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뇌가 보장해줄 백세 시대
  •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옛말이 있다. 

    요즘 같은 백세시대에 이 말은 말 그대로 “옛말”에 불과할 뿐이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서양미술 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사람으로 사랑받고 있는 고흐는 당대에 인정받지 못하고 가난에 허덕이며 살다가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쳤다. 

    내가 늘 품고 있던 하나의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최근에 깨달았다. 고흐는 잘 팔리고 돈이 되는 그림을 “안 그린 것인가? 아니면 못 그린 것인가?”하는 궁금증이었고, 이에 대한 답은 동문서답처럼 들리겠지만, “고흐가 너무 일찍, 3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이다. 고흐가 30년만 더 살았더라면 아마 그는 생애에 자신의 그림을 충분히 인정받았을 것이다. 

삼십대라는 나이는 바로 자신만의 색깔을 발견하고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나이에는 결코 세상과의 협상이나 타협이 이루어지기 힘들다.  자신의 내부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열정으로 너무 충분하다 못해 이를 주체하기가 힘든 시기, 바로 “젊음”이라는 특권은, 자칫 타인에게 도전 혹은 도발로 비추어지고 이를 인정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러한 문제는 바로 세월이 해결해 주며, 이를 위해서는 건강, 이 건강으로 누리는 긴 인생이 필요한 것이다. 

더 이상 인생이 짧지 않은 백세 시대에, 인생은 이제 예전처럼, 불사르던 젊음과 함께 사라져버릴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물론 건강관리를 잘 할 때 해당되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결론적으로 현대의학은 시간이 갖는 제약을 거의 해제 시켜준 것이다.  

결국 이 시대는 오래 사는 것이 관건이고, 가장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뇌가 건강한 사람, 나를 컨트롤 할 뇌가 생생한 사람이 될 것이다.  

뇌섹남, 뇌섹녀, 뇌섹... 
최근 유행하기 시작한 신조어들이다.

“섹시하다”는 말이 아무리 매력적이어도 그렇지, 뇌에다가 섹시함을 붙일 생각을 하다니,,, 참 재밌는 발상이다. 

“기계화” 가 육체를 이용한 단순 노동을 감소시킨 대신 헬스클럽에서 “body-building”을 하게 만들었듯이, "인공지능"은 정신적 노동대신 “brain-building"을 하게 만들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지성과 감성을 종합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분야별 개발 프로젝트가 필요하지 않을까? 

몸의 근육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엄청나게 반복적인 운동이 필요하다. 그런데 진정으로 내 몸을 자유롭게 컨트롤 할 수 있으려면 단순히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균형감각, 전체적인 근육의 밸런스, 운동 신경,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관리 되어야 한다. 

  • 우리의 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의 사고를 구성하는 영역들은 무궁무진하다. 언어, 감성, 예술, 체육, 수학, 과학, 도덕성, 판단력, 건축, 생활에 필요한 온갖 잡다한 지식과 응용력, 끊임없이 생성되는 새로운 개념들...

    뇌의 어느 부위가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지에 관한 연구를 통해 뇌지도(brain map)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수 년 전부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와 앨런 브레인 아틀라스 프로젝트가 있다.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에서는 뇌세포와 이들 뇌세포 사이사이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해부학적, 기능적 연관성을 찾고 있고, 앨런 브레인 아틀라스 프로젝트에서는 인간 뇌에서 뇌세포가 어떤 유전자를 사용하는지, 그 유전자로부터 어떤 단백질이 생성되는지, 뇌의 다양한 기능에 사용되는 단백질이 무엇인지를 밝혀 뇌전사체지도를 완성했다. 

    최근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에서 발표한 대뇌피질 뇌지도에서는 대뇌피질을 180개 영역으로 나누어 각 영역의 기능을 정리한 뇌지도를 완성하여 기존 대뇌피질 뇌지도보다 2배 정밀한 지도를 만들었다. 이러한 대뇌피질 뇌지도를 정밀하게 완성하게 되면 치매, 파킨슨병, 우울증, 자폐증 등 뇌와 관련된 질환의 특정부위를 찾아 이를 치료함으로써 치료의 정밀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한국에서도 뇌단백질체(프로테옴)지도를 만들고 있고, 이러한 연구를 통해 조만간 치매의 치료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뇌에 관한 연구 결과는 단시일에 만들어지기에는 아직도 먼 우주와 같은 연구 프로젝트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꾸준한 두뇌 활동을 통해 뇌를 단련시킴으로써 우리는 노화와 함께 진행되는 뇌의 위축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스에서는 최근 20대와 맞먹는 기억력과 집중력을 가진“슈퍼노인”이 되는 방법을 담은 연구결과를 실었다. 이에 따르면 격렬한 두뇌 활동 훈련을 통해 뇌피질의 위축을 막아 젊은이의 뇌와 같은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아직 뇌 활동을 활성화 시키는 프로그램에 관해서는 뚜렷하게 개발된 바가 없다. 다만, 단순 암기나 지식의 반복적인 활용보다는 영역과 영역을 연결하는 복합적인 사고와 상상력이 뇌 건강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서서히 서막을 올리고 있는 인공지능의 시대에 우리는 인공지능에게 맡겨야 할 지적 활동과 나 자신의 뇌를 위해 해야 할 지적 활동이 무엇인지를 구분하고 이왕이면 보다 더 내게 유익한 지적 활동을 찾고 이를 향유해야 할 것이다.
    /서울적십자병원 병리과장(Ph D,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