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전화영업, 규제 강제할 근거법률 없어'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법, 800여 일간 국회 계류

  • 올 들어 금융권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소비자의 개인정보 관리를 더욱 강화하고, 소비자보호를 더 활성화하기 위한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해당 법안은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국회만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 비대면 금융상품 영업, 막을 수 있는 근거법률 없어

최병철(32·운송업) 씨는 한동안 금융사에서 걸려오는 상품가입 권유 전화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 화물차 운전이라는 직업 특성 상 밤에 주로 일하고 낮에는 휴식을 취하는데, 영업 전화가 단잠을 깨우곤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화기를 꺼 둘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전화기가 알람시계 역할을 대신할 뿐 아니라, 화주에게서 급한 연락이라도 오면 즉시 달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최 씨는 "최근 들어 단잠을 방해하는 금융상품 가입 권유전화가 다소 줄긴 했다. 하지만 그런 전화가 언제 다시 걸려올지 몰라 여전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보험사와 금융투자회사·카드사 등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가 올해 들어 줄어든 것은 금융당국과 각 업계가 자체 가이드라인 마련을 통해 비대면영업을 자체키로 했기 때문이다.

당국과 각 업계는 지난 4월부터 이 가이드라인을 실시하고, 위반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자율 규제를 실시키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강제할 수 있는 근거 법률은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탓이다.

신용정보법에는 무차별적 비대면영업에 개인정보 활용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외에 △신용정보관리인의 권한 및 의무 강화 △금융사 등의 개인정보 보유기간 축소 △개인신용정보 보호요청제도 도입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 금융위설치법, 800여일 가까이 국회 머물러

금융소비자 보호만을 전담하는 조직을 새로 만드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금융위설치법) 역시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금융위설치법은 대한민국의 금융 정책을 총괄하고 금융기관들을 지휘·감독하는 기관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존재를 위한 법적 근거가 되는 법률이다. 여기에 금융소비자보호업무만 전담하는 금융기관인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만들자는 게 개정 법안의 골자다.
 
금융위설치법 개정안은 경제활성화 법안 중 국회에서 가장 오래 머물러있는 법안으로도 손꼽힌다. 지난 2012년 7월 6일 발의된 이 법안은 798일째 국회에 잠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