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지분 충분…오히려 그룹 지배력 약화 가능성도""IFRS4 2단계 도입 따른 '충당자본금' 대비 위한 경영적 판단 따른 조치""메리츠화재, 현대중공업 등 기업 활용해온 방법…"삼성이 하자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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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배경을 놓고 특검과 삼성 측 변호인단의 날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4일 열린 이재용 부회장의 28차 공판 역시 양측의 의견은 첨예하게 갈렸다.특검은 금융위 및 청와대 관계자의 입을 빌어 '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은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오너일가의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공판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들은 '전환 계획을 요청받았을 때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강화라고 인식했다'고 증언해 눈길을 끌었다.반면 삼성 측은 오너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현물출자까지 하며 지배력을 높이려는 건 '과잉투자이자 지분 낭비'라 항변했다. 또 지주사에 대한 사업회사주식 현물출자는 공개매수로 진행됐기 때문에 다른주주들이 참여할 경우 오너 지분율은 변화가 없다고 반박했다.◆"금융지주사 추진 통한 '지배구조' 강화 불필요"금융지주사 전환 검토를 요청받은 금융위 실무자들은 '근본적 목적은 이 부회장의 그룹지배구조 강화로 판단했다'고 입을 모았다. 금융위 소속으로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행정관들도 마찬가지 입장을 보였다.이들은 금융사의 사업 관점에서 금융지주사 전환은 불필요할 뿐더러, 승인 인가권이 있는 금융위의 반대에도 삼성이 지주사 전환을 고집하는 것을 의심했다. 이런 생각은 금융위 내부 문건과 청와대 문건에 고스란히 기재되면서 특검의 중요한 증거로 남았다.특검은 실무자들의 부정적 입장을 앞세워 '삼성이 로비를 통해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상급자들의 지시가 없었다는 다소 불리한 증언에는 '지시를 받을 위치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삼성은 강하게 반박했다. 특검이 '금융지주사 전환=지배구조 강화'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끼워맞추기식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항변했다. 또 금융관계사에 대한 지배력은 현재로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삼성생명에 대한 그룹의 지배력은 47.02%(이건희 회장 20.73%+삼성물산 19.34%)로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포함할 경우 52%에 달한다. 이는 다른 보험사들의 오너 지분율(평균 20~30%)과 비교해 2배 넘는 수준이다.사업회사에 대한 전체 지배력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될 거라는 설명도 나왔다. 주주들의 공개매수 참여여부와 상관없이 대주주 등의 사업회사 지배력은 동일하다는 설명이다. 금융지주사의 금융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도 현재 생명의 다른 금융관계사 지배력 대비 개선되지 않는다는 설명도 추가됐다. 이미 생명이 갖고 있는 금융사 지분과 금융사의 자사주를 합치면 금융지주사 조건인 30% 수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것이다.금융지주사 전환시 그룹지배구조는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생명이 인적분할을 실시할 경우 금융지주회사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생명은 전자의 1대주주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생명 지분율(7.55%)를 물산의 전자 지분율(4.25%) 아래로 낮춰야 한다. 생명이 갖고 있는 전자 지분 3.3%(약 5.9조원)을 매각해야하는 셈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전자에 대한 그룹의 지배력은 기존 18.45%에서 15.15%로 감소하게 된다. 이는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 기업인 전자에 대한 그룹의 지배력이 약화된다는 의미다.◆"'IFRS4 2단계' 도입 따른 충당자본금 대비 위한 조치"삼성은 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이 사업 관점에서 중요한 사안이었다고 강조했다. 2018년 도입되는 IFRS4 2단계(IFRS17)를 대비해 충당자본금을 늘려야하는데, 지금과 같은 보험사 형태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다.