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삼성 부정한 청탁 받은 청와대 '복지부-국민연금' 움직여"삼성, 증거 어디에도 없어…실패시 오히려 '8조' 손실"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놓고 특검과 삼성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27일 열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33차 공판 역시 합병을 놓고 청와대의 개입과 부정한 청탁 여부가 집중 다뤄질 전망이다.

    특검은 합병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목적이라 판단하고 있다. 삼성의 부정한 청탁을 받은 청와대가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압력을 가해 합병 찬성을 유도했다는 논리다. 이 과정에서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열리지 않도록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와 달리 삼성은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목적이었다는 대전제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가 복지부나 국민연금에 압력을 가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부정한 청탁도 없었다는 반박이다. 국민연금이 내부 투자위에서 찬성을 결정한 것 역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정당한 절차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민연금 특혜? 내부 사정을 모르는 의혹제기 불과"

    국민연금은 기금자산의 수익성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있다. 국민의 세금인 기금자산을 활용해 최고의 수익을 얻기 위해 고민한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의 상급기관이자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연금재정과가 활동하는 이유도 같은 이유다.

    특검은 국민연금이 전문위가 아닌 투자위에서 합병 찬성을 결정한 배경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전문위에 부의된 SK와 SK C&C과 달리 투자위가 독단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판단이다.

    청와대 행정관이 복지부 사무관과 주고 받은 이메일과 문자메시지가 의심의 대상이 됐다.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의 지시를 받은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물산 합병을 알아본 배경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삼성은 의혹제기식 억측이라는 반응이다. 국민연금의 내부 사정을 알지 못한채 끼워맞추기식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반박이다. 실제 국민연금 기금운용지침에 따르면 전문위는 투자위의 의결이 난항을 겪거나 곤란에 빠졌을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최된다. 국민연금 내부에서 의견이 분분할 경우 외부인사들의 도움을 받아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물산 합병의 방향성은 명확했다. 기금자산의 수익성을 고려했을 때 '의결이 난항을 겪거나 곤란에 빠질 가능성'이 희박했다는 의미다. 국민연금은 합병 당시 물산 지분 11.2%, 제일모직 지분 4.8%를 보유하고 있었다. 합병일(2015년 7월 17일)을 기준으로 각각 1조2200억원, 1조1800억원의 주식을 보유한 셈이다.

    국민연금은 물산의 입장과 제일모직의 입장 두 가지를 따져야했다. 어떤 결정에서든 '기금자산의 수익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겨야했기 때문이다. 한국지배구조원, 서스틴인베스트, ISS 등 다수의 자문기관에 분석을 의뢰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장의 증언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그는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한 이유는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하기 위해서였다"며 "합병과 관련된 의결권과 전문위 부의 여부는 국민연금에서 스스로 결정한 사안이다. 결과를 청와대에 승인받았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결국 모든 결정은 기금자산의 수익성을 위한 선택으로 '청와대의 개입으로 국민연금이 수 천억원의 손해를 무릅쓰고 합병에 찬성했다'는 특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비율-시점-가치' 등 현행법 근거…무산시 최대 '8조원' 손실"

    지난 23일 3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신 삼성물산 사장은 특검의 주장에 불편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특히 '경영상 판단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는 "합병이 안됐다면 엄청난 기회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라며 합병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했다.

    특검은 국민연금이 적정 합병비율을 '1:0.46'으로 판단했음에도 이보다 불리한 '1:0.35' 비율로 합병하며 수 천억원의 손해를 자초했다고 주장한다. 이로 인해 적게는 1380억원에서 많게는 5900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매도시점과 기업가치, 시너지 효과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물산의 주가가 떨어지는 상황에 매도를 시작했고, 기업가치도 실제와 다르게 축소됐다는 것이다. 

    이같은 주장에 삼성과 증권가는 절차에 대한 이해가 없는 문제 제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법에 근거해 산출된 합병비율과 산정절차를 조작이라 매도하는 건 무책임한 의혹제기라는 반박이다.

    실제 1:0.35라는 합병비율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176조의 5)'에 따라 산출됐다. 시행령은 ▲최근 1개월 평균 종가 ▲최근 1주일 평균 종가 ▲최근일 종가 등 세가지 산술평균이 사용된다. 

    그러자 특검은 삼성이 주가를 조작했다는 논리를 펼쳤다. 주가가 상승할 수 있는 수주사실 등을 뒤늦게 알려 주가 상승을 막았다는 주장이다. 또 매도시점을 임의로 정해 합병비율을 삼성물산에 유리하게 가져갔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김신 사장은 "검사님은 우리나라 주식시장 가격을 믿지 않는다는 겁니까?"라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합병이 무산됐을 경우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합병에 따른 손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합병 후 현재 '보유가치'와 합병을 하지 않았을 경우 현재의 '추정가치'를 평가해 비교해야 한다.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주가 하락율은 약 10%(15만6000원→14만1500원)로 합병이 무산됐을 경우 건설업종의 평균주가 하락(-27.14%)에 2분기 동안 발생한 부실분(3조원)을 반영하면 주가는 더욱 하락하게 된다. 여기에 향후 삼성물산 영업가치 약세 전망 등을 더하면 합병비율의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바이오 상장에 대한 긍정적 수혜 영향도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합병 당시 제일모직 바이오 사업의 장부상 평가가치는 6조8000억원에 불과했지만 물산 합병 이후 장부상 가치는 11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건설업의 하락과 바이오 수혜 영향을 더해도 7~8조원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변호인단은 "특검은 합병으로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반대다"라며 "물산 합병이 무산됐다면 국민연금도 엄청난 손해를 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보유한 물산과 제일모직 주식은 시점에 따라 2500~3000억원의 수익을 보기도 했다"며 "이는 국민연금이 물산 합병에 찬성해 손해를 봤다는 특검의 전제조건이 사실과 다르다는 의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