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에 전해들은 '전문증거'로 법적효력 낮아"'엄마에게 그렇게 들었다' 반복…구체적인 상황 '모르쇠' 일관"


  • 이재용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유라의 증언을 놓고 특검과 삼성 측이 날선 공방을 벌였다. 특검은 정 씨의 증언이 삼성의 단독 승마지원과 허위 매매계약 체결을 입증할 중요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증언 대부분이 최순실의 말을 전해들은 전문증거에 불과해 객관적인 증거로 가치가 없다고 반박했다.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38차 공판이 12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정유라가 깜짝 출석하면서 공판은 예상과 다른 모습으로 진행됐다.

    정 씨의 갑작스러운 출석에 당황한 건 방청객만이 아니었다. 정 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정유라는 법정 출석에 대해 어느 변호인과도 사전에 상의하거나 연락한 바 없다. 변호인의 접견을 봉쇄하고 증언대에 세운 (특검의) 행위는 위법이자 범죄적 수법"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 씨측 변호인단의 비판과 달리 공판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노란 머리에 핑크색 셔츠를 입고 법정에 드러선 정 씨는 담담한 목소리로 증인선서를 읽어내려갔다.

    국정농단의 핵심인물인 최순실의 딸이자 삼성 승마지원의 당사자인 정 씨는 시종일관 발랄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스트레스 탓인지 말을 잇지 못할 정도의 기침을 수 차례 내뱉었다.

    특검은 정 씨를 상대로 독일로 건너간 배경, 코어스포츠 내부 사정, 황성수 전 삼성전자 상무를 만난 상황, 살시도(살바토르)·비타나V·라오싱의 매매과정, 다른 승마선수들에 대한 승마지원 여부, 삼성과 코어스포츠의 용역계약 내용 등을 확인했다. 

    특히 말의 소유권, 삼성과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드와의 매매계약을 놓고 집요한 추궁을 이어갔다.

    정 씨는 "삼성에서 6명의 선수를 선정해 2명은 탈락시키고 4명을 지원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저도 그 중에 한 명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독일로 넘어와 엄마에게 왜 다른 선수는 없냐고 수 차례 물어봤더니 엄마는 '가만 있어라. 좀 있으면 온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엄마와 박원오 전무부터 삼성이 여러 선수를 지원한다는 사실을 들어서 그런가 보다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살시도와 관련해서는 엄마에게 우리 돈으로 구입하자고 했더니 엄마는 '굳이 돈주고 안사도 된다. 내 말이라고 생각하고 타면 된다'고 말했다고 증언해 논란을 빚었다. 여기에 살시도의 부상 정도를 설명하면서 삼성 관계자가 단 한 차례도 살시도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증언해 특검의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더불어 삼성이 부상당한 살시도를 6개월 뒤 원래 가격보다 10만 유로를 더 받고 되판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부상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아울러 최 씨가 삼성 모르게 독단적으로 말을 교환했다는 설명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삼성이 모를 수 없었을 것"이라 반박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변호인단의 신문이 시작되자 정 씨는 할 말이 없는 듯 작아진 목소리로 '모른다'는 증언만 되풀이했다. 앞서 했던 증언 대부분이 직접 듣거나 경험한 것이 아닌 최 씨를 통해 전해들은 내용이라는 변호인단의 지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정 씨는 앞선 증언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을 묻는 질문에 '알지 못한다' '모르겠다' '제가 알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는 말로 변호했다.

    말 교환과 관련해 삼성이 모를 수 없다는 주장의 근거로 든 '최 씨의 말'에 대한 구체적인 신문이 이어지자 "엄마에게 그렇게 들었다"고 일축했다.

    삼성 관계자들이 살시도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이유가 코어스포츠가 말의 상태를 전담해 관리하기로 했기 때문이라는 변호인단의 설명에는 '몰랐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이같은 모습에 변호인단은 "당시 정 씨는 18살의 어린나이로 엄마의 보호를 받은 운동선수에 불과했다"며 "그는 계약서나 서류를 본 적 없이 엄마로 부터 전해들은게 내용을 증언했을 뿐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특검은 어떤 이유로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에 앞서 정 씨에 대한 신문을 고집했는지 궁금하다"며 "정 씨의 증언과 검찰의 진술은 전문법칙상 원래 진술자에 의해 확인되지 않아 객관적인 문서보다 높은 증명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결심 기일을 8월 2일로 예정하고 있다는 뜻을 보였다. 이 부회장의 1심 구속 만기가 8월 27일인 점을 고려해 8월 셋째 주중 선고를 내리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