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매립지 '금기의 시간' 끝내고 6월 본격 논의 여부 관심 8개월째 후보지 '봉인' … 새 단체장 출범하면 급물살 전망민간 후보지 2곳 검토 중 … 공개되는 순간 민심 폭발 불가피
  • ▲ 수도권매립지 ⓒ연합뉴스
    ▲ 수도권매립지 ⓒ연합뉴스
    수도권 쓰레기 대란을 막을 '대체매립지' 논의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멈춰 선 가운데, 선거 이후 새 지방자치단체장 체제가 출범하면 '정치적 표 계산' 부담이 다소 줄어드는 만큼 대체매립지 시한폭탄의 도화선이 본격적으로 타들어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일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경기도와 함께 지난해 수도권 대체매립지 4차 공모를 진행한 이후 현재까지 물밑에서 적격성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공모 결과의 가닥이 잡힌 이후 약 8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후보지 윤곽이나 향후 추진 방향은 단 한 차례도 공개되지 않았다. '보안'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사실상 선거 전 지역 민심이 자극받는 것을 막으려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 관가의 중론이다.

    정부와 지자체 내부에서도 현시점을 대체매립지 논의를 본격화하기엔 부담이 너무 큰 '금기의 시기'로 보고 있다. 대체매립지는 대표적인 기피시설(NIMBY)로 분류되는 만큼 특정 지역이 후보지로 거론되거나 검토되고 있다는 소문이 도는 것만으로도 해당 지역 주민들의 폭발적인 반대 여론과 정치권의 정쟁이 촉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선거가 임박할수록 대체매립지를 둘러싼 수도권 민심의 신경전은 이미 임계점에 달한 상태다. '수도권매립지 문제해결 범시민운동본부'가 지난달 26일 공동 성명을 통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와 유정복 국민의힘 인천시장 후보에게 보낸 공개질의서 답변 결과를 공개하면서 지역 정가가 크게 요동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단체는 수도권 매립지 사용 종료와 주민 피해 해소 방안에 대한 각 후보의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공약을 요구했다.

    공개된 답변 결과에 따르면, 각 후보의 셈법은 여야를 막론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다. 시민운동본부는 박찬대 후보가 대통령실 전담기구 설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 관할권의 인천시 이관, 매립지 내 광역 공공소각장 건설 및 태양광 설치 반대 등 핵심 요구 사항에 대해 표심을 의식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유 후보의 답변에 대해선 "주민 요구 사항을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긍정 평가하면서도 "야당 정치인으로서 여당 광역단체장(서울·경기)들을 상대로 실제 정치력을 어떻게 발휘할지가 향후 관건"이라며 현실적인 의문을 표했다.

    수도권 대체매립지가 한 번 조성되면 최소 수십 년 이상 사용되는 장기 국가 기반시설이라는 점도 선거를 앞둔 현직 단체장들이 이 문제를 꺼내지 않는 배경으로 꼽힌다. 기후부 관계자는 "일반 소규모 매립장도 한 번 조성되면 지역의 대를 이어 사용되는데, 수도권 전체를 커버할 대체매립지는 사실상 반백 년 단위의 결정을 의미한다"며 "선거를 목전에 둔 지역 정치권에서 책임 공방을 피해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결국 임기가 며칠 남지 않은 단체장보다는 선거를 통해 강력한 정책 추진 동력을 확보한 차기 단체장 체제 하에서 책임 있는 결단이 내려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선거가 끝난 직후인 6월부터다. 정부 안팎에선 지선 이후 새롭게 구성되는 광역단체장 체제를 중심으로 그동안 봉인해 뒀던 대체매립지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특히 민심을 뒤흔들 진짜 시한폭탄은 지난해 10월 정부와 지자체로 구성된 4자협의체가 실시한 '4차 공모' 결과에 숨어있다. 당시 정부는 앞선 3차례의 공모에서 지원자가 전무하자 4차 공모에서는 응모 주체를 기존 기초단체장에서 '민간·법인 등'으로 파격 확대하고 막대한 재정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 결과 실제로 민간 업체 2곳이 해당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물밑 검토를 받고 있다. 후보지가 공개되면 해당 지역의 주민 반발과 정치권 공방이 동시에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당선인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릴 '폭탄'이 대체매립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환경·에너지 학계 한 인사는 "수도권 2600만명의 쓰레기 문제는 누군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며 "선거 뒤 새 단체장들이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용기 있게 문제를 풀어나갈지가 수도권 쓰레기 대란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