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증시 호황에 법인세·거래세 동반 회복 … 3년 세수 결손 탈출 신호초과세수 기대 속 추경론 재부상 … 정부는 "논의 없다"며 신중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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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업황 회복과 증시 활황에 힘입어 올해 국세 수입이 예상을 웃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적자국채 발행 없이 초과세수를 활용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4년간 이어진 '세수 펑크' 흐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정치권과 시장에서는 지방선거 이전에 최대 20조원 안팎의 이른바 '빚 없는 추경' 시나리오까지 제기되고 있다.

    8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최근 기업 실적 개선과 내수 회복 흐름 등을 바탕으로 올해 국세 수입이 당초 예산 전망치를 상회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정부가 편성한 올해 국세수입 예산은 390조2000억원으로, 지난해(추경 기준)보다 18조2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세수 개선의 핵심 요인은 법인세다. 올해 법인세 예산은 86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조원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업황이 회복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된 점이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실적은 3월 법인세 신고와 8월 중간예납을 통해 단계적으로 세수에 반영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이 개선되고 있다"며 "올해 실적 흐름이 이어질 경우 법인세 수입에도 추가적인 증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대기업에 대한 세수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기업 실적 개선은 근로소득세 증가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대기업들이 대규모 성과급 지급을 예고하면서 근로소득세 규모도 정부의 당초 전망을 웃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 근로소득세 수입을 전년보다 3조7000억원 늘어난 68조5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거래세도 주요 세수 확대 요인으로 꼽힌다. 코스피가 5000선을 돌파하는 등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거래대금이 급증한 데다, 올해부터 증권거래세율이 상향 조정되면서 세수 증가 효과가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증권거래세 수입이 전년보다 1조5000억원 늘어난 5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세수 여건 개선 전망을 바탕으로, 연초부터 추경 편성 가능성이 시장을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국채 발행 없이 초과세수를 활용한 추경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10조~20조원 규모의 추경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재정당국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1월 세수 실적조차 최종 집계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간 세수 흐름을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연초 흐름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고, 최소한 3월 법인세 신고 이후에야 윤곽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가재정법상 추경 편성 요건도 변수다. 전쟁·대규모 재해나 경기 침체 등 명확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추경 추진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 여기에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이른바 '벚꽃 추경'이 추진될 경우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경기 활성화라는 명분 뒤에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 신호가 올 때마다 관행처럼 추경을 꺼내 들고 선거 일정에 맞물려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미래 세대의 몫을 정치적 필요에 의해 미리 당겨 쓰는 무책임한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추경을 편성할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추경 예산 편성 가능성을 공식화하더니,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는 "엄청난 규모로 몇 조 원, 몇십 조 원씩 적자국채 발행해서 추경하는 것은 안 한다"고 일축했다.

    재정당국은 "현재 정부 내에서 추경 논의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반도체 호황과 증시 활황에 따른 세수 회복 흐름이 이어질 경우, 초과세수를 활용한 재정 운용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