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비, 참고 후 폐기' 안 전 수석 지시 어기고 수첩 별도 보관처벌 두려워 책임 회피…혐의입증 난항 전망수첩 '정황증거' 채택으로 기대감 떨어져…'모르쇠' 일관 가능성도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38차 공판이 12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다. 이날 공판에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보좌관으로 일했던 김건훈 전 청와대 행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김 전 행정관은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 39권을 보관하고 있다가 검찰과 특검에 제출한 인물이다. 그는 대통령의 지시를 기록한 업무수첩을 건내 받아 '대통령 지시사항 이행보고' 문건 작성에 활용한 뒤 폐기하는 임무를 담당했다. 원할한 업무를 위해 안 전 수석의 수첩을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대외비에 해당해 참고 후 폐기하라'는 안 전 수석의 지시를 어기고 별도로 보관하다가,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에 수첩 대부분을 압수 당했다.

    그는 수사가 확대되면서 처벌 받을 것에 두려움을 느껴 수첩을 제출했다. 앞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공판에서는 "검찰 조사에서 일부 거짓 진술한 사실이 있다. 처벌 수위가 높아질 것이 두려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김 전 비서관을 상대로 수첩의 작성 경위와 배경, 안 전 수석의 지시사항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안종범 수첩이 '진술증거'가 아닌 '정황증거'로 채택됨에 따라 수첩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한 특검의 공세가 거셀 전망이다.

    다만 수첩이 확보된 경위와 검찰에 압수된 배경 등은 이미 수 차례 확인된 바 있으며, 케이스포츠재단 설립에 전경련이 개입했는지 여부는 삼성 뇌물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어 신문은 싱겁게 마무리될 수 있다.

    수첩을 직정 작성한 안 전 수석이 작성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삼성 및 이 부회장과 관련된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 진술함에 따라, 부하직원인 김 전 행정관의 증언이 구체적 증거로 채택되기는 힘들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또 김 전 행정관이 '전경련이 재단 설립을 주도하자'고 요구한 것을 설명하면서 '안 전 수석의 지시가 없었다'고 증언한 바 있어 공소사실과 관련된 대부분의 내용에 '모른다'고 증언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재판부가 안종범 수첩에 대한 증거능력을 제한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입증책임이 있는 특검이 어떤 전략을 펼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정농단의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 최순실, 정유라에 대한 증인신문이 잇따라 취소되고, 핵심 인물들에 대한 신문이 별다른 소득 없이 마무리되면서 특검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38차 공판의 관심사는 정유라에 대한 증인신문이었는데, 정 씨가 건강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기대감이 낮아졌다"며 "안 전 수석이 공소사실 대부분을 부인한 상황에서 부하인 김 전 행정관의 증언이 어떤 효력을 가질 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