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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신용등급이 업종별 체력에 따라 갈리는 국면에 들어섰다. AI 수혜를 입은 반도체는 신용도를 방어하고 있지만 석유화학과 건설은 실적 부진과 재무 부담이 겹치며 하반기 신용시장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하반기 주요 15개 업종 가운데 메모리반도체·정유·자동차 등 7개 업종의 신용등급 방향성을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방위산업·조선·전력기기·전선 등 4개 업종은 '긍정적', 석유화학·2차전지·철강·건설 등 4개 업종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도체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이 신용도를 받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하반기에도 메모리 가격 상승세와 장기 공급계약을 기반으로 현금흐름 안정성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국내 신용평가 3사에서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한 단계 올랐다. AI 서버 투자 확대와 HBM 시장 경쟁력, 영업현금창출력 개선이 반영됐다.
다만 신평사들은 반도체 업황의 높은 변동성을 고려해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추가 상향보다 현 등급 유지에 무게를 둔 것이다.반면 석유화학은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수익성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상반기 나타난 일시적인 실적 개선 효과가 사라진 뒤 하반기 수익성 하락 압력이 다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여천NCC의 신용등급은 지난달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낮아졌다. 비우호적인 업황과 적자 지속, 과중한 차입 부담이 반영됐다. 지난 3월 말 회사의 현금·현금성 자산은 528억원인 반면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성 차입금은 약 1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설업도 하반기 신용등급 방향성이 '부정적'으로 분류됐다. 원가 부담 완화로 일부 건설사의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지방 주택과 분양형 비주택 사업 부진, 공사미수금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분양 실적과 재무 부담 통제 수준을, 나이스신용평가는 공사미수금 회수와 차입금 감축 여부를 주요 평가 기준으로 제시했다.
같은 업종 안에서도 기업별 차이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금창출력이 충분하거나 자산 매각과 자본 확충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한 기업은 등급을 지킬 수 있지만 차입금과 단기 상환 부담이 큰 기업은 업황 회복이 늦어질수록 신용등급 강등 위험이 커진다.
신평업계는 하반기 신용등급을 가를 핵심 변수로 고금리·고환율과 내수·부동산 경기, 개별 기업의 유동성 대응 능력을 꼽았다. 반도체 등 수출 주도 업종과 석유화학·건설 등 취약 업종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산업 전반의 K자형 신용 양극화도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