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전형료 인하에 맞춰 대행 수수료도 낮춰야
  • ▲ 지난 22일 서울의 한 대학이 마련한 '2018학년도 수시지원설명회'에서 학부모 등이 입시자료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2일 서울의 한 대학이 마련한 '2018학년도 수시지원설명회'에서 학부모 등이 입시자료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 입시전형료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인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원서접수 대행사 수수료도 함께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일고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건당 지불하는 수수료가 일정하기 때문에 전형료를 낮추는 시기에 맞춰 대행사도 인하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원서접수 대행을 맡고 있는 2개 업체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시큰둥한 모습이지만 교육부는 협의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5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국공립대총장협의회, 사립대총장협의회는 정부의 대입전형료 인하 추진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보였고 교육부는 실태조사 등을 통해 전형료 수준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대입제도과 관계자는 "대학별 전형료 인하는 학교에서 판단할 사안이다. 인하된 전형료는 2018학년도 수시모집부터 적용될 거 같다. 그동안 고등교육법 등의 제정을 통해 전형료 인하를 추진해왔는데 이번에는 전체적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대입전형료가 비싸다며 인하를 지시했고, 수험생·학부모 전형료 부담 줄이기 정책은 급물살을 탔다. 이어 교육부는 불참대학에 대해선 실태조사에 나서겠다며 사실상 압박 수위를 높였다.

    2017학년도 대입에서 4년제 국공립대, 사립대 평균 전형료는 각각 3만3092원, 5만3022원이다. 수시 6회·정시 3회로 제한된 원서접수 기회를 사립대에만 낸다면 48만원가량 비용을 납부해야 하는 셈이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입학전형료 수입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5년 기준 204개 4년제 대학은 약 1800억원, 전문대 118개교는 약 368억원의 전형료 수입을 기록했다.

    대통령이 전형료 인하를 지시한 것에 대학들은 인하 규모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A대학 관계자는 "등록금 인상이 불가능한 시점에서 전형료 지출 기준은 정해져 있고, 남은 차액은 환불해줘야 하는데 어느 정도 낮출 수 있을지 결정하기에는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B대학 측은 "정부 눈치를 보는 대학 입장에서는 따라갈 밖에 없다. 과도한 잣대만 적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토로했다.

    이 가운데 원서접수 대행사들도 수수료 낮추기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 유웨이어플라이(왼쪽), 진학어플라이 대입 표준공통원서 홈페이지 화면 캡처.
    ▲ 유웨이어플라이(왼쪽), 진학어플라이 대입 표준공통원서 홈페이지 화면 캡처.


    현재 대입 원서접수 대행은 유웨이중앙(유웨이어플라이), 진학사(진학어플라이) 등 2곳이 맡고 있으며 원서접수 위탁에 따른 수수료는 건당 5천원(부가가치세 포함)으로 전형료로 5만원을 낸다면 10%는 위탁수수료인 셈이다.

    지난해 9월 '공통원서 접수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수험생은 이들 대행사 중 한 곳에 통합회원 가입을 완료하면 대학 개별 접수가 아닌 한 차례 공통원서 작성만으로 여러 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 편의성이 제공됐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교통비, 시간 등을 고려하면 현장접수보다 온라인 시스템이 편리하다. 이에 대한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자체적으로 원서접수를 진행하는 일부 대학은 공통원서 접수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2017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일반대학 191개교, 전문대 137개교가 참여하는 등 사실상 대부분 학교가 이들 업체를 통해 원서접수를 받았다.

    유웨이중앙은 1999년, 진학사는 2000년부터 인터넷 원서접수 대행을 시작했고 공통원서 시스템이 구축됨에 따라 수험생이라면 이들 대행사 중 한 곳을 지나쳐야만 대입 관문의 첫발을 내딛게 되는 구조다.

    이들 대행사는 원서접수에 따른 수수료에는 인건비, 결제 대행사 비용, 서버 관리비 등이 포함됐다고 설명한 반면 원서접수 대행에 따른 매출액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15년 기준 일반대학·전문대 입학전형료 납부 인원은 약 360만명(중복지원자 포함)으로 이들 모두 대행사를 통해 원서를 냈다면 180억원이 넘는 수수료가 납부된 셈이다. 다만 유웨이중앙·진학사에 대행을 맡기지 않은 대학 등을 감안, 2곳의 원서접수 위탁에 따른 매출 규모를 합치면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3년 정부가 '대입전형 종합지원시스템'을 추진하자 유웨이중앙, 진학사는 민간 기업 기술을 빼앗는 거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승소하면서 2곳을 통해서만 원서접수가 가능해졌다.

    원서접수 대행사를 통한 대학 지원은 편의성, 개인정보보호 강화 등이 제공되지만 전형료 인하를 추진하는 부분에서 유웨이중앙, 진학사가 두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서울소재 한 대학 관계자는 "전형료를 두고 대학들이 노력하고 있는데 원서접수 위탁 대행사들도 동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거액을 낮추라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이라도 낮추는 방향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C대학 관계자는 "원서접수 대행사들은 민자 고속도로와 같다. 온라인 원서접수가 이전부터 보편화됐는데 수수료에 대한 부분도 합리화 됐으면 한다. 수수료 사용처 등도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 대학이 원서접수 시스템이 없어 맡긴 것인데 대학만 압박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대행사들은 수수료 인하는 현재로서 어렵다는 입장이다.

    유웨이중앙 측은 "어떻게 (수수료 인하가) 진행될지는 모르겠다. 대행사가 독점이라고 해도 힘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수수료에 대한 인하 계획은, 아직은 없다"고 말했다.

    진학사 관계자는 "대행 업체로서 결정권이 없다. 이야기하기 어렵다. 딱히 드릴 말씀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사실상 교육부가 압박하지 않는다면 진학사, 유웨이중앙의 수수료 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행사와 협의해 나갈 것인데 구체적인 것은 아직 나와 있지 않다. (대행사 인하를) 염두에 두고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