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위기 넘겼지만 … 시장은 국면 전환 글쎄뒤늦은 개입·세제 처방 논란 … 타이밍 놓쳤다 비판 고조대통령실·경제팀 인식 체계 도마 위 … 컨트롤타워 부재 지적추세 안정 실패 땐 정책 실패 프레임 불가피 … 신뢰 회복이 관건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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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선을 위협하던 원달러 환율이 정부의 강력한 개입 이후 단기간에 급락하며 외환시장은 일단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안정 국면 전환으로 보지 않고 있다. 대응 시기가 늦고 처방이 단기 개입에 치우쳤다는 지적 속에 고환율을 둘러싼 구조적 불안과 정부 경제팀의 정책 역량·컨트롤타워 기능에 대한 책임론이 되레 커지고 있다.
- ▲ 원달러 환율. ⓒ뉴데일리DB
1500원 방어라는 상징적 고비는 넘겼지만 이를 추세 안정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책 신뢰 회복 여부가 향후 환율 흐름은 물론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를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다.
25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새벽 2시 원달러 환율은 전장 종가 대비 37.9원 급락한 1445.70원에 마감했다. 야간 거래까지 포함한 낙폭은 지난 4월 이후 가장 컸다. 정규장 종가(1449.80원)보다도 추가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까지만 해도 연고점 돌파 우려가 나왔지만 정부와 한국은행의 강도 높은 구두 개입 이후 흐름이 급반전했다. 이어 외환 수급 안정 대책 발표와 함께 국민연금·한국은행 간 외환 스와프를 활용한 환헤지 소식까지 더해지면서 하락 폭이 확대됐다.
정부는 '원화 약세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데 이어 해외 투자 쏠림 완화를 위한 세제지원과 외화 유동성 보강책을 내놓으며 환율 안정 의지를 분명히 했다.
시장에서는 일단 1500원 방어 의지가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환율은 1400원대 중반, 내년 초 1400원대 초반까지 추가 하락 가능성도 열려 있다"며 "정부의 개입 의지가 분명히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만 기대와 경계는 여전히 공존한다. 이번 급락을 두고 중장기 추세 변화로 보기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누적된 안정 조치로 상단 부담은 완화됐지만 환율 하락 폭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세제지원은 법 개정 등 현실적 제약이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남는다"며 "최근 환율 흐름은 개인보다 금융기관·기업 수요가 좌우한 만큼 변동성은 여전히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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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면을 두고 정치권과 시장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지점은 타이밍이다. 1400원대 초중반에서 이미 경고 신호가 분명했지만 정책 대응이 한발씩 늦었고 환율이 가파르게 치솟은 이후에서야 강도 높은 메시지와 대책이 쏟아졌다는 비판이다. 이 과정에서 경제팀의 판단력과 컨트롤타워 기능은 물론 대통령실의 인식 체계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 ▲ 기획재정부.ⓒ뉴시스
여권 내부에서는 대통령실 참모 라인과 경제팀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경제부처 업무보고 등에서 환율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점을 두고 참모들의 현실 인식이 뒤처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경제학과 교수 역시 "정부는 한국은행까지 총동원해 환율 급등을 막으려 하는데 정작 대통령은 사실상 빠져 있는 모습"이라며 "업무보고에서도 환율 관련 발언이 없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구윤철 부총리는 기획재정부 출신이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국무조정실장 등을 지내며 실물 경제 현장을 직접 다뤄본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역시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요직을 거쳤지만 이후 민간 금융·투자 분야로 옮겨가며 거시 경제·환율 정책을 총괄하는 역할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지적이 따른다.
야권은 공세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날 논평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은 원달러 환율 급등 국면에서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이는 무책임을 넘어 무능의 영역"이라며 "민생 위기가 커지는데도 투자유치 환경 조성이나 재정 건전성 회복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정치적 행보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이번 환율 급락이 정부 경제팀에 오히려 더 큰 시험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포 심리를 꺾는 첫 고비는 넘겼지만 이를 추세 안정으로 연결하지 못할 경우 정책 신뢰가 더 흔들릴 수 있어서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다시 1470~1480원대로 되돌아갈 경우 정책 실패 프레임이 공식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 경제 전문가는 "이번 환율 급락은 정부의 개입 의지를 확인하는 신호탄인 건 맞지만 이를 추세 안정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정부의 정책 설계 능력과 일관성에 달려 있다"며 "일시적 진정에 그친다면 시장은 더 빠르게 정부를 시험할 것"이라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