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속도로. ⓒ연합뉴스
    ▲ 고속도로. ⓒ연합뉴스

     

    40대 초반 직장인 A씨. 최장 10일간 이어지는 이번 추석 연휴에 아내와 6살 난 아들과 함께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 부산을 찾았다. 그는 연휴 전반부에는 여느 명절 때와 마찬가지로 시간을 보냈다. 친지들과 어울려 화투를 치고, 조상들의 산소를 찾아 성묘하고 차례를 지냈다.

     

    하지만 연휴 후반부는 이전과 다르게 보낼 계획이다. 곧바로 귀경길에 오르지 않고, 아내·아들과 함께 유명 관광지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시댁에서 받은 아내의 명절 스트레스를 다소나마 풀어주고, 아들에겐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서다. 아내와 아들도 대환영 분위기이다.

     

    A씨 아내는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명절은 주부들 입장에선 피로와 스트레스가 많이 쌓일 수 밖에 없다"며 "관광지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해 준 남편이 너무나 고맙고,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디턴족(D턴족)'이 명절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디턴족'은 A씨 가족처럼 명절을 고향에서 지낸 뒤 남은 휴일을 관광지 등에서 보내고 귀경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이들의 이동 경로가 알파벳 D의 모양과 닮아 '디턴족'이라고 부른다.

     

    숙박 O2O(온·오프라인 연계) 기업 야놀자가 최근 2040세대 117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추석 황금연휴 계획'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5.4%가 "여행을 계획 중"이라고 답했고 이들 중 55.6%는 여행지로 국내를 선택했다. 여행을 시작하는 날은 추석 다음날인 10월5일이 16.6%로 가장 많았다.

     

    여행 선호 지역은 서울 24.1%, 경기 13.0%, 강원 11.5%, 부산 11.2%, 경상 10.3%, 제주 8.7% 순으로 나타났다. 함께 여행할 사람은 연인과 가족, 친구가 각각 43.9%, 39.0%, 10.1%였으며, '혼자'라는 비율도 7%나 됐다.

  • ▲ 강릉 봉봉방앗간. ⓒ한국관광공사
    ▲ 강릉 봉봉방앗간. ⓒ한국관광공사

     

    그렇다면 추석 연휴 여행지로 어디가 좋을까. 한국관광공사가 '도시재생'이라는 주제 아래 '10월에 가 볼 만한 여행지'로 추천한 곳은 어떨까.

     

    '10월에 가 볼 만한 여행지'는 △서울 문래창작예술촌과 성수동 수제화거리(서울) △문화와 예술의 옷 입은 오래된 동네, 강릉 명주동(강원 강릉) △도시가 품은 시대(時代)를 산책하다, 대전 대흥동&소제동(대전) △옛 쌀 창고의 이유 있는 변신, 문화예술창작공간(충남 서천) △부산의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 산복도로(부산) △황량했던 빈 상점가에서 활력 넘치는 예술촌으로, 창동예술촌(경남 창원) △동화 속으로 떠나는 환상여행, 송월동(인천) △젊어진다, 유쾌해진다!, 충주 성내동(충북 충주) △숲길, 옛 골목, 카페거리가 공존한다, 광주 동명동(광주) △역전의 전성기를 호출하다, 영주 후생시장(경북 영주) 등 10곳이다.

     

    문래동은 한때 서울에서 가장 큰 철강 공단지대였다가 예술가들이 둥지를 틀면서 '문래창작촌'이란 이름을 얻었다. 공장 담벼락과 철문, 거리 곳곳에는 그림과 조형물들이 생겨났다. 문래동의 도시 재생을 예술가들이 이끌었다면 성수동 수제화거리는 관련 업계 종사자들이 앞장을 섰다. 이들은 성동구와 힘을 합쳐 성수동 일대를 '수제화거리'로 만들고 다양한 볼거리와 쇼핑, 체험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강릉시청의 이전으로 편안하게 늙어가던 명주동은 강릉문화재단이 명주예술마당·햇살박물관·명주사랑채·작은공연장 등 문화 공간을 운영하면서 활기를 띠게 됐다. 강릉커피축제, 명주플리마켓, 각종 콘서트와 공연이 열리면서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대전 대흥동에는 리노베이션한 카페나 오래된 맛집이 많고, 소제동에는 1920∼1930년대 지어진 철도관사촌이 있다. 모두 오래된 풍경을 간직한 곳으로, 가을과 잘 어울린다.

     

    충남 서천에는 1930년대 건립된 미곡 창고가 지역민과 여행자를 위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 서천군 문화예술창작공간이 있다. 2014년 등록문화재 591호(서천 구 장항미곡창고)로 지정된 이곳은 전시와 공연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공간과 카페를 갖췄다. 문화예술창작공간 뒤쪽에는 장항 6080 음식 골목길과 서천군에서 유일한 개봉관인 기벌포영화관이 있다.

