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주거지역 승인 늦어져 사업진행 '빨간불'주판알 튕기는 LH, 주민 불편 '나 몰라라'
  • ▲ 수원 팔달구 고등지구 주거환경개선 사업 현장.ⓒ뉴데일리경제
    ▲ 수원 팔달구 고등지구 주거환경개선 사업 현장.ⓒ뉴데일리경제

     

    경기 수원 팔달구 고등동 주거환경개선사업지 인근 주민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사업지연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수년째 방치된 사업지는 우범지대로 변모했다. 실제 사업지와 인접한 지동에서는 지난해 '토막살인'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7일 뉴데일리경제는 고등동 주거환경개선사업 현장을 찾았다. 고등동 주민센터 뒤편, 1블록은 철거가 완료돼 높은 펜스가 둘러쳐 있었고, 건너편 2블록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건물들이 스산한 분위기를 풍겼다.

    2블록에 도착하니 지역 파출소의 경고 현수막이 입구를 막고 있었다. 그러나 몇몇 입구에선 이러한 경고조차 없었다. 출입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현장에 들어가 보니 쓰레기더미와 폐기물들이 곳곳에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폐가와 다름 없는 건물들로 안전사고에도 취약해 보였다.

    인근 주민들의 주거환경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60대 주민은 "이주를 시작한 지 4∼5년 정도 시간이 흘렀지만, 동네 분위기는 갈수록 흉흉해지고 있다"며 "LH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곳은 LH가 고등동 일대 36만2655㎡ 부지에 1조7705억원을 투입, 총 4906가구를 새롭게 짓는 주거환경개선지구다.

     

    지난 2004년 민간 뉴타운 건설사업으로 확정됐으나 2006년 주거환경정비구역으로 고시됐다. 계획대로라면 2016년 12월 완공이지만 사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이주지연으로 공사 착수가 늦어진 탓이다.

     

    실제 이곳은 2008년 11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2012년 말 보상을 완료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에야 1블록 철거를 시작했다.

    인근 개업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고등지구는 고도가 높아 용적률 제한이 있어 사업성이 열악한 게 사실"이라면서 "보상비 문제로 몇몇 주민들이 최근까지 버티다가 강제 집행으로 현재는 이주가 완료된 상태"라고 말했다.

  • ▲ 고등지구 2블록은 철거가 마무리됐지만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뉴데일리경제
    ▲ 고등지구 2블록은 철거가 마무리됐지만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뉴데일리경제


    사업이 지연되면서 LH의 손실액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LH는 이 사업에 약 8000억원을 이주비용으로 사용했다. 결국, 손실보전을 위해 지난해 초 수원시에 용적률 상향조정과 2블록 일부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해달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양측은 용도변경을 놓고 올초 협의를 벌였으나 결론이 나오고 있지 않다. 

     

    수원시가 LH의 요구에 답을 지연하는 이유는 기부채납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서다. LH도 기부채납이 증가할수록 적자 폭은 커지기에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결국, 사업 지연으로 애꿎은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었다.

    한 60대 남성은 "LH가 적극적으로 사업을 속히 진행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고등동을 내버려 두고 주민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수원시는 토지용도 변경 요청을 검토하겠다는 회신을 LH 측에 보냈다고 밝혔다. 

     

    시청 관계자는 "기부채납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법'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 문제 될 것이 없다"면서 "현재 관련 법령을 검토 중으로, 세부사항이 마무리되면 LH 측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LH의 입장은 조금 달랐다.

     

    LH 관계자는 "용도변경과 관련해 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행정절차가 진행된 것은 없다"며 "시청으로부터 회신을 받은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수원시와 LH의 합의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다. LH의 손실 보전을 위한 대책이 없다면 사업진행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주민들도 LH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한 40대 여성은 "적자에 허덕이는 LH가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업을 진행하겠느냐"면서 "주민들도 LH에 의구심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주변 재건축 사업이 생각만큼 안 풀리고 있어 인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다"면서 "때문에 고등지구 사업도 지연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 ▲ 고등지구 출입을 금지하는 경고문.ⓒ뉴데일리경제
    ▲ 고등지구 출입을 금지하는 경고문.ⓒ뉴데일리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