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커뮤니케이션 지주회사,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핀테크 육성으로 생존 모색한다


  세계적인 프랑스의 대행사 지주회사인 퓌블리시스 그룹(Publicis Groupe)이 창립 90주년 기념의 일환으로 수천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해 우수 스타트업 90 개 회사에 투자하겠다고 지난 1월 17일 발표했다. 

  퓌블리시스90이라 불리는 이 사업의 요지는 90개 우수 스타트업에 최저 1만 유로부터 최고 50만 유로씩 배정하겠다는 것. 최대 50만 유로라는 투자액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벤처 캐피털 규모에 비하면 그리 큰 액수는 아니다. 하지만 퓌블리시스의 광고주, 협력업체, 미디어회사에서도 함께 투자할 예정이라 최대 액수는 백만 유로 단위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퓌블리시스가 찾는 건 주로 광고 관련 기술업체나 재무 관련 기술업체(Fintech)다. 퓌블리시스90에 선정되려면 퓌블리시스가 17일 개설한 웹사이트(http://www.publicis90.com/#/publicis90)를 이용해 아이디어를 제출하면 된다. 회장인 모리스 레비(Maurice Lévy)와 디렉터 급 이하 퓌블리시스 직원을 포함해 전세계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다고. 

  피블리시스는 1945년 파리의 무명 광고대행사로 출발해 오늘날 WWP와 함께 세계 양대 대행사 지주회사로 꼽힌다. 전세계 105개국 202개 도시에 대행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덴츠나 사피엔트니트로(SapientNitro) 등과 국제적으로 합작하는 글로벌 회사다. 그런 퓌블리시스가 굳이 기술 관련 스타트업을 육성하려는 까닭은 무엇일까? 

  광고나 홍보는 본질적으로 미디어와 뗄 래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그러나 웹이나 모바일 등 이전에 없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도입된 이래, 기업들은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꼭 미디어에 의존할 필요가 없음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 

  물론 기업들이 막대한 독자와 시청자를 보유한 미디어들을 하루아침에 버리고 독자적인 기술로 만들어낸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만을 이용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매체비를 들이든 안 들이든, 캠페인의 성공여부는 미디어들의 반응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뛰어난 크리에이티비티로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화제를 일으킨 마케팅이나 홍보 캠페인들, 가령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칸 국제광고제)과 같은 광고제 수상작들을 살펴보면, 신문이나 텔레비전은 물론 웹 등 언론매체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더 떨어지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다. 그렇다면 매체에 광고를 ‘대행’해주는 광고대행사들의 수익구조에도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퓌블리시스의 이번 행사는 따라서 대단히 혁신적이거나 선구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수많은 광고대행사들이 일찍부터 ‘앞으로 먹고 살 일’을 걱정하고 있었으며, 이 문제는 대행사들이 모인 곳마다 단골 의제가 되어왔다. 

  광고주 기업들 역시 일찍부터 이 일에 대비해왔다. 한 예로, 유니레버는 2015년부터 이미 칸 라이언즈에서 기술 스타트업 기업을 선정해 이들을 지원해주고 있다. 광고주들을 위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제안하는 스타트업들은 파운드리50(Foundry50)이라 불리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광고주 기업과 미디어기업을 만나 제휴할 수 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크리에이티비티 업계의 이 지각변동은, 대행사와 미디어에겐 위기일지 몰라도 광고주와 소비자들에겐 기회다. 머지않아 광고주들은 정교한 타게팅으로 필요한 오디언스와 적절히 커뮤니케이션함으로써 매체비를 절약할 것이고, 소비자들은 귀중한 시간과 관심을 관심 있는 정보에만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미디어회사의 몰락을 만양 환영하기만 할 순 없다. 정말로 필요한 양질의 정보는 결국 미디어회사에서 생산하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체계가 무너진다면 소비자들은 양질의 콘텐트를 무료로 즐길 방법을 잃게 된다. 국내외 많은 미디어회사에서 유료화 등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확실한 해결책은 등장하지 않았다. 앞으로 10년 후, 지금의 미디어회사들은 멸종할 것인가, 생존할 것인가? 한 가지, 설사 생존한다 하더라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리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연수 기자 mermadam@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