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호황에 수출 1000억달러 돌파, 반도체가 성장판 바꿨다기업이익·투자·임금까지 확산 … 명목GDP 끌어올린 메모리값신현송 "장기 성장·통화정책에 시사점" … 가격 흐름 직접 주목물가 넘어 수요 압력까지 영향 … 반도체 사이클이 금리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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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판단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AI 투자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치솟으면서 성장과 물가를 함께 끌어올리자, 한은도 이를 금리 판단의 주요 지표로 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가격을 주시해야 한다"며 "장기 성장과 통화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특정 산업의 가격을 통화정책과 직접 연결한 것은 이례적이다. AI 확산으로 메모리 가격이 단순한 수출 변수를 넘어 한국 경제의 성장 경로와 물가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신 총재는 최근 성장세 확대 배경으로 글로벌 AI 확산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AI 밸류체인의 핵심 국가로서 수혜를 입고 있는 점이 작용하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반도체 가격 급등이 전례없는 명목 GDP 증가로 이어지면서 기업이익 증가, 투자 확대, 임금 및 세수 증대 등을 통해 내수 경기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설명이다.실제 지표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6월 수출은 IT 품목의 세 자릿수 증가세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월간 1000억달러를 돌파했고, 비IT 품목의 증가세도 확대됐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1.8% 성장해 2020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명목 GDP는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했다. 신 총재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 2.6%를 두고 "지금 판단으로는 너무 낮다"고 평가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한은이 주목하는 것은 반도체 생산량보다 가격이 만드는 소득 효과다. 같은 물량을 수출하더라도 단가가 오르면 기업 이익이 늘고, 이는 설비투자와 성과급, 임금 상승으로 이어진다. 늘어난 소득은 소비를 자극하고 정부 세수까지 확대하면서 내수 회복으로 연결된다. 수출 호황이 기업 실적에 머무르지 않고 국내 수요를 끌어올리면 물가도 공급 측 요인뿐 아니라 수요 측 압력을 함께 받게 된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증권가도 이번 금통위를 반도체 호황이 통화정책 판단의 중심으로 올라선 회의로 평가한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회의는 수요 측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인정했던 5월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이에 대한 확신을 보여준 회의"라며 "통방문에서도 성장에 대한 평가를 물가보다 앞세우고 소비 회복 가능성을 언급한 점이 달라졌다"고 분석했다.물가 여건도 긴축을 뒷받침한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 근원물가는 2.5%, 생활물가는 3%대 중반을 기록했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높아진 가운데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소득이 소비를 자극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시각이다. 이에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까지 안정적으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향후 금리 경로 역시 반도체 사이클과 밀접하게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신 총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며 앞으로의 회의를 모두 "라이브 미팅(live meeting)"이라고 표현했다. 2분기 GDP와 국내총소득(GDI), 7월 소비자물가와 근원·생활물가 등 새롭게 확인되는 지표를 토대로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GDP갭의 플러스 전환 시점도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점은 경기 과열 가능성까지 정책 판단에 반영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시장에서는 이제 소비자물가와 환율뿐 아니라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반도체 수출단가, 기업 투자 흐름까지 주요 통화정책 변수로 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증권은 8월과 11월, 내년 2월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시했고, 기준금리 최종 전망치를 연 3.25%에서 3.50%로 상향 조정했다. 다른 시장 참가자들도 반도체 가격 흐름이 이어질 경우 한은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금융권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반도체 가격이 한국 경제의 성장과 물가를 동시에 움직이는 핵심 지표가 됐다"며 "이번 금통위는 한은이 반도체 사이클을 통화정책 판단의 중심 변수로 공식화한 회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