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4국, 하나 이어 메리츠까지 착수 … 금융권 전방위 긴장 확산KB·신한, 해외사업·IB 확대 속 "다음 타깃 될 수도" 술렁李 '포용금융 평가제' 언급 이후 금융지주 공공성 압박 커져PF·해외법인·계열사 거래 구조까지 세정당국 칼날 촉각
  • ▲ ⓒ각사
    ▲ ⓒ각사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는 국세청 조사4국이 하나금융지주에 이어 메리츠증권까지 정조준하면서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단순 탈세 조사보다 새 정부의 금융 구조 개편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으면서 KB금융지주·신한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최근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은행에 대한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조사가 단순 회계 검증 수준이 아니라 경영진 보수 체계와 퇴직 고문료 지급 구조, 비용 처리 적정성 등을 폭넓게 들여다보는 성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에게 지급된 약 50억원 규모 퇴직 공로금도 조사 범위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 조사 역시 단순 정기 세무조사와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금융권에서는 공격적인 부동산 PF와 IB 영업 과정에서의 수수료 구조, 계열사 간 자금 흐름, 비용 처리 문제 등을 폭넓게 들여다볼 가능성이 거론된다. 메리츠증권은 2024년 PF 만기 연장 과정에서 과도한 수수료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금감원 검사를 받은 바 있다.

    금융권이 긴장하는 이유는 이번 조사가 특정 회사 두 곳에만 머물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국세청 안팎에서는 "업권 전반을 모두 조사할 수는 없지만 대표성 있는 곳부터 들여다보는 방식"이라는 말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자연스럽게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다음 타깃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분위기다.

    배경에는 두 금융지주의 압도적인 실적과 해외·IB 중심 성장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KB금융은 올해 1분기 1조 892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신한금융도 1조 6226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하나금융 역시 1조 127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합산 순이익은 5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증권·IB 부문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KB증권은 올해 1분기 순이익이 3478억원으로 전년 대비 93.3% 증가했고, 신한투자증권은 2884억원으로 167.4% 급증했다. 하나증권 역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보다 증권·IB 부문이 실적을 견인하는 구조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 사업 확대 속도도 빠르다. 인도네시아 법인 KB뱅크는 올해 1분기 약 120억원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캄보디아 프라삭(PRASAC) 역시 1분기 3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거두며 KB금융 해외 수익의 핵심 축 역할을 하고 있다. KB금융은 최근 인도네시아 현지 점포 확대와 디지털 리테일 금융 강화에도 공격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신한금융은 일본 SBJ은행과 베트남 법인을 양대 축으로 글로벌 사업을 키우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올해 1분기 약 600억원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SBJ은행 역시 1분기 400억원 안팎의 안정적인 이익을 낸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의 글로벌 손익 비중이 이미 20%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세무당국 시선 역시 이 같은 해외·IB 영역으로 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조사4국은 통상 해외법인 거래, SPC(특수목적법인) 구조, 계열사 간 자금 흐름, 수수료 배분 체계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PF·대체투자·해외 부동산 딜 비중이 높은 금융그룹일수록 긴장감이 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정권 핵심부의 금융권 압박 메시지도 강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포용금융을 얼마나 실현했는지 평가해 이익이나 불이익을 줄 방법이 없느냐"고 언급하며 사실상 '포용금융 평가제' 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역시 "고신용자 중심 금융 구조는 구조적 모순"이라며 금융권 역할 변화를 주문한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포용금융과 세무·감독 리스크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저신용자 대출, 소상공인 금융 지원, 지역 자금 공급 등이 향후 정책 평가와 감독 기조에 직접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예전에는 얼마나 벌었느냐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어디에 돈을 공급했느냐가 더 중요한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며 "역대급 실적과 주주환원을 이어가는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정책 기조 변화 자체가 가장 큰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