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지원으로 떠받친 신용등급… 추가유증 없이 신용도 방어 가능할까전찬우 신임대표, 과중한 부동산 PF 익스포저 관리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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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연착륙 정책이 현실화하면서 저축은행업계가 더욱 수세에 몰렸다. 서민금융이라는 정체성을 망각한 듯 공격적으로 늘렸던 부동산 PF 관련 대출이 감당하기 힘든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중소형사를 위주로 신용등급 도미노 강등 사태가 잇따르고 있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신용도 하향은 가뜩이나 높아진 조달 금리 부담을 가중시킨다. 재무 건전성 위기에 빠진 저축은행의 실태와 신용도 방어전략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업계 3위의 한국투자저축은행이 부동산 PF 대출 위주로 급격한 재무 건전성 악화를 보이고 있다. 대주주 지원 덕에 한 차례 신용도 방어에 성공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26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자산규모 기준 상위 10개 저축은행 중 가장 높은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한국투자저축은행과 SBI저축은행이다. 두 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은 'A(안정적)'으로 같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달 한투저축은행에 대한 본평가에서 기존 등급인 'A'를 유지하며 "계열의 지원 가능성을 반영해 회사 자체 신용도 대비 상향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대주주 한국투자금융지주 없이 한투저축은행만 떼어놓고 보면 'A'등급이 나오기 힘들다는 의미다.

    한투저축은행은 총 자산 기준 업계 3위다. 시장 지위는 우수하지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지나치게 많고 연체율도 문제로 지적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산 기준 상위 10개 저축은행 중 한투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7995억원으로 OK저축은행(1조261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한투저축은행도 과중한 부동산 PF 익스포저를 의식해 비중 줄이기에 나섰다. 전체 대출채권에서 부동산 PF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1분기 10.92%로 지난해 6월(20.8%) 대비 눈에 띄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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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ICE신용평가
    그러나 대출 건전성과 연체율이 발목을 잡고 있어 대출의 질도 관리해야 한다. 

    부동산 PF 대출 중 건전성이 '요주의'로 분류된 채권은 전체 잔액의 40%인 3216억원에 달한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역시 10.71%로 높다. 상위 10개사 평균인 7.7%를 웃돈다.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 채권을 의미하는 고정이하여신(NPL) 관련 지표도 악화일로다. 올 1분기 NPL은 5326억원으로 전년 동기(2380억원) 대비 123.8% 뛰었다.

    한투저축은행은 지난 2022년 한 차례 신용도 강등 위기를 맞았으나 한투금융지주의 대규모 지원으로 고비를 넘겼다. 2023년 3월 420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아 BIS자기자본비율이 10.9%에서 16.3%로 크게 개선됐다.

    한투금융지주는 2021년 500억원,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900억원까지 더해 최근 3년간 총 5600억원의 자금을 한투저축은행에 수혈했다.

    한투저축은행의 신용도를 받치고 있던 대주주 지원도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이 신용평가업계의 판단이다. NICE신용평가는 "한투금융지주의 비금융투자 자회사에 대한 대규모 증자는 일단락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당시 한투금융지주가 한국투자캐피탈에도 44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관계사 총 지원규모가 4조1000억원에 달해 계열지원 부담이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한투저축은행 자체 여력으로 'A' 등급 방어를 위해서는 부동산 PF 포트폴리오 비중 조정이 시급하다.

    한투저축은행은 지난해 저축은행중앙회의 부실채권 공동매각에 참여했고 이달 말 예정된 2차 공동매각에도 참여를 검토 중이다. 2차 공동매각까지 참여할 경우 500억원가량의 NPL여신을 정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공동매각으로 정리하는 비율이 크지 않고 인수자들이 상대적으로 건전한 채권을 헐값에 사가고 싶어하기 때문에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지표가 좋아지는 효과가 미미하고 현금흐름도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한투저축은행은 5년 만에 대표이사 교체를 단행하는 등 대대적인 쇄신에 나섰으나 재무 관련 수치가 눈에 띄게 좋아지기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올해 1월 취임한 전찬우 신임 대표는 △글로벌 시장 진출 △차별화된 서비스 발굴 △계열사 간 시너지 제고 등 새로운 성장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악조건에 바통을 이어받은 전 대표의 당면 과제는 역시 저축은행업권 공동의 숙제인 부동산 PF 다이어트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