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인캐피탈 투심위 문턱 못 넘어KKR 새로운 우군 후보로 거론최 회장측 30일이 D-데이경영권 보장 등 난제 많아
  • ▲ (왼쪽부터)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 (왼쪽부터)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고려아연의 백기사로 지목돼온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베인캐피탈의 투자 참여가 최종 무산됐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쓸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또 다른 글로벌 PEF 운용사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이 새로운 우군 후보로 떠오르면서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자금을 투입하기 위한 안건을 글로벌 투자심의위원회에서 논의했으나 부결됐다. 이정우 베인캐피탈 한국대표가 투자 필요성을 강하게 설명했지만, 아시아권 이사회 멤버들이 해당 투자에 대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 부정적 의견을 내면서 고려아연 지원안 통과가 불발됐다고 전해진다.

    강력한 백기사로 지목됐던 베인캐피탈과의 협력이 무산됨에 따라 고려아연의 대응 시간도 더욱 촉박해지게 됐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및 영풍정밀 공개매수 종료일은 10월 6일이다. 실질적으로 최 회장이 대응할 수 있는 날은 휴일을 제외하고 3거래일에 그친다. 대항공개매수에 나서려면 적어도 오는 30일까지는 투자자를 확보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베인캐피탈 대신 KKR이 고려아연의 백기사로 나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KRR은 블랙스톤, 칼라일과 함께 세계 3대 PEF 운용사로 꼽힌다.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필요한 조단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KKR과 협의 중으로, KRR이 바이아웃 펀드로 투자에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다.

    바이아웃 펀드는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한 후 구조조정이나 다른 기업과의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가치를 올린 후 재매각해 수익을 내는 사모펀드의 일종이다. 최 회장이 KKR과 손잡는다면 결국에는 경영권을 내려놔야 하는 셈이다. 베인캐피탈은 경영권을 보장하는 크레딧 펀드로 투자를 검토해왔다.

    MBK 측이 공개매수 가격을 전격 인상한 가운데 당장 주가 흐름은 MBK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MBK는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격을 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16.7%, 영풍정밀은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25% 각각 상향했다. 고려아연 주가는 이날 종가기준 71만1000원으로 공개매수 가격을 밑돌고 있다.

    공개매수 종료일까지는 오롯이 최 회장의 시간이다. MBK는 영풍으로부터 3000억원을 차입, 공개매수 가격 상향을 위한 실탄을 마련했다. 공개매수 투입 자금은 당초 2조1400억원에서 2조4500억원으로 확대된 상태로, MBK 측은 더 이상의 공개매수 가격 상향 없이 충분히 공개매수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비치고 있다.

    최 회장이 대항공개매수에 나선다면 MBK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이 6%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고 본다. 고려아연 지분 6%를 주당 80만원에 대항매수한다고 가정하면 매수수수료를 제외한 99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