특검은 삼성의 주장이 비논리적이라고 문제 삼았다. IFRS4 2단계에 따라 자본충당금을 충당해야할 삼성이 되려 금융지주사로 전환하면 현금 3조원을 이전해야하기 때문이다. 특검은 삼성생명이 금융지주사로 전환해 분리될 경우 자본금은 22조원에서 15조원으로 줄고, 지급여력비율은 350%에서 270%로 축소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이에 대해 삼성은 특검의 주장은 1차원적인 분석에 따른 결과라 반박했다. 보험업법과 금융지주사법을 감안하지 않은 단순 비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생명이 자금을 직접 조달할 경우 보험업법을 적용해 자본의 50%인 6조원 밖에 조달할 수 없다. 하지만 금융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자본의 200%인 20조원까지 조달이 가능해 훨씬 유리하다.또 부채로 분류되던 '장래이익'이 자본으로 인정되는 등 규제가 완화되면서 금융지주사로 전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도 중요한 부분이다. 총선을 며칠 앞두고 결과를 염두해 먼저 물러난 것이라는 특검의 설명과 반대된다.현물출자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의 요구로 현물출자를 추가했더니, 되려 지배구조를 강화한다고 비판한다는 주장이다.삼성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현물출자로 지주사 지분이 높아지는 것은 지분 낭비라고 판단해 현물출자를 반대했었다"며 "시장 가치가 없는 투자회사에 대한 지분을 높이는 것은 아무 이득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대주주 지분 '원가법-시가법' 논란…유배당계약자 피해 어불성설"추가로 제기된 문제도 있다. 특검은 ▲대주주 발행주식 취득 한도 ▲유배당계약자에 대한 배당 문제 ▲자사주 대주주 지배력 확대 활용 등을 문제 삼았다.대주주 발행주식 취득 한도는 보험업법과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금융회사가 취득할 수 있는 계열사 지분한도는 삼성의 경우 지분가치를 원가로 계산하면 11조8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를 시가로 평가할 경우 17조원으로 계산돼 초과분 5조2000억원이 발생한다. 금융위는 금융지주사로 전환할 경우 시가법을 적용받아야 하기 때문에 5조2000억원을 2년 내 매각할 것을 주문했다.삼성의 판단은 달랐다. 보험업법에서 대주주 발행주식에 대해서는 원가법을 적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주사로 전환한다고 시가법을 적용해야한다는 논리는 이중 잣대라 판단한 것이다. 특히 금융지주사로 전환하지 않은 다른 보험사와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기준을 적용받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삼성은 이같은 문제로 금융위와 협의에 나섰지만 협상은 난항을 겪었고, 2년 내 5조2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각할 방법을 찾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국내 보험업계와 국제기구의 협의로 IFRS4 2단계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규모가 줄어들었고, 삼성은 금융지주사 전환이 필요없다는 판단을 내려 보류 의사를 전달했다.유배당계약자에 대한 배당문제의 경우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진 법률에 따른 기준을 적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유배당계약자 입장에서는 어떤 경우라도 매각차익을 만족스럽게 배당받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삼성은 한 번에 매각할 경우 유배당계약자에게 돌아갈 매각차익이 없는 상황이 확정되지만, 분할 매각할 경우 향후 금리상승으로 결손이 줄어들 가능성, 전자 주가 상승으로 차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분할매각의 필요성이 만들어진 셈이다. 이는 배당을 줄이기 위해 매각 기간을 늘렸다는 특검의 주장과 상반된다.자사주를 대주주 지배력 확대에 활용한다는 지적에는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는 다양한 제도에 대한 입법 시도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유일한 경영권방어 수단이라 강조했다. 메리츠화재, 현대중공업그룹 등 최근까지 수 많은 대기업이 활용한 방법을 삼성이 활용한다고 비판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는 반응이다.삼성 관계자는 "모든 논란은 공무원과 기업인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판단된다"며 "삼성의 부정한 청탁과 청와대의 개입이 없었다는 증언이 나오는 상황에서 반재벌정서를 부추기는 의혹제기식 주장은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