     

    산허리를 이어주는 산복도로는 부산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산복도로 중 하나인 망양로를
    따라가다 보면 눈이 시린 부산의 풍광과 지붕 없는 미술관인 감천문화마을을 만날 수 있다.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 송도해상케이블카도 놓치면 안 된다.

     

    마산 창동은 한때 경남에서 가장 번성한 곳이었다. 2000년대 들어 급격히 몰락한 창동은 2011년 도시 재생 사업이 시작되면서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이 빈 점포를 공방과 아틀리에로 꾸몄고, 젊은이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인천 중구 송월동은 개항 당시 독일인이 주로 거주한 부촌이었다. 그러다 1970년대 들어 조금씩 쇠락의 길을 걸었다. 젊은 사람들이 새롭게 개발되는 인천 주변 도시와 서울로 떠난 탓이다. 낡은 건물과 노인만 남은 송월동에 중구청의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2013년 시작된 주거 환경 개선 사업은 2년 남짓한 기간 송월동을 동화마을로 바꿔놓았다.

     

    신시가지를 개발하면서 활기를 잃어가던 충주 원도심에도 최근 새바람이 분다. 성내·충인동과 성서동 일대를 중심으로 원도심 부활을 꾀하는 움직임 때문이다. 지난 9월8일 개관한 관아골 청년몰 '청춘대로'가 그 신호탄이다. 저마다 개성을 살린 20여 점포가 입점했다. 성내동과 성서동 젊음의 거리 일대 빈 점포에는 청년가게가 차례로 들어설 예정이다.

     

    광주 동구 동명동은 숲길과 오붓한 골목, 카페거리가 공존하는 동네다. 마을을 에워싼 푸른 숲길,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카페와 책방, 근현대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추억의 골목이 어우러진다. 동명동 카페거리에는 서울의 경리단길에 빗대 '동리단길'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영주 후생시장은 1955년 곡물 시장으로 처음 문을 열었고, 나중에는 전국 단위 고추 시장으로 이름을 떨쳤다. 그러다 영주역이 이전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으며, 2014년부터 진행한 도시 재생 사업으로 부활했다.

     

  • ▲ 황남관 한옥호텔 전경. ⓒ여기어때
    ▲ 황남관 한옥호텔 전경. ⓒ여기어때

     

    단순 휴식을 넘어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고 싶어하는 이들을 만족시킬 여행지도 있다. 인천 강화 스파인카라반, 경주 황남관 한옥호텔, 강원 평창 정강원, 서울 종로 보눔 1957&호텔 등이 대표적이다.

     

    인천 강화에 위치한 스파인카라반 캠핑장은 멀리 푸른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조망과 함께 전객실에 로맨틱한 스파가 완비됐다. 카라반(이동식 주택) 내에는 개별 실내 바베큐 장까지 있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차량으로 20분 거리 내에는 소리체험박물관, 동막해변, 프로방스 등이 있고, 캠핑장에서는 석고방향제 만들기, 공룡미니어처 만들기, 별자리목걸이 만들기, 불빛축제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경주 황남관 한옥호텔은 첨성대 도보 10분, 천마총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한옥형 특급호텔이다. 황남관 한옥마을은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한옥체함마을로, '천년고도 신라의 도시' 경주의 랜드마크다. 따스한 한옥과 향긋한 소나무향이 정겹고, 넓은 마당과 푸근한 객실은 몸과 마을을 따뜻하게 만든다. 객실 내 화장실과 샤워실이 완비돼 있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다. 숙소 인근에 석빙고, 인왕동고분군, 내물왕릉, 대릉원 등 경주 주요 유적지가 모여 있다. 황남관 호텔에서 자체적으로 한복입기와 널뛰기, 투호놀이, 제기차기, 곤장치기, 맷돌돌리기, 점보 윷놀이 등 야외 전통놀이, 바둑, 장기, 윷놀이 등 실내 전통 체험을 운영한다.

     

    강원 평창 용평면에 위치한 정강원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한옥형 특급호텔이다. 한국 전통음식 문화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허브나라와 대관령양떼목장은 차량으로 20~30분 안에 접근 가능하다. 부대시설로는 한식당, 음식박물관, 한복체험관, 조리실습실, 장독대, 석빙고, 비즈니스 센터, 탁구·당구대, 노래방이 있다.

     

    보눔 1957&호텔은 북촌한옥마을에 위치해 고즈넉한 느낌이다. 인사동-경복궁-창덕궁을 투어하며 한국 전통 문화체험, 갤러리 투어를 하기 좋다.

     

    숙박 O2O 서비스 '여기어때' 관계자는 "국민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여행이 일상화되다 보니, 단순 휴식을 목표로 하는 여행보다 좀 더 다양한 체험을 통해 추억을 쌓거나 체험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이에 숙소들도 자체적으로 체험 프로그램이나 놀이 프로그램, 액티비티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