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시력 잃고 변호사에서 음악인으로 변신한 '인간승리' 감동
  • 그의 목소리는 특이하다.

     

    성악 훈련을 받아 안강과 비강을 잘 활용하지만, 루치아노 파바로티처럼 정통 벨칸토 창법은 아닌, 두성이나 안강 공명이 덜된 소리를 낸다. 플라치도 도밍고와 같이 깊은 호흡을 토대로 내는 소리는 더더욱 아니다. 호세 카레라스와 같이 감정을 전달하는 힘도 약하다. 그렇다고 그가 연주하는 음악이 대중음악 쪽은 아니다.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 58).

    그의 음악은 그야말로 보첼리카나(Bocellicana), ‘그만의 음악이다. 그만의 독특한 음악세계지만 그는 쓰리테너 이상의 파괴력을 지녔다.

     

    정통 클래식-대중음악 중간지대인 크로스오버 음악으로 그의 앨범은 전세계적으로 7,000만장 이상 판매됐다. 그는 크로스오버 뮤직의 개척자 중 한 명 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인들은 왜 그의 목소리에 그토록 열광할까. 시각장애를 극복한 강한 열정, 테너의 힘 있는 목소리에 섞여 있는 가녀린 호소력 때문일까.

     

    파바로티의 타계와 도밍고, 카레라스의 고령화로 쓰리테너가 전설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 테너계에 누가 차세대 차세대 쓰리테너인가를 둘러싸고 비평가들의 논란이 분분한 상황에서 그의 존재감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그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94. 세계적인 음악제인 이탈리아 산레모 가요제의 마지막 결선무대에 특이한 청년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일반 참가자들과 달리 시종일관 눈을 감은채 노래하는 그의 모습은 관중들의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노래가 흐를수록 그의 목소리는 대중가요 창법에서 성악창법으로 변하고 웅장한 반주와 탁월한 성악 발성의 멋진 앙상블로 피날레를 맺었다.

     

    관중들은 일제히 감동의 환호를 보냈다. ‘산레모가요제 대상! 안드레아 보첼리!!’를 외치는 사회자 멘트에 그는 여전히 눈을 감고 지긋히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노래를 시작할 때 짐작한 관중이 적지 않았지만, 대상 발표 때까지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던 관중들은 그제서야 알아차리게 됐다. 그는 시각장애자였던 것이다.

     

  • 19589월 이탈리아에서 시골 지역인 투스카니 소농가에서 태어난 보첼리는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부모 덕에 어려서부터 피아노와 플루트 등을 배우며 음악을 접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12세 때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 머리를 심하게 부딪히는 바람에 뇌에 알 수 없는 손상을 입게 되고, 차츰차츰 시력을 잃더니 보름 후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됐다. 누구든 삶을 포기하고 싶은 절망감에 빠질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낙천적 성격의 보첼리는 오히려 더욱 열심히 학업에 매진, 피사대학에 진학 해 법률을 공부하고 법학박사로 법정 선임변호사로 일하게 된다.

     

    보첼리의 마음 속에는 그러나 자신도 어찌 할 수 없는 음악에 대한 열정이 용암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음악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변호사 일을 접고 카페나 바에서 노래를 부르며 레슨비를 벌어, 후학들을 가르치던 세계적 테너 프랑코 코렐리로부터 본격적으로 성악 공부를 시작한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안드레아 보첼리

     

    그에게 뜻하지 않은 기회가 왔다. 이탈리아 최고의 록 가수이며 인기스타인 알델모 쥬케로가 록그룹 U2의 리더인 보노와 함께 만든 ‘Miserere’란 곡에서 자신과 함께 듀엣을 담당할 테너가수를 찾기 위한 데모(Demonstration) 오디션을 열었던 것이다. 사실 그의 마음 속에는 절친했던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듀엣으로 정해놓은 상태였고, 큰 기대없이 형식적으로 진행한 오디션이었다.

     

    그러나 오디션에서 그는 뜻하지 않게 안드레아 보첼리를 발견하고, 보첼리는 쥬케로의 새 노래 데모 테이프를 녹음하게 된다.

     

    녹음은 했지만 쥬케로는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파바로티와 듀엣을 하고 싶었던 쥬케로는 녹음이 끝나자마자 테이프를 들고 파바로티를 찾아가 자신의 데모곡을 파바로티에게 들려주고, 자신과 함께 듀엣을 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그 노래를 듣던 파바로티는 흥분을 가라앉히며 이렇게 말했다.

     

    이 친구 도대체 누구지? 자네가 나를 위해 듀엣 곡을 써준 것은 고맙지만, 내 생각에 이 친구만큼 이 노래를 소화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듯 싶네.”

