금투세를 도입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소득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후속 조치에 나섰습니다. 

    ◆"총선 표심 노린 부자감세" 비판

    반면 야당은 금투세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하에 금투세 폐지를 '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월급에도, 부동산 투자에도 세금을 부과해온 만큼 주식 투자에서 발생한 소득에도 마땅히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죠. 

    지난 2020년 기획재정부가 추산한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상장 주식 기준 15만명으로 개인투자자 1400만명 기준의 1% 수준입니다. 실제 혜택은 고액투자자들에게만 돌아가는 것이죠.

    나머지 99% 투자자에게는 오히려 금투세 시행이 유리합니다. 이중과세 논란 속에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추진해온 증권거래세율이 2022년 0.23%에서 2023년 0.2%, 2024년 0.18%를 거쳐 최종적으로 2025년 0.15%로 인하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56조 원의 역대급 세수 부족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금투세 폐지로 연 1조5000억 원, 증권거래세 인하로 5년간 10조 원을 비롯해 막대한 세수 감소가 예상되고 있어서죠.

    때문에 윤석열 정부의 금투세 폐지 카드는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야당의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투세를 도입하면서 여야가 유예 기간을 합의해 시행이 1년도 안 남았는데 불현듯 이렇게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얘기한다. 정책이 일관되지 않고 즉흥적"이라며 "이 정부에서 일관된 건 고소득자에 대해 세액을 감소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투세) 폐지 때문에 당장 혜택을 보는 투자자는 일부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주식시장과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전체 비중이 높다"며 "전체적인 자본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정부·여당과 야당 간 주장이 엇갈린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정부의 금투세 폐지 정책에 환호하고 있는데요. 지난 2022년 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당시 제도 유예를 요구하는 국민동의 청원에 5만명 넘게 동의한 바 있습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보면 금융투자소득세는 선진국들만 실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 시장이 아니다. 2년 유예 후 주식시장을 선진화한 후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