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 한 돈 93만원대 … 100만원 돌파 '가시권'지정학적 긴장·금리 인하 기대 겹쳐 안전자산 수요 급증은·구리까지 동반 상승 … 원자재 시장 전반 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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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금값이 연말을 앞두고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금 한 돈 100만원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정학적 긴장과 통화 완화 기대가 맞물리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다시 강해진 영향이다. 은과 구리 등 주요 원자재 가격도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4505.7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다. 올해 초 대비 상승률은 약 70%로, 제2차 오일쇼크가 있었던 1979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 폭이다.

    국내 금값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기준 순금 1돈(3.75g)의 매입 가격은 93만6000원으로 집계됐다. 연초 대비 70% 이상 오른 수준으로, 최근 한 달간 상승률도 11%를 웃돈다. 시장에서는 순금 한 돈 가격이 조만간 100만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안전자산 수요가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수세 확대가 올해 금 가격 상승의 동력을 제공했다.

    미 행정부는 카리브해 지역을 오가는 마약 카르텔 선박을 단속한 데 이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주요 자금원인 원유 수출을 차단하기 위해 유조선을 나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확대가 가격 상승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 가격 상승과 함께 금을 기초자산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금현물’ ETF는 올해 들어 66.57%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개인투자자 순매수 규모는 1조1440억원에 달한다. 지난 15일 기준 해당 ETF의 순자산액은 3조5580억원으로 3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은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다. 국제 은 현물 가격은 한국시간 22일 오후 1시 15분 기준 온스당 69.4549달러을 넘어서며 종전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은값 상승률은 13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 금값과 은값은 이란의 이슬람 혁명으로 유가가 급등했던 1979년 이후 가장 큰 연간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산업용 금속인 구리 역시 공급난 우려 속에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3개월 선물 가격은 장중 톤당 1만2159.50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1만2000달러선을 넘어섰다. 구리는 올해 들어 35% 넘게 상승해 2009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 폭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금과 은 가격의 우상향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JP모건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내년 국제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금 매입과 지정학적 불안이 가격 하단을 지지하고 있어, 글로벌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조정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