     

  • 파바로티의 의견을 쥬케로도 인정하긴 했으나 결국 ‘Miserere’의 정규음반 녹음은 파바로티와 진행됐고, 발매와 함께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보다 보첼리의 노래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파바로티는 자신의 연주 스케줄 때문에 쥬케로와 듀엣을 할 수 없는 경우에는 항상 보첼리를 추천해 그에게 많은 연주 기회를 줬다. 보첼리는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세계적 테너와 시각장애 테너. 이렇게 인연이 된 파바로티와 보첼리는 음악의 선후배이자 서로의 팬으로 우정을 쌓아나가게 된다. 1994년 파바로티는 자신의 고향인 이탈리아 모데나에서 매년 열어온 자선음악회에 보첼리를 출연시켜주게 된다. 이날 음악회에서 보첼리는 파바로티와 듀엣으로 무대에 서며 유럽의 모든 음악팬들에게 그를 각인시키게 된다.

     

    이후 보첼리는 유럽과 미국과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최고의 음악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게 됐다. 그의 음반은 발매 때마다 밀리언셀링을 기록하며 대부분의 클래식 연주자들의 기록을 갈아치우기 시작했다.

     

    200796, 세계 최고의 성악가로, 누구보다도 안드레아 보첼리를 후원해줬던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71세의 나이에 췌장암으로 타계하자, 그는 장례식에서 모차르트의 아베 베룸 코르푸스를 부르며, 파바로티에 대한 깊은 슬픔 감사와 존경을 표했다.

       

    안드레아 보첼리와 사라 브라이트만 그리고 <Time to say good bye>

    보첼리를 일약 전세계 스타덤에 올려놓은 음악이 ‘Time to say good bye’. 이 음악은 묘하게 복싱과의 인연을 갖고 있다.

     

    헨리 마스케는 통일 독일에서 복싱을 축구와 함께 최고의 스포츠 반열로 올려놓은 선수로 꼽힌다. 통일 독일 이전 동독 대표로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참가한 헨리 마스케는 서독의 스벤 오트케와의 동-서독 대결은 무산되었지만, 8강에서 스벤 오트케를 이긴 에절튼 마르쿠스를 꺾고 금메달을 획득한다.

     

    프로로 전향한 헨리 마스케는 프로 20전째 경기에서 찰스 윌리엄스를 꺾고 IBF 라이트헤비급 챔프를 차지하게 된다. 챔피언 방어전을 10차례나 하는 동안 마스케는 동서 화합과 함께 복싱을 인기스포츠로 정착화시키는데 기여하게 된다.

     

    1996, LA 올림픽 은메달 출신의 버질 힐과 WBA-IBF 라이트 헤비급 통합 타이틀전이자 은퇴경기를 가지게 된 마스케는, 결과와 관계없이 사전에 은퇴를 결정했다.

  • ▲ 안드레아 보첼리와 사라 브라이트만ⓒ
    ▲ 안드레아 보첼리와 사라 브라이트만ⓒ

    마스케는 팝페라 가수인 사라 브라이트만에게 고별 음악을 연주해줄 것을 부탁했다. 은퇴곡을 정하지 못하던 브라이트만은 우연히 이탈리아의 어느 레스토랑에서 안드레아 보첼리가 ‘Con te Patrio’를 부르는 것을 듣고 크게 감동받아 그에게 함께 부를 것을 제안했다.

     

    브라이트만과 보첼리는 ‘Con te Patrio’Time to say good bye’로 바꿔 오프닝으로 불러 관객들의 눈물을 쏟게 만든다.

     

    헨리 마스케는 이날 21로 판정패하지만, 시합이 끝난 후 2만여명의 관중은 기립해 Time to say good bye를 합창하며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은퇴 후 맥도날드 체인점을 운영하는 등 사업가로 성공했던 헨리 마스케는 2006년 재기를 선언하고 버질 힐과 재경기를 했고, 3: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장애인들에게 꿈을 준 아름다운 사람 안드레아 보첼리

    전세계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준 보첼리는 1998년 잡지 <피플>가장 아름다운 사람들 50중의 한 명으로 꼽혔다.

     

    또 셀린 디온과 듀엣으로 부른 ‘The Prayer’는 영화 <캐멀럿의 탐구 대상>의 주제가로 골든 글로브상의 최고 새 가수상을 수상했고 클래식 앨범 <Sacred Arias>는 미국 클래식 앨범 차트의 톱3 진입과 함께 기네스 세계 기록에 올랐다.

     

  • ▲ 안드레아 보첼리와 사라 브라이트만ⓒ

    또 전 세계에서 2,000만장이 팔린 앨범 ‘Romanza’(1997)는 이탈리아는 물론 캐나다, 유럽과 라틴아메리카 각국에서 최다 판매 앨범으로 기록됐다. 앨범의 첫 싱글 <Time to Say Goodbye>는 독일을 포함한 유럽 전역에서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적으로 1,200만장이 판매되는 등 클래식 앨범의 기록을 잇따라 경신했다.

