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중앙공원 개발 비리 의혹⑤]빛고을SPC, 원주민 응급 상황에 구급차 진입 막아원주민들 "사업이 사람 목숨보다 중요하냐" 반발"끝까지 터전 떠나지 않을 것"...법적 대응 나서기로
  • 광주광역시 서구 금호동 민간공원 개발지에 있는 한 원주민의 집이 공사용 펜스로 둘러싸여 있다. ⓒ독자 제공
    ▲ 광주광역시 서구 금호동 민간공원 개발지에 있는 한 원주민의 집이 공사용 펜스로 둘러싸여 있다. ⓒ독자 제공
    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시행사와 원주민 간 갈등을 빚고 있는 광주광역시 중앙1지구 특례사업 개발 현장에서 시행사 측이 응급 상황에 처한 원주민을 호송하기 위해 출동한 구급차 진입을 막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해당 원주민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결국 숨졌고 유족들은 신속한 호송이 이뤄지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이라며 시행사 측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22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중앙공원 개발지구 내에서 생활하던 원주민 전모(71)씨가 평소 앓던 간 질환이 악화돼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119구급대는 신고 직후 현장에 도착했지만 전씨 집 주변에서 퇴거를 압박하며 대기 중이던 용역직원들이 진입을 막으면서 한참이 지난 후에야 전씨를 들것으로 옮겨야만 했다.

    이후 전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1주일 만인 지난 5일 상태가 악화돼 끝내 숨졌다.

    유족들은 "아버님(전씨)의 지병이 악화돼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전문의 소견서까지 받아 놓은 상태였다"며 "구급차를 막아서는 용역직원들에게 소견서까지 제시하고 상황을 설명했지만 막무가내로 (구급차)진입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랑이를 하느라 시간이 지체되지 않았더라면 아버님이 제 때 응급 치료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집 주변에 펜스를 친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사람이 죽어가는데 구급차 통행까지 막아선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이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유족들은 전씨의 죽음이 신속한 응급 호송을 방해한 시행사 책임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대해 시행사인 빚고을SPC 측은 이미 수용이 마무리된 개발부지에서 나가지 않고 있는 원주민들이 오히려 시행사의 법적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빚고을SPC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명도소송이 진행 중이라 특별한 입장을 내기가 곤란하며 법적 절차 대로 진행하고 있고 원주민이 살고 있는 현장은 문화재 업체에서 정상적으로 허가를 받고 문화재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만 입장을 밝혔다.
  • 진입로를 가로막고 있는 차량을 피해 원주민을 들것에 실어 나르는 119 구급대원들(왼쪽)과 통행로에 공사자재와 인간방벽을 쌓아 출입을 통제하는 시행사측. ⓒ독자 제공
    ▲ 진입로를 가로막고 있는 차량을 피해 원주민을 들것에 실어 나르는 119 구급대원들(왼쪽)과 통행로에 공사자재와 인간방벽을 쌓아 출입을 통제하는 시행사측. ⓒ독자 제공
    ◆개발지구를 떠나지 못하는 원주민들..."터전에 뼈 묻을 것"

    중앙1지구 개발지역 내에는 전씨 일가처럼 여전히 터전을 버리지 못한 채 생활하고 있는 원주민들이 있다.

    지금은 대부분 원주민들이 시행사와의 분쟁 과정에서 지쳐 떠나가고 4가구만 남았지만 남은 이들은 헐값 보상과 사업 추진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원주민 배모(82)씨는 "시행사가 집 주변에 온통 펜스를 설치해 갇혀 사는 것과 마찬가지지만 터전을 떠나 마땅히 갈 곳이 없다"며 "새 아파트를 짓고, 사람들이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조상 때부터 터를 잡고 살아 온 원주민부터 더 배려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원주민들은 "땅이 강제 수용된 마당에 (원주민들이)법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권리는 없다는 것을 잘 알지만 시행사 측의 막무가내식 행동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힘 없는 원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터전을 끝까지 지키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