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산만 2134억원, 기간제 근로자 9500명 채용 계획혹서기 무급휴무 방침에 노동계 "생계 공백" 강력 반발전문가들 "징수 성과 미미… 차라리 사업 접는 게 낫다"
  • ▲ 국세청 세종청사 ⓒ국세청
    ▲ 국세청 세종청사 ⓒ국세청
    수천억원의 혈세를 투입하고도 실질 징수 성과는 미미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세청 체납관리단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엔 노동계가 여름철 폭염 기간 무급휴무 방침을 문제 삼고 나서면서다. 혈세 낭비 논란에 노동 분쟁 리스크까지 더해지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사업을 접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1일 국세청에 따르면 체납관리단은 고액·상습 체납자 실태 확인과 체납 안내 등을 위해 정부가 운영하는 단기 공공일자리 성격의 사업이다. 국세청은 올해 국세외수입 체납자 384만명(체납액 16조원)과 국세 체납자 133만명(체납액 114조원)에 대한 실태 확인을 위해 2134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기간제 근로자 95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 막대한 예산 투입에 비해 실질 징수 성과가 이를 정당화할 만큼 나오고 있느냐는 점이다. 국회와 감사원은 체납관리단이 실질 징수보다는 단순 현황 확인 업무에 그치고 있다고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왔다. 세무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아닌 단기 기간제 근로자를 대거 투입해 고액 체납자를 상대하는 구조 자체가 애초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체납관리단 요원들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체납자 주소지 방문 확인이나 안내문 전달 수준에 그친다. 수십억~수백억원대 고액 체납자들이 단기 기간제 근로자의 방문에 응하거나 자진 납부에 나설 리 없다는 것은 세무 현장에서는 이미 상식으로 통한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체납관리단은 출범 초기부터 실질 징수 전문성보다는 단기 일자리 창출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임에도 징수 실적 대비 효율성에 대한 공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가 새로운 전선을 열었다. 체납관리단 실태확인원 일부가 여름철 폭염 기간 현장 업무가 어렵다는 이유로 약 한 달가량 무급휴무 형태의 근무 조정을 통보받은 것이 알려지면서다. 실제로 채용공고문에는 '7월 20일~8월 14일 혹서기 무급 휴무 기간 운영'이 명시돼 있다.

    노동계는 "저임금 취약 노동자들에게 생계 공백을 떠넘기는 쪼개기 계약"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폭염기 대책도 없이 단기 인력을 현장에 투입해 놓고, 정작 위험 시기에는 무급으로 쉬게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계의 반발에도 일리는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폭염이 오면 한 달 가까이 일을 멈춰야 하는 단기 일자리 사업에 정부가 2134억원의 혈세를 쏟아붓고 있다는 사실이다. 밑 빠진 독에 세금만 축내고 상시적인 노사 갈등 폭탄까지 안고 갈 바엔 지금이라도 사업 자체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사업 자체를 폐지하거나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징수 실효성이 없는 데다 2134억원이면 AI 기반 체납자 재산 추적 시스템 고도화나 전문 징수 인력 확충에 투자할 수 있는 규모라는 점에서다. 단기 기간제 근로자 9500명을 운용하는 구조는 앞으로도 반복적으로 노동 분쟁의 불씨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체납관리단을 유지하는 데 드는 행정·노무·사회적 갈등 비용을 합산하면 실제 징수 효과보다 훨씬 크다"며 "사업을 접고 그 예산을 전문 징수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 납세자를 위한 진짜 선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