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전형 지원자 대상 1차 후보 20~30명 선정1‧2차 면접 후 6월 임시 주주총회서 사장확정해외사업·사내분위기·재매각… 짊어질 짐 '가득'
  • ▲ 서울 종로구 소재 대우건설 본사. ⓒ뉴데일리 DB
    ▲ 서울 종로구 소재 대우건설 본사. ⓒ뉴데일리 DB


    9개월가량 공석이었던 대우건설 신임사장 선임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해외 악성 프로젝트로 '임원진 물갈이'가 됐던 만큼 해외사업에 능통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재매각을 염두에 둔 사업정상화도 이뤄내야 하는 중책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35명의 후보자가 등록하면서 예상 외로 흥행에 성공했다. '독이 든 성배'를 누가 들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까닭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가 최근 사장 후보자 공모접수를 마감한 결과 총 35명의 후보자가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1일 KDB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새 수장을 뽑겠다고 밝힌 이후 본격적인 옥석가리기 작업이 시작됐다.

    사외이사 2명·산업은행 관계자 2명·외부 대학교수 1명 등으로 구성된 사추위는 서류전형 지원자를 대상으로 1차 후보군 20~30명을 추려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2차 면접 등을 거쳐 다음 달 회의를 통해 후보를 확정한 뒤 6월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사장을 확정할 예정이다.

    사추위는 신임 사장 자격 요건으로 ▲국내 및 해외건설 분야에 대한 충분한 경험 및 전문성 ▲건설업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통찰력 ▲대형건설사 내부 사정에 능통해 대규모 조직 및 인력을 성공적으로 관리한 경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역량과 경험 등을 제시했다.

    지원서류 중 '향후 경영계획' 항목에는 ▲경영자로서의 회사 운영계획(조직·인사·사업관리·조직문화 개선·중장기 로드맵 등) ▲기업가치 제고 방안(신성장동력 등) 및 주주이익 극대화 방안(주가 부양 등) 실행계획을 연차순으로 기술해야 한다.

    특히 이례적으로 도덕성 및 윤리성이 검증되고 '대규모 부실책임 유무 등에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요건을 두기도 했다.

    이는 연초 모로코 사피발전소 사업부실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하는 등 대우건설 매각이 무산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나 이 과정에서 지난달 본부장급 임원 6명이 교체되면서 회사 분위기마저 좋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신임 사장은 회사 분위기를 추스르는 한편, 해외사업을 점검하고 회사 재매각 절차도 진행해야 해 책임감이 막중하다. 대우건설 사장직은 지난해 8월 박창민 전 사장이 국정농단 사태 때 최순실에 의해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어 사퇴한 뒤 9개월가량 공석이다.

    무엇보다 해외 악성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과 원가 통제 능력이 검증된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로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해외 매출 비중은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더니 급기야 지난해에는 5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대우건설의 별도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2012년 42.0%에서 △2013년 34.5% △2014년 32.0% △2015년 31.4% △2016년 30.4% △2017년 21.3% 등으로 줄어들었다.

    산은은 또 새 사장 선임 후 2~3년간 대우건설의 경영정상화 과정을 거친 뒤 재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사업과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사업보고서를 보면 대우건설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272%로 전년 365%에 비해 92.8% 감소했다. 이는 시공능력평가 상위 30위권 주요 건설사 중 세 번째로 높은 개선세다. 하지만 부채비율 자체는 이들 평균 145%를 크게 웃돈다.

    차입금의존도도 마찬가지다. 차입금이 23.5% 감소하고, 자본이 9.99% 증가하면서 수치는 22.2%p 감소했지만, 의존도 자체는 5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비율 역시 불안하다. 96.1%로 전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이들 평균 126%에는 하회한다. 특히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가 전년 7472억원에서 3776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사업구조도 손 볼 필요가 있다. 전체 매출에서 60.4%를 차지하는 주택건축 부문의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토목 부문과 플랜트 부문의 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매출의 23.1%를 차지하는 플랜트의 경우 영업손실이 2989억원으로, 5년 연속 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이 기간 총 영업손실을 1조3379억원에 달한다.

