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클로바 X 생성형 AI 시장 도전장적용범위·활용사례 증가, 수익모델 관건주주가치 제고 약속 실패, 부양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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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취임 2주년을 맞아 글로벌 빅테크 틈에서 AI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매년 최고 실적을 갱신하고 있지만, 이에 못 미치는 주가 부양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네이버는 지난해 8월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 X’를 선보이며 생성형 AI 시장에 진출했다. 하이퍼클로바 X는 2021년 개발한 대규모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를 고도화한 형태로, 한국어 기반이라는 특징이 있다.최수연 대표는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회사 기술방향과 사업전략을 공유하는 컨퍼런스 개최에 앞서 주주서한을 통해 하이퍼클로바 X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취임 1년차였던 지난해 초에는 포시마크 인수를 통해 커머스에 집중했다면, 컨퍼런스를 기점으로 AI 기반 신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최 대표는 “AI는 이미 핵심 서비스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고, 최근 3~4년간 AI에 대한 누적 투자규모는 약 1조원에 달한다”며 “생성형 AI가 핵심 역량을 확장하고 강화하는 중요한 기회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하이퍼클로바 X의 적용 범위와 활용사례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자체적으로 검색과 광고를 고도화하는 한편, 창작 생산성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비즈니스 생산성과 맞춤형 AI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B2B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부분은 고무적이다.최 대표는 지난달 2일 열린 2023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11월에는 하이퍼클로바 X를 탑재한 유료 클라우드 상품을 납품하고, 12월에는 한국은행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금융 분야로 활용범위를 넓혔다”며 “기업 맞춤형으로 제작 가능한 클로바 X 모델을 API 형태로 출시했고, 다양한 서비스에 LLM을 결합했다”고 전했다. 사우디에서 1억 달러 규모 수주도 AI를 기반으로 한 기술력의 성과다.하지만 맞춤형 광고를 고도화하거나 타 기업체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것 외에는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는 게 사실이다. 김남선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도 컨퍼런스콜을 통해 “AI를 직접적으로 수익화하는 방법은 빅테크 가운데 아무도 터득하지 못한걸로 보인다”고 전했다. 네이버도 AI를 활용한 수익화 방안을 추가로 모색하고 있다는 의미다.네이버의 생성형 AI 모델 공개 시점과 매개변수 규모는 빅테크 기업들과 직접적으로 견주어도 손색없는 수준이다. 다만 단적으로 오픈AI가 선보인 영상제작 생성형 AI 모델 ‘소라’와 비교해보면 기술력과 자금력의 차이가 적지 않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네이버는 초거대 AI 모델의 경량화를 통해 커머스, 콘텐츠 등 서비스 부문에서 AI 도입을 확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모습이다. 생성형 AI 검색 ‘큐’를 상반기 중 모바일로 확대하고, 멀티모달 기술을 추가한다. 커머스 부문에서는 AI기반 데이터 커머스를 선보이며, 콘텐츠 사업에서는 추천 고도화와 웹툰 영상화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광고와 커머스 등 캐시카우를 바탕으로 AI 활용사례를 실적에도 연결하며 연간 실적은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지만, 주가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최 대표는 지난해 주총에서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환원책 마련을 약속한 바 있다. 대표 취임 이후 실적 상승과 달리 1년 동안 네이버 주가는 30만원대에서 40% 가량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주가는 20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지난해 주총에서 약속한 주주가치 제고에 실패한 모습이다.하이퍼클로바 X를 발표한 직후 지난해 9월에는 시총이 한 달 사이 4조원 가까이 감소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리 상승 흐름으로 인한 기술주 주가 조정 영향이 컸다. 공개 당일 접속자가 몰리면서 답변 지체나 오류가 나는 일시적 현상으로 성능에 대한 우려가 변수로 작용한 바 있다.최근에는 중국 해외직구 플랫폼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네이버에도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산 플랫폼이 네이버 커머스 사업 실적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영향을 비껴갈 수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수익성 높은 모델로 연결시키는 부분이 관건”이라며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웠지만 결과로 이어지지 않아 투자자들의 불만이 큰 만큼 주주총회를 통해 적극적인 소통과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