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생명존중희망재단, 최근 9년간 자살 사망자 심리부검사망자 평균 44.2세 … 남성·저소득 다수
  • ▲ 서울 마포대교 자살예방 문구의 모습. ⓒ뉴시스
    ▲ 서울 마포대교 자살예방 문구의 모습. ⓒ뉴시스
    자살 사망자의 96.6%가 사망 전 경고신호를 보냈지만 10명 중 7명 이상은 이 신호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함께 2015년부터 2023년까지 9년 간 진행한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심리부검이란 자살 사망자의 가족 또는 지인의 진술과 고인의 기록을 검토해 자살 사망자의 심리·행동 양상과 변화를 확인해 자살의 원인을 추정하는 조사 방법이다. 이번 조사를 통해 유족 1262명으로부터 1099명의 자살사망자에 대한 심리부검 면담 자료를 확보했다.

    자살 사망자의 64.7%는 남성이었다. 사망 당시 평균 연령은 44.2세였고, 이들 중 1인 가구는 19.2%였다.

    자살 사망자의 86%가량이 정신질환을 겪은 것으로 추정됐으며 주로 우울(74.5%), 중독(27.2%), 불안(8.8%) 등이 있었다.

    고용 형태로 보면 피고용인이 38.6%로 가장 많았고, 소득 수준은 월 100만원 미만인 저소득층이 46.5%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자살 사망자의 96.6%는 사망 전 '경고 신호'를 보였으나 이를 주변에서 인지한 비율은 23.8%에 불과했다.

    경고 신호를 드러낸 시기를 분석한 결과 사망 1개월 이내의 경우 감정상태 변화(19.1%)와 주변정리(14.0%) 순으로 나타났으며, 사망 1년 이상 전부터 높은 비율로 나타난 경고신호는 수면상태 변화(26.2%)와 자살에 대한 언급(24.1%) 순이었다.

    자살 사망자는 평균 4.3개 스트레스 사건을 다중적으로 경험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장년기 사망자(35~49세, 356명)는 직장 동료와의 관계 문제, 사업 부진·실패, 부채 등으로 힘들어했다. 다음으로 사망자가 많은 34세 이하 청년기(344명)는 실업자 비율과 구직 등 직업 스트레스 경험 사례가 비교적 많았다.

    노년기(65세 이상)는 만성질병으로 인한 신체건강 스트레스, 우울장애 추정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1인 가구 자살 사망 특성을 살펴보면 43.8%가 청년기로 나타나 다인 가구 청년기 비율 28.0%보다 높았다.

    다인 가구 사망자는 가족(52.1%)이 사망자를 최초 발견한 비율이 절반 이상이었지만, 1인 가구 사망자는 가족 25.6%, 경찰·소방 25.1%, 지인 24.6% 등 최초 발견자가 엇비슷하게 분산됐다.

    1인 가구 사망자의 비정규직 비율(43.7%)은 다인 가구(29.7%)를 크게 웃돌았고, 지속적 빈곤에 따른 스트레스 비율(15.3%) 역시 다인 가구(8.7%)보다 높았다.

    심리 부검 면담에 참여한 유족의 98.9%는 사별 후 정신건강 관련 문제를 겪고 있었다. 사별 후 심리·행동(97.6%), 대인 관계(62.9%), 신체 건강(56.5%), 가족 관계(52.2%) 등에서 변화를 겪었다.

    자살을 떠올리는 '자살 사고'는 56.3%가 경험했고, 심한 우울(20.0%), 심각한 불면증(33.1%) 등 다른 정신 건강 관련 문제도 겪었다.

    유족의 72.7%는 고인의 자살 사망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했는데, 그 이유로는 상대방이 받을 충격에 대한 우려와 자살에 대한 부정적 편견 등이 때문이었다.

    이형훈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심리 부검을 통해 파악한 자살위험 요인을 향후 자살예방정책의 근거로 활용하겠다"며 "자살 시도자 등 자살 고위험군이 보내는 경고 신호에 대한 가족·친구·동료 등 주변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