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I 스타트업 기술력 선도… 앤스로픽 '클로드3' 챗GPT 성능 앞서MS,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AI 스타트업 수십조 투자 등 전사적 지원한국 AI 민간 투자액 56억달러로 세계 9위에 그쳐… 미국과 44배 차이기업들의 전략적 투자와 클라우드 인프라 및 IT 기술 활용해야
  • ▲ ⓒ앤스로픽 홈페이지 갈무리
    ▲ ⓒ앤스로픽 홈페이지 갈무리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단 몇 초 만에 요약"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앤스로픽이 최근 출시한 초거대 LLM(대규모언어모델) '클로드3'의 성능이다. 책 한 권에 해당하는 15만개 분량의 단어를 몇 초 만에 분석, 요약하면서 전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멀티모달 생성형 AI 모델인 클로드3는 방대한 텍스트 기반 데이터를 분석해 채팅 형식으로 사용자가 원하는 결과물을 제공한다. 사진, 차트, 그래프, 기술 다이어그램을 처리할 수 있으며, 한 번의 요청으로 최대 20개까지 여러 이미지를 분석할 수 있다. 비용·성능·속도에 따라 '오푸스(Opus)', '소네트(Sonnet)', '하이쿠(Haiku)'의 3가지 버전으로 나뉜다. 

    특히 클로드3는 오픈AI 'GPT-4', 구글 '제미나이 울트라'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15만개 단어 상당의 책을 요약하는 것이 가능해 최대 2만 5000개 단어를 요약할 수 있는 GPT-4를 제친 것. 대학원 수준의 전문추론(GPQA), 기초수학(GSM8K) 등 AI 성능 벤치마크 테스트 11개 항목에서도 GPT-4와 제미나이 울트라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IT매체 기가진에 따르면 클로드3은 데이터분석가 맥심 로트가 진행한 지능지수(IQ) 테스트에서 인간 평균치인 100을 넘었다고 분석했다. 이 또한 GPT-4(85), 제미나이(77.5)보다 우위에 있다. CNBC 등 주요 외신은 클로드3에 대해 "역대 가장 강력한 챗봇이 나왔다"고 호평했다.

    앤스로픽은 오픈 AI의 창립자 그룹 일원이었던 대니엘라와 다리오 애머데이 남매가 2021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2023년 3월 IQ 64인 클로드1을 출시해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23년 7월 IQ 82인 클로드2를 선보였으며 8개월 만에 IQ 100이 넘는 클로드3를 출시한 것이다.

    생성형 AI를 본궤도로 올려놓은 오픈 AI 역시 2020년 6월 GPT-3.0을 발표한 이후, 2022년 3월 챗GPT 서비스의 근간이 되는 GPT-3.5를 공개했다. 이후 1년 만인 2023년 3월 GPT-4.0을 공개하면서 시장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구글의 경우 2021년 5월 대규모언어모델(LLM)인 '람다(LaMDA)'를 공개하며 추격을 지속해 왔다. 2023년 2월에는 챗봇인 '바드'를 출시한 데 이어 12월에는 '제미나이' 시리즈를 공개했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네이버가 지난해 8월 한국어 특화 LLM인 '하이퍼클로바X'와 챗봇인 '클로바X'를 선보인 바 있다. KT 초거대 AI '믿음(Mi:dm)', LG '엑사원(EXAONE)' 등 기업들도 LLM 시장에 뛰어들며 외산 AI 대항에 나섰다. 하지만 해외시장 진출이나 사용자 수 면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걸음마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 따르면 AI 기술 수준이 가장 높은 나라는 미국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AI 기술 수준은 미국(100) 대비 88.9에 그쳤으며, AI 기술 격차는 1.3년으로 파악된다. 이는 중국의 AI 기술 수준(92.5) 및 기술 격차(0.9년)에도 뒤쳐지는 수치다.

    MS는 생성형 AI 선두 주자인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수십조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과 구글은 오픈AI 경쟁자인 앤스로픽에 각각 수조원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스탠퍼드대가 지난해 발표한 'AI 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은 2013∼2022년 AI 민간 투자액이 56억달러로 세계 9위에 그쳤다. 이는 1위 미국(1489억달러)과 약 44배 차이가 나는 규모다.

    전문가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AI 개발 주기는 점점 짧아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 같은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이 갖추고 있는 클라우드 인프라 및 정보기술(IT) 능력을 기반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해 나간다면 승산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 'CES 2024' 주관 기관인 소비자기술협회(CTA)가 수여한 총 470개의 혁신상 가운데 절반 가까운 225개(47.9%)가 한국 기업의 제품으로 파악됐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술 트렌드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며 발 빠르게 적응하고 있는 대목이다. 

    전윤식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새로운 가치 창출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AI 도입과 제품에 AI 기술을 접목시키는 등의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