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30년차' 14개 단지, 15만명 수준으로 재건축 계획"대단위·서울 3대 학군·개발호재 등 기대감 높아져"전체 사업 단계 중 극초반… 시기상조 주장도
  • ▲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 전경. ⓒ양천구청
    ▲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단지 전경. ⓒ양천구청


    서른 살이 된 목동이 15만명 규모 '미니신도시'급으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하자 일대가 들썩이고 있다. 서울시내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규모인데다 3대 학군으로 꼽히는 만큼 기대감이 높은 것이다. 다만 재건축 사업의 본궤도에 오르기까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양천구는 주민설명회를 통해 목동 일대 정비계획안을 발표했다.

    이번 지구단위계획은 양천구 목동서로 38~목동동로 10까지 이어지는 목동 중심지구(71만㎡), 목동신사가지 아파트지구·기타 지역(365만㎡) 등을 대상으로 짜였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목동신시가지 1~3단지 종 상향 문제를 서울시와 적극 협의하고 있다"며 "이 일대가 종 상향된다는 가장 하에 지구단위계획 용역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동신시가지 1~14단지는 1985년에서 1988년 지어졌다. 이 가운데 먼저 지어진 1~7단지가 지난해 재건축 연한(30년)을 채웠고, 8~14단지는 올해 입주 30년 차를 넘긴다.

    양천구는 기존 2종 일반주거지로 분류된 1~3단지를 종 상향해 14개 단지 모두 3종 일반주거지로 재건축한다는 계획이다. 2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최고 12층 이하·용적률 200% 이하를 적용받지만, 3종 일반주거지역은 용적률 250%까지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설명회에서 공개된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현재 2만6000여가구에 달하는 목동 아파트촌은 재건축 이하 5만3375가구로 탈바꿈한다. 아파트는 저층, 중층, 고층이 적절히 어우러지게 해 입체적인 스카이라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재건축을 마치면 현 12만여명이 거주하는 목동 인구는 15만명을 웃도는 수준으로 늘어난다.

    녹지도 21% 이상 확대된다. 단지 내에 연남동 경의선숲길과 비슷한 공원을 만들어 개방감을 높이고 걷고 싶은 길로 조성될 예정이다. 국회대로 지하차도, 상부 공원화 사업 등을 연계한 긴 녹지축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목동 지역과 안양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보행도로·연결 데크 등을 설치하고 수변공간 인근으로 다양한 커뮤니티시설도 배치하기로 했다.

    신정섭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차장은 "이번에 공개된 지구단위계획은 서울에서 좀처럼 나오기 힘든 대규모 사업"이라며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뿐만 아니라 양천구 일대의 가치 상승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소식이 전해지면서 양천구 아파트값은 크게 상승했다.

    부동산114 시세 조사 결과 지구단위계획 발표(12월6일) 이후 서울 양천구 매매 시세는 12월8일 ㎡당 662만원에서 △15일 665만원(+0.453%) △22일 668만원(+0.451%) △29일 672만원(+0.59%) 순으로 지속 상승했다. 이 기간 양천구의 누적 상승률은 1.05%로, 같은 기간 서울시 시세 상승률 0.61%를 크게 상회한다.

    특히 목동의 경우 12월 말 기준 3.3㎡당 시세가 2673만원으로, 지난해 말 2422만원에 비해 250만원가량 증가했다. 84㎡ 기준으로 1년새 6300만원이 뛴 셈이다. 이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시세는 3.3㎡당 1930만원에서 2151만원으로, 221만원 올랐으며 84㎡ 기준으로는 5600만원 상승했다.

    거래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양천구 아파트 거래량은 400건으로, 서울시내 25개구 중 네 번째로 많았다. 특히 10월 162건에서 11월 373건 등의 순으로 크게 증가했다. 10월대비 12월 증감률 기준으로는 강남구 16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146%를 기록했다.

    목동 A공인 대표는 "거래가 가능한 매물은 이미 소진됐고, 최근에는 재건축 사업 기대감이 커지면서 집주인들도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면서도 "매물을 찾는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호가가 높은 일부 매물이 거래되면서 목동신시가지 매매가가 상향 조정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정동 B공인 관계자는 "신시가지 아파트값이 전체적으로 오르긴 했지만, 이 중에도 중소형 평형이 많은 7·11·12단지 투자문의가 늘었다"며 "특히 대지지분율이 높은 7단지의 경우 27평형(전용 66㎡)만 최소 3건 이상 거래될 만큼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목동 재건축이 관심을 모으는 데에는 목동의 입지 조건이 한 몫한다는 평이다. 대치동·중계동과 함께 서울 3대 학군인 목동은 우수한 교육 여건으로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또 대규모 녹지가 조성돼 있어 쾌적한 환경도 좋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지하철 5호선 목동역·오목교역·신정역, 2호선 신정네거리역·양천구역역 등을 지난다. 학군과 교통, 주거환경이 모두 뛰어난 셈이다.

    투자자들은 이들 단지 대부분이 대지지분이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지지분은 아파트 소유주가 가진 실제 땅의 가치다. 목동신시가지 단지는 대부분 최고 15층 이상 중층 또는 20층 고층 단지인데도 대지면적이 공급면적의 80%를 넘는다. 용적률도 120% 안팎으로 낮은 편이다. 재건축을 통해 용적률을 300%까지 올리면 그만큼 사업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여기에 신정차량기지 이전, 경전철 추진 등 개발호재까지 더해지면서 재건축 완료 후에는 목동이 서울 서부권역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강남 재건축이 탄력을 받으면서 목동 재건축도 주목받고 있고, 자율형사립고 폐지 등 전통 명문학군에 대한 선호도가 다시 커지고 있다"며 "목동의 경우 강남에 비해 그간 가격 상승도 크지 않아 저평가 돼 있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아직 목동 재건축이 본격화됐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나온다.

    목동 C공인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이 공개됐지만, 정식 발표까지는 시일이 많이 남았다"며 "게다가 지구단위계획 자체가 재건축 사업 전체 일정에서 초기 단계여서 기대감을 갖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양천구의 지구단위계획이 통과되기까지도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서울시가 목동신시가지 재건축 등 관리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지구단위계획을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밖에 양천구는 1~3단지를 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 상향해 일대 14개 대단지를 동시에 재건축한다는 방침이지만, 시가 이를 허용할 지 역시 미지수다. 시는 이미 지난해 6월 제1차 서울시·양천구 합동보고회 이후 9월 양천구에 지구단위계획을 재검토·보완하라는 답변을 내기도 했다.

    양천구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목동은 목동신시가지아파트를, 서울시는 목동 택지지구 전반에 초점을 맞추면서 의견 차가 발생하고 있다"며 "원활한 협의를 통해 해년 하반기까지 목동 지구단위계획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때문에 조합 설립 등과 같은 움직임이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는 "목동은 우수한 학군을 바탕으로 수요가 탄탄하기 때문에 늘 인기 있는 지역"이라며 "투자적 측면에서도 강남의 경우 정점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시세차익은 목동이 더 클 가능성도 있다. 강남 외 지역에서는 목동이 가장 유망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어느 단지든 재건축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여기에 목동은 강남구 개포지구에 비해 비교적 튼튼하게 지어졌다. 다시 말해 안전진단 통과 등 재건축에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