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6개월 만에 21조→31조 급증변동성 장세에 급락 시 반대매매 악순환 외국인 선물시장 10조원 순매도미 AI CAPEX 리스크·고용 둔화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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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 신용융자 잔액이 31조원에 육박하며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 5000 돌파 속에 개인투자자들의 레버리지 투자가 급증하며 대형주 중심으로 빚투가 집중되고 있다. 반면 외국인은 현물과 선물시장에서 동반 매도에 나서면서 증시 변동성 확대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국내 증시 신용융자 잔액은 30조786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일엔 30조9352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한 뒤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으로, 대표적인 ‘빚투’ 지표다. 연초 이후 주가 상승 흐름 속에서 개인투자자들의 레버리지 투자 수요가 이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불과 6개월 전인 지난해 8월만 해도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1조원대 수준이었다. 이후 증시 호황과 함께 빠르게 불어났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한 지난해 10월27일에는 24조8000억원을 기록했고, 12월5일에는 처음으로 27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는 1개월여 만인 이달 8일 28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불과 열흘 남짓 만에 29조원을 넘겼고, 다시 30조원대에 진입했다. 코스피 5000 돌파 기대감이 확산되며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든 결과다.

    시장별로 보면 5일 기준 코스피 시장 신용융자는 20조4668억원, 코스닥 시장은 10조320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신용융자의 약 66.7%가 코스피, 33.3%가 코스닥에 분포했다.

    종목별로는 대형주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 신용융자 잔고 상위 5개 종목은 삼성전자 1조9809억원, SK하이닉스 1조6271억원, 현대차 8548억원, 두산에너빌리티 8447억원, 알테오젠 624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합산 규모는 약 5조9300억원으로 전체 신용융자 잔고의 약 19%에 달한다.

    최근 흐름을 보면 반도체와 자동차 대형주 중심으로 신용거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신용융자는 1월 29일 1조7903억원에서 2월 4일 1조9809억원으로 약 1906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1조4861억원에서 1조6271억원으로 약 1410억원 증가했고, 현대차 역시 7794억원에서 8548억원으로 약 754억원 확대됐다.

    특히 반도체 대표주 두 종목에는 최근 일주일 기준 약 3300억원 규모의 신용자금이 추가 유입됐다. 업종 실적 기대와 지수 상승 흐름이 맞물리며 레버리지 투자 수요가 계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같은 기간 공매도 거래도 대형주 중심으로 확대됐다. 1월 29일부터 2월 4일까지 누적 공매도 거래대금 상위 종목은 현대차 약 5319억원, SK하이닉스 약 4618억원, 삼성전자 약 4473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신용 매수 확대와 함께 시장의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할 경우 반대매매가 발생해 보유 주식이 강제로 처분되기 때문이다. 특히 단기간에 지수가 급등한 이후 조정 국면에 접어들 경우 대규모 반대매매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며 하락 폭을 키우고 투자자 손실을 확대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말 미국 증시는 각종 악재를 딛고 반등에 성공했지만 AI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  비트코인 폭락 등은 언제든 미국 증시를 강타할 뇌관으로 꼽힌다. 만일 미국발 악재로 우리 증시 조정이 길어질 경우 개인투자자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코스피200 지수선물을 약 10조원가량 순매도하며 선물시장에서는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코스피 현물시장에서도 약 16조7000억원을 순매도했다. 매도 물량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주에 집중됐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대규모 자본투자(CAPEX) 리스크가 불거진 데다 고용경기 악화와 금·은 가격 급락 등 악재가 겹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더 가속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신용융자 증가는 실적 개선 기대가 큰 대형주에 레버리지가 집중되는 구조라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지수가 조정 국면에 들어설 경우 반대매매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국인이 현물과 선물시장에서 동시에 하락에 베팅하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만 공격적으로 레버리지를 늘리는 것은 위험 관리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