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가 상승, 가격전망 상승거래량 증가세 주춤… 상승거래 비율도 감소"규제지역 해제, 청약 완화,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책 효과""경기 부진 속 집값만 홀로 계속 오를 수 없어"
  • ▲ 서울시내 아파트 230813 ⓒ연합뉴스
    ▲ 서울시내 아파트 230813 ⓒ연합뉴스
    5월부터 서울 아파트 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선 데 이어 지난달 지방 아파트값까지 상승 전환하면서 향후 집값 향방에 대한 시장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매매 실거래가격지수와 주택구매력, 주택가격전망이 개선됐지만,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미분양 물량도 넘쳐나는 데다 국내 경기마저 침체해 집값 하방 압력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부터 정부가 대대적으로 부동산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집값이 회복세로 접어들었지만, 향후 집값이 급등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완만하더라도 집값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과 거시경제 등 각종 악재로 집값이 '데드캣바운스(반짝 상승 후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10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직방RED 아파트 가격지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대비 0.7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 상승률 0.96%에 비해 0.22%p 줄어든 수치다. 다만 8월 변동률은 아직 거래 신고기한이 남아있는 만큼 잠정치다.

    서울 역시 지난달 아파트값 상승률이 전월보다 축소되긴 했지만 1%가 넘는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02%로, 전월 1.31%에 비해 0.28%p 줄었다.

    서울 외 시도별 아파트값 상승률은 △경기 0.72% △인천 0.71% △대전 0.61% △전남 0.59% △전북 0.53% △울산 0.52% 순으로 나타났다. 지방보다 수도권 지역에서 상승 추세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나타나는 양상이다.

    구매력도 개선됐다. KB부동산에 따르면 KB아파트담보대출 PIR은 올해 2분기 기준 서울 12.7로 직전 분기 14.5보다 낮아졌다. 이는 2021년 1분기 12.7 이후 최저 수준이다. PIR(Price to income ratio)은 주택가격을 가구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KB아파트담보대출 PIR은 KB국민은행 부동산담보대출(아파트) 대출을 받은 사람 가운데 중간 소득을 가진 사람이 서울 내에서 중간가격의 아파트를 구입했을 때의 부담치를 나타낸다. KB아파트담보대출 PIR이 12.7이라는 것은 연봉을 12.7년 동안 모아야 집을 살 수 있다는 의미로, 이 수치가 낮아졌다는 것은 구매력이 과거보다 향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의 주택가격전망도 상향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주택가격전망 CSI는 107로 전월 102보다 상승했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심리지표로, 기준값인 100이 넘으면 주택시장에 대한 시장의 심리가 낙관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수가 100 높아진 것은 주택시장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더 강해졌다고 해석된다.

    이처럼 부동산 관련 주요 지표들이 개선되면서 시장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침체했던 시장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많다. 일각에서는 '집값 바닥론'도 나온다.
  • ▲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230726 ⓒ연합뉴스
    ▲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230726 ⓒ연합뉴스
    다만 전국적인 부동산 시장 회복세를 견인했던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최근 다소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계약일 기준)는 2449건으로, 전월 3591건보다 줄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지난해 10월 최저치(559건)를 찍은 뒤 꾸준히 증가했고 올해 4월 3000건을 돌파한 후 서울 아파트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6월 3849건 이후 2개월 연속 줄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거래 건수도 5월 4만746건을 찍은 뒤 계속 감소하고 있다. 거래가 둔화하면서 매물도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3543건으로, 6월1일 6만4571건보다 13.8% 늘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상승거래 비중도 줄고 있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신고된 수도권 아파트 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동일 아파트, 동일 면적을 기준으로 올해 2분기에 비해 7~8월 상승거래(전 거래가보다 오른 가격의 거래)는 전체의 55%로 집계됐다.

    같은 조건으로 1분기 대비 2분기 상승거래 비중이 65%였던 점을 고려하면 상승거래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서울도 7~8월 상승거래 비중이 62%로 집계돼 2분기 대비 상승거래 비중이 10%p 감소했다.

    최근 감소세이긴 하지만 미분양 물량도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7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6만3087가구로 전월대비 3301가구(5.0%) 줄었지만, 수도권(16.3%)과 지방(2.8%)의 감소폭 차이가 컸다. 전체 미분양 물량 중 86%인 5만4253가구는 지방이 자치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 들어 본격화된 부동산 회복세의 '일등 공신'을 규제 완화로 꼽았다.

    정부는 1월 강남과 서초·송파·용산을 제외한 전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고 유주택자도 무순위 청약을 가능하도록 하는 등 청약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2월부터는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LTV 70%(DSR은 적용하지 않고 DTI만 60% 적용)까지 최대 5억원까지 빌려주는 고정금리 정책 모기지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했다.

    최근 집값 회복 분위기에 대해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래량이 극히 저조한 가운데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등 대출 완화와 청약 규제 완화 등 모든 정책을 동원해서 집값 살리기에 나섰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앞서 거래량이 극히 저조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과대 평가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도 "올 들어 경제 상황이 좋지 않지만, 부동산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은 국내 경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중요도가 커졌고 정부의 규제 완화가 영향을 준 것"이라며 "전국 주택 거래량 중 90% 이상, 서울은 50% 이상이 9억원 이하 저가 매물이라는 점이 이를 방증하는데, 특례보금자리론이 10월 정도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런 점이 향후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등 일부 지역이 빠르게 전고점을 회복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부진한 국내외 경기 상황과 아직은 부담스러운 수준의 부동산담보대출금리 등 시장을 둘러싼 상황을 고려하면 향후 집값이 더 급등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은 달러화 기준 3만2661달러로, 전년 3만5373달러 대비 7.7% 줄었고, 경제 성장률 역시 4%대에서 2%대로 둔화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도 7%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임재만 교수는 "경제 성장률과 잠재성장률 악화, 국민 소득 및 수출 감소, 부담스러운 금리 등을 고려하면 국내 경기가 좋아질 가능성이 제한적이고 이런 상황에서 집값만 오른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일반적인 판단"이라며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로 거래가 일부 살아나긴 했지만, 실수요자라고 하면 지금 함부로 집을 살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집값이 더 오르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수욱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높아진 물가와 소폭의 금리 인상 및 경기 침체 가능성 등은 주택시장 회복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며 "또 미분양 주택이 평균 수준에 비해 많고, 거래량은 일시적 회복 후 점차 감소하는 상황이어서 시장 회복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금은 시장이 엇갈린 신호를 보이는 혼조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중요한 건 체감 지수인데 급매물 소진과 대출금리 상승, 역전세난 우려, 부동산 PF 리스크 등으로 거래가 둔화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상반기와 비교해 하반기는 가격 반등 탄력이 떨어진다"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공급 불안과 고분양가 이슈 등으로 집값이 크게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