     

    보첼리에게는 오랫동안 가슴 속 깊이 품었던 오페라 가수로서의 꿈이 있었다. 시각장애인에게 그것은 불가능한 꿈이었다. 그러나 무대의 제약도 보첼리의 열정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그는 머리 속에 무대의 모습을 그리며 자신이 움직여야 할 위치와 그에 따른 발자국 숫자를 모두 외우고는 오페라무대의 주인공으로 출연하게 됐다. 의지로 극복한 그의 음악에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환호했다.

     

    앞을 보지 못하는 비극이 내 삶에 커다란 영향을 줬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하는 보첼리. 그의 음악은 그래서인지 음악 이상의 감동과 환희가 녹아 있다.

     

    음악인으로서 그가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한 인터뷰에서 제 음악을 듣는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는 것이라며 어릴적 제가 누군가를 통해 감동 받았던 것처럼 똑같이 그들을 감동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각장애 음악인으로서 운명을 그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은 내게 눈 대신 목소리로 축복해주셨습니다.”

     

    /박정규 뉴데일리경제 대표/ 음악평론가 skyjk@newdaily.co.kr

     

  • ▲ 안드레아 보첼리와 사라 브라이트만ⓒ

     

     

     

    Time to say goodbye

  • ▲ 안드레아 보첼리와 사라 브라이트만ⓒ

    Quando sono solo

    혼자일 때면

     

    Sogno all’orizzonte

    수평선을 꿈꾸며

     

    E mancan le parole

    침묵에 잠깁니다

     

    Si lo so che non c’e luce

    그래요. 알아요 빛이 없다는 것을

     

    In una stanza quando manca il sole

    방안에 태양이 없을 때면

     

    Se non ci sei tu con me, con me

    만약 당신이 나와 함께 있지 않다면, 나와 함께

     

    Su le finestre

    창가에

     

    Mostra a tutti il mio cuore

    나의 마음을 모두에게 보여줄게요

  • ▲ 안드레아 보첼리와 사라 브라이트만ⓒ

    Che hai accesso

    당신이 켜놓은

     

    Chiudi dentro me

    내 안에 가두세요

     

    La luce che

    그 빛

     

    Hai incontrato per strada

    당신이 거리에서 만났던

     

    Time to say goodbye

    안녕이라 말해야 할 시간

     

    Paesi che non ho mai

    내가 한번 보았고

     

    Veduto e vissuto con te

    당신과 함께 살았던 나라

     

    Adesso si li vivro

  • ▲ 안드레아 보첼리와 사라 브라이트만ⓒ

    지금부터 나는 거기서 살렵니다

     

     Con te partiro

    당신과 함께 떠나렵니다

     

    Su navi per mari

    바다를 항해하는 배들을 타고

     

    Che io lo so

    내가 아는

     

    No no non esistono piu

    아니, 아니,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Con te io li vivro

    당신과 함께 거기서 살렵니다

     

    Quando sei lontana

    당신이 멀리 있을 때면

  • ▲ 안드레아 보첼리와 사라 브라이트만ⓒ

    Sogno all’orizzonte

    수평선을 꿈꾸며

     

    E mancan le parole

    침묵에 잠깁니다

     

    E io si lo so

    그래요 나는 알아요

     

    Che sei con me con me

    그대가 나와 함께 있다는 것을, 나와 함께

     

    Tu mia luna tu sei qui con me

    그대, 나의 달, 당신은 여기에 나와 함께 있습니다.

     

    Con me con me con me

    나와 함께 나와 함께 나와 함께

     

    Time to say goodbye

    안녕이라 말해야 할 시간

     

    Paesi che non ho mai

    내가 한번 보았고

  • ▲ 안드레아 보첼리와 사라 브라이트만ⓒ

    Veduto e vissuto con te

    당신과 함께 살았던 나라

     

    Adesso si li vivro

    지금부터 나는 거기서 살렵니다

     

    Con te partiro

    당신과 함께 떠나렵니다

     

    Su navi per mari

    배를 타고 바다를 향하서

     

    Che io lo so

    내가 아는

     

    No no non esistono piu

    아니, 아니,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Con te io li vivro

    당신과 함께 살렵니다

  • ▲ 안드레아 보첼리와 사라 브라이트만ⓒ

    Con te partiro

    당신과 함께 떠나렵니다

     

    Su navi per mari

    배를 타고 바다를 향해서

     

    Che io lo so

    내가 아는

     

    No no non esistono piu

    아니, 아니,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을

     

    Con te io li vivro

    당신과 함께 거기서 살렵니다

     

    Con te partiro

    당신과 함께 떠나렵니다

     

    Io con te

    당신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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