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평] 7~9일 민속극장 풍류에 펼쳐진 '판오페라' 성공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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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고 형님. 먹을 것 좀 얻으러왔소.” (흥부)

    “야 이놈아.. 나 한테 동생이 있었더냐. 너 같은 놈에게는 쌀 한 톨도 못준다.”(놀부)

    “서방님. 흥부놀부전 하이라이트는 주걱으로 뺨 한 대 때리는 것 알고 있지유. 이리 와서 뺨 한 대 맞아 보슈!” (놀부의 처)

     

    7~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민속극장 <풍류>에서 6회에 걸쳐 펼쳐진 판오페라 ‘흥부와 놀부’는 한국적 오페라의 성공 가능성을 활짝 연 공연이었다.

     

    판소리와 오페라를 어떻게 접목할지 궁금해 하던 관객들에게, 동서양의 성악음악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눈 앞에서 보여줬다.

     

    특히 판소리와 오페라의 음악적 요소 뿐만 아니라 적절한 해학과 관객들과의 교감성 면에서 이번 공연은 대성공을 이뤘다는 평가다. 공연을 감상한 전문가들마다 ‘판오페라야말로 대한민국의 특화된 콘텐츠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새로운 자산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연은 판소리 명창(도창)이 등장해 흥부놀부전을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이어 펼쳐진 오페라의 주요 배역들은 성악가들이었지만, 중간 중간 등장한 판소리 명창들과의 조화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이번 공연에서 관심 중 하나는 흥부전의 가장 중요한 캐릭터인 ‘제비’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제비 역할은 무용수가 맡았다. 흰색-검정색의 조화를 이룬 옷을 입은 무용수가 하늘하늘 춤을 추며 제비가 날아드는 모습을 그렸고, 놀부는 능청스럽게 제비 다리를 꺾는 상황을 연출했다. 처음 보는 관객들도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을만큼 예술적으로 잘 승화시킨 장면이었다.

     

    놀부가 마지막 박을 터뜨리자 저승사자들이 나타나 놀부의 목을 쳐 저승으로 데리고 가려고 하려던 찰나 흥부가 나타나 눈물로 형님을 살려줄 것을 사정하고, 저승사자들이 흥부의 청을 들어주면서 극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 이번 판오페라 흥부와 놀부는 김정수 대본에 지성호가 작곡한 것이다. 1시간 30분 공연을 위해 조승철(연출) 정명기(조연출) 송은주(지휘) 손민숙, 유수연(음악코치) 김형대, 김경희(기획)등이 무대 뒤에서 땀을 흘렸다. 판소리 도창은 김금희, 신정혜가 맡았다.

     

    흥부는 강전욱, 노경범, 놀부는 김은수, 장철준이 담당했다. 또 김경희, 오신영(흥부처) 윤현정, 이은신(놀부처) 김동섭, 김명원(마당쇠)가 열연하면서 큰 갈채를 받았다.

     

    출연진들은 성악적 역량과 함께 오페라부파 형식으로 꾸며진 이번 오페라의 배역들을 능청스럽게 연기해 각자의 역할마다 최상의 실력을 표출해냈다.

     

    무엇보다도 이번 ‘흥부와 놀부’가 자연스럽게 판소리-오페라 접목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 판오페라의 총예술감독을 맡은 하만택 교수(코리아아르츠그룹 대표)가 유럽의 콩쿨을 휩쓴 정통오페라 가수이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평가다.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한 하 교수는 1996년 이탈리아 푸치니음악원으로 유학했고, 2000년 독일 쾰른극장으로 스카웃돼 쾰른국립음악대학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공부했다. 이탈리아 비옷티 국제콩쿨, 오스트리아 페루치오 탈리아비니 국제콩쿨에서 우승했으며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이번 공연을 감상한 한일호 MAP그룹 대표는 “흥부전은 원래 판소리 작품이지만, 역으로 오페라를 기본틀로 하면서 판소리를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탁월한 연출력과 음악적 감각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하교수의 역량이 빛을 발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흥부와 놀부’와 같은 창작오페라들의 경우 해외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 공연물로 승화시키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러한 구상들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

     

    특히 한국인만이 알 수 있는 상황들을 글로벌 감각에 맞도록 손질하고, 대본을 영어나 중국어 등 자막으로 준비하는 등 보완작업들이 뒷받침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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