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헌법-형사소송법' 보장 권리 행사에 강도 높은 비난 논란""재판부, 증언 거부권 인정해야…권한 남용 아냐"
  • ▲ 지난해 열린 국회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모습. ⓒ뉴데일리DB
    ▲ 지난해 열린 국회 국정조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모습. ⓒ뉴데일리DB


    "자신이나 가족, 친인척이 처벌 받을 수 있는 질문에는 증언 거부할 수 있습니다"

    이 부회장의 공판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지금까지 출석한 45명의 증인들에게 이같은 내용을 한 차례도 빠짐없이 고지했다.

    재판부가 이같은 내용을 매번 되풀이한 이유는 증인들에게 '형사소송법 제148조'의 내용을 알리기 위해서다. 

    형사소송법 제148조는 '누구든지 자기가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사실이 발로될 염려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과 마찬가지로 증인에게도 증언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한 법적권리가 특검의 문제제기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 관계자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소한의 권리인 증언을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증인으로 출석한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사장)을 시작으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는 박 전 대통령의 공판에 출석해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법 위에 있다'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처사다' '증언거부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강도높은 비난을 쏟아부었다.

    특히 집단으로 증언을 거부한 전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말을 맞추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여기에 위증죄 처벌을 피하려는 의도라고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 안팎에서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한 권리를 행사하는게 어떤 문제가 되는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다. 같은 사안으로 기소돼 재판 중인 만큼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겠다'는 증언거부권 행사는 당연한 권리라는 반박이다.

    실제 진술거부권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한 권리다. 헌법 제12조 2항은 '모든 국민은 형사상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형사소송법 제283조의21항 역시 '피고인은 진술하지 아니하거나 개개의 질문에 대해 진술을 거부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증인신문에 앞서 고지되는 형사소송법 제148조도 진술거부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특검이 법보다 여론을 의식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검이 불리하게 진행되는 공판을 뒤집기 위해 계산된 발언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역시 특검의 문제 제기에 "이들은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뇌물수수 혐의의 사건에서 형사소송법상 증언 거부권이 인정된다"며 "권한을 남용한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의 이번주 공판에는 정유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건훈 전 청와대 비서관, 우리은행 삼성타운점 직원 김 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다만 정 씨 측 변호인단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는 것이 자신을 방어하는 최선의 길'이라 밝힘에 따라 정 씨에 대한 증인신문은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