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자금조달길 막혀 신종자본증권 선회상반기 4000억, 추가 2000억 발행 확정이자 지급 부담… 자본 질 개선 폭 의문대주주 MBK파트너스, 인수 5년 흘러 엑시트 시점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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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카드
    자본적정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롯데카드가 잇달아 신종자본증권의 발행을 선택했다. 자본확충 효과를 노린 것이지만 자본의 질 측면에서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롯데카드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상반기에만 4000억원 물량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데 이어 최근 2000억원의 추가 발행을 결정했다.

    롯데카드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2019년 2000억원 규모 발행 이후 5년 만이다.

    은행과 달리 예·적금 등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회사는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여전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그러나 고금리 장기화로 자금조달 비용이 치솟아 여전채 발행 확대를 택하기는 쉽지 않다.

    하이브리드 증권인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고 채권처럼 매년 이자나 배당을 지급하는 금융상품이다. 재무제표에 부채가 아닌 자기자본으로 잡히기 때문에 금융권에서 자기자본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 ▲ 롯데카드 자본적적성 관련 지표.ⓒ한국신용평가
    ▲ 롯데카드 자본적적성 관련 지표.ⓒ한국신용평가
    ◇ 신용도 강등 가능성 증대… 자본확충길 모색 끝 찾은 답 '신종자본증권'

    레버리지 비율 악화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도 자본확충은 긴급하다. 자산을 자본으로 나눈 값인 레버리지 비율은 부실에 대한 자본완충력을 평가하는 지표다.

    롯데카드의 레버리지 비율은 올해 3월 말 7.3배로 주요 신용카드사 중 가장 높다. 업계 평균은 5.4배다.

    문제는 한국신용평가가 롯데카드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의 증가 요인 중 하나로 '레버리지 비율 7배 이상'을 명시해뒀단 점이다. 이 비율로만 따지면 롯데카드의 등급 하향 가능성은 이미 높아져 있다.

    롯데카드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레버리지 비율을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수치는 나아지겠지만 자본의 질 개선도 가능할지 의문스럽다"고 평가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신종자본증권은 자본과 부채의 중간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만큼 자본성이 약해 자본적정성 관리 부담은 남아 있다"며 "(지급해야 하는)높은 이자부담이 자본 증가를 저해할 수 있어 실질적인 자본의 질 개선폭은 지표 대비 다소 미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카드사 유일 사모펀드가 대주주… 유상증자 수혈 사실상 불가능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이 정석이지만 롯데카드 대주주인 사모펀드는 엑시트(투자금 회수) 계획을 갖고 있어 유증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라며 "다른 선택지가 막혀 신종자본증권 조달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카드는 주요 카드사 중 유일하게 사모펀드가 대주주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지분율 59.83%)가 롯데카드를 인수한 지 5년이 흘러 매각 시기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MBK파트너스 입장에서도 롯데카드의 자본 증가는 중요하다. 자본 규모가 매각가 산정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대주주도 회사도 자본 확충을 원하고 있는 가운데 궁여지책으로 '양날의 검'이라 할 신종자본증권의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