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등 중동서 잇달아 수주… 중동 수주, 전년比 63% 증가중동 외 지역 부진 지속… 국제유가·금리인상 등 리스크도 여전
  • ▲ 현대건설이 시공한 이란 사우스파 4·5단계 전경. ⓒ연합뉴스
    ▲ 현대건설이 시공한 이란 사우스파 4·5단계 전경. ⓒ연합뉴스


    대형 건설기업들이 중동지역에서 잇달아 '수주낭보'를 전해오면서 주택사업과 공공부문 등 국내에서 먹거리가 줄어들고 있는 건설업계의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해외 수주시장 여건개선은 아직 이르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18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국내 건설기업이 신규수주한 공사금액은 모두 17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2억달러보다 4.0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체 수주액 281억달러의 63.7% 규모다.

    특히 중동지역 수주가 55억달러에서 90억달러로 63.6% 증가했다. 전체 수주액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도 32.0%에서 50.3%로 18.3%p 늘어났다.

    중동지역 수주가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배럴당 38달러까지 하락했던 두바이유 가격은 올해 초 55달러로 최고치를 찍었다.

    유가가 소폭 오르면서 그동안 미뤄왔던 입찰이 재개됐으며, 수주를 위해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펼친 국내 건설기업들의 '승전보'로 이어진 것이다.

    실제 최근 대우건설·삼성엔지니어링·SK건설·두산중공업 등이 잇달아 중동시장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대우건설과 삼성ENG는 오만 두쿰 정유설비 공사 패키지 1·2번을 수주했다. 전체 3개 패키지 중 2개 프로젝트를 국내 건설사가 포함된 조인트벤처(JV)가 계약을 따낸 것이다.

    SK건설은 이란에서 총 16억달러 규모 타브리즈 정유공장 현대화사업 공사를 수주했다. 또 두산중공업 경우 영국 자회사인 두산엔퓨어가 300억원 규모 영국 하수슬러지 에너지화 플랜트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국내 건설기업의 전반적인 해외수주 여건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같은 기간 중동을 제외한 지역들의 수주액은 여전히 부진하다.

    아시아(60억달러)만 간신히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0.71%)하면서 체면치레를 한 가운데 △태평양·북미(8670만달러) -93.6% △중남미(2억3918만달러) -83.5% △아프리카(2억3583만달러) -59.3% △유럽 2억9715만달러 -15.6% 등으로 실적이 감소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흔들리면서 중동 지역들이 공사 발주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해외시장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중동과 아시아를 제외한 곳은 리스크가 높아 신규 시장 발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B금융투자 건설 담당 연구원은 "상반기 수주가 지난해에 비해 소폭 증가했는데,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도 "지난해보다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지난해의 기저 효과에 의한 착시로, 평년 수준을 회복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해외건설의 본격적인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대 관건인 국제유가가 다시 흔들리면서 중동 국가들의 발주가 다시 보수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올 초 배럴당 55달러 선을 유지하던 두바이유가 이달 초 51.09달러로 다시 주저앉은 것이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약세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OPEC(석유수출국기구) 국가들의 감산합의가 이행되더라도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 등으로 유가 상승세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배럴당 40~60달러를 오르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중동 및 산업설비 위주의 국내 기업들의 해외건설 수주 여건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실제로 해외건설의 주류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UAE, 카타르 등이 아직 발주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반등을 기대하긴 다소 이르다는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금리와 환율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갈수록 제한적이긴 하지만, 미국의 기준금리는 과거 국내 건설기업들의 해외수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쳐왔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해외수주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향후 추가 금리인상 여부에 대해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가 매년 3~4회 인상된 만큼 2019년에는 약 3.0%까지 상승할 것으로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환율 여건 역시 국내 건설기업들의 불안요소 중 하나다. 현재 달러 강세가 유지되면서 달러로 계약한 해외사업장에서 환차익이 발생할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유로, 엔화, 위안화 등 달러 외 다른 통화에 비해서는 원화가치가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경쟁국 기업과의 입찰가격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불안한 중동 정세도 변수다. 2011년 민주화 운동(아랍 민주화의 봄) 실패 이후 IS세력과 테러, 카타르 단교 등 지역 내 리스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올해와 내년은 국내 건설기업들에게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국내 주택경기 침체가 현실화되면서 해외 사업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됐고, 해외에서 수주를 하지 못 할 경우에는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외시장의 미래 역시 저유가 기조 지속에 따른 신규 사업 발주 감소 등으로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무엇보다 기업들은 그동안 손실의 주범으로 꼽혔던 부실 수주를 막기 위해 확실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