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정심, 동네의원 0.5% 병원 1.2%로 의결 "저평가 행위 집중 보상 … 지역·필수의료 확충"
  • ▲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매년 일괄 인상되던 '의료 수가' 체계가 23년만에 바뀐다. 정부는 병·의원 수가를 올리면서 진찰과 야간·공휴일, 응급의료 등 저평가된 항목에 재정을 더 투입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오후 올해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내년도 의원·병원의 환산지수를 올해보다 각각 0.5%, 1.2% 인상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더해 병원의 경우 필수의료 보상 강화 계획에 따라 수술·처치 및 마취료에 대한 야간·공휴일 가산과 응급실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가산이 50%에서 각각 100%, 150%로 확대된다.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수가는 의료행위별로 정해지는 '상대가치점수'에 '환산지수'를 곱한 값이다. 이 중 환산지수는 소득상승률, 진료비 증가율, 의료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정한다. 환산지수는 매년 건강보험공단이 병원, 의원, 약국, 한의 등 7개 의약 단체와 각각 협상해 인상률을 결정한다.

    건정심이 의결한 안에 따르면 의원의 환산지수는 올해 대비 0.5% 인상된 94.1원이다. 병원 유형의 환산지수는 82.2원으로 올해 대비 1.2% 인상됐다. 다만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의 경우는 82.5원으로 1.6% 인상됐다.

    이날 건정심에선 의원의 외래 초진 및 재진 진찰료를 각각 4% 인상하는 안이 함께 논의됐다. 병원은 △수술·처치 및 마취료에 대해 야간·공휴일 가산을 50%에서 100%로 확대 △응급실에서 이뤄지는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가산 50%에서 150%로 확대 △의원급 토요일 가산을 병원까지 확대 적용하는 안이 논의됐다.

    앞서 일괄적인 환산지수 인상으로 필수의료 행위가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는 등 행위간 보상 불균형이 심화되고, 동일한 의료행위에 대해 병원과 의원에서 가격 차이가 점차 커지는 문제가 지적됐다. 이에 불합리·불균형한 보상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이 제시된 것이다.

    조충현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환산지수를 차등 적용하는 게 아니라 환산지수는 하나로 하되 환산지수 인상에 투입할 재원 일부를 저평가된 영역에 투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일괄적인 수가 인상과 동일한 재정을 투입하면서도 수술, 진찰 등 저평가된 의료행위의 보상을 강화하고 행위간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내년 병원 환산지수 인상률이 의원보다 높아 병·의원간 환산지수 격차도 다소 줄어들게 됐다.

    최근 수가 협상 과정에서 의원의 환산지수가 병원급보다 더 많이 오르는 일이 반복되면서 의원과 병원의 환산지수가 계속 벌어져왔다.

    그러다 보니 상급 병원에 대한 수가 가산(상급종합병원 15%, 종합병원 10%, 병원 5%)을 적용하더라도, 중증환자를 주로 보는 상급종합병원보다 동네의원 진료비가 높은 '수가 역전'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건정심은 의료계 집단행동에 따른 비상진료 지원을 위해 189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의결했다. 경증환자 회송, 응급·중증환자 진료와 입원을 위한 보상에 쓰인다. 지난 2월 20일부터 매월 약 1800억원을 지원하면서 6개월째 투입된 건보 재정은 이로써 1조원을 넘어섰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당장 병·의원 수가 역전이 해소되진 못할 것"이라며 "전문가들은 환산지수 인상만으로 역전 현상을 해결하기보다는 중장기 수가 개편 과정에서 상대가치를 같이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전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수가의 두 축인 환산지수와 상대가치를 연계함으로써 합리적인 수가체계로 나아가는 첫걸음을 시작한 데 의미가 있다"며 "저평가 행위에 대한 집중 보상 등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상에 기반한 필수의료·지역의료 확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수가 체계 개편을 근본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