    토목 부문도 마찬가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3%에 불과하지만, 3년 연속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2015년 881억원, 2016년 3535억원, 2017년 2648억원 등이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우려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대우건설의 수주잔액은 30조원 규모로 전년 34조원에서 12.9% 감소했다. 이 기간 대형건설 11개사는 평균 4.06% 감소하는데 그쳤다. 개발사업 등을 위한 보유용지 상황 역시 다르지 않다. 수치가 공개되지 않은 포스코건설을 제외한 10개사는 평균 43.1% 증가한 가운데 대우건설은 60.4% 줄어들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에 선임될 사장은 해외손실 해소와 신규 프로젝트 수주, 신성장동력 발굴, 주가 회복 등에 대해 책임이 중대하다"며 "뿐만 아니라 내부분위기도 아우르면서 혁신도 꾀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사장 인선이 예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대우건설에 주택사업, 경영부문 등에서 잔뼈가 굵은 내부 인사가 우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산은이 헤드헌팅 업체를 통한 후보 인선 작업도 병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후보진이 예상을 뒤집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산은은 매각 무산 이후 임원진 면담을 거쳐 지난달 본부장급(전무) 임원 총 12명 중 절반인 6명을 경질하는 등 대대적인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사업총괄직은 아예 폐지하고 토목사업본부장·인사경영지원본부장·조달본부장·기업연구원장·품질안전실장을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사장 후보로 유력했던 이훈복 사업총괄본부장도 아웃됐다. 현재 대우건설에 남아 있는 본부장급(전무) 인사는 총 6명으로 ▲김창환 주택건축사업본부장 ▲김상렬 전략기획본부장 ▲조승일 플랜트사업본부장 ▲조인환 재무관리본부장 ▲백정완 리스크관리본부장 ▲조성진 감사실장 등이 있다.

    현 임원진 가운데 사장승진이 이뤄진다면 김창환 본부장이 차기사장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된다. 주택건축사업을 전담하고 있어 내부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드보이' 가운데는 박영식 전 사장·박의승 전 부사장·소경용 전 경영지원본부장·이경섭 전 주택영업본부장·조응수 전 플랜트사업본부장·강우신 전 대우건설 해외사업본부장(부사장) 등 전직 임원들 중에서도 박창민 전 대우건설 사장과 경쟁을 펼쳤던 인물들이 주로 거론된다.

    앞서 박창민 전 사장(현대산업개발 출신)·송문선 현 대표이사(산은 출신)을 제외하고는 역대 사장들이 모두 '대우맨'이었던 점에서 가능성이 점쳐진다. 대우건설 출신으로 금호산업 사장을 지낸 뒤 현재 한양 사장을 맡고 있는 원일우 대표도 사장 선임 때마다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대우건설 전직임원이 대표이사로 컴백할 수 있다는 소문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회사 내부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업무능력까지 두루 갖춘 이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은이 헤드헌팅 업체를 통한 후보 인선 작업도 병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부의 새로운 인물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향후 대우건설의 재매각 추진을 고려한다면 내부보다는 외부에서 신임 사장을 찾는 게 적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이동걸 산은 회장이 산은 출신에는 '부정적 의견'을 밝힌 바 있어 금융권은 제외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거론되는 외부 인사로는 GS건설에서 플랜트총괄(CGO)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우상룡 전 고문이 도전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우 전 고문은 문재인 대통령과 경남중·경남고 동기여서 '코드인사'로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또 GS건설 플랜트 사업 부실화에 대한 책임도 있어 부담이다.

    현대건설에서 영업관리 부사장을 지낸 김선규 전 대한주택보증(현 주택도시보증공사, HUG) 사장도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동문이라는 인연으로 유력후보로 거론된다. 이밖에 현동호 전 대우조선해양건설 사장·이원익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등도 입에 오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택과 경영 부문 전·현직 임원을 중심으로 발탁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의외의 외부인사가 깜짝 등장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산은도 경영 쇄신을 중점으로 두는 만큼 능력 검증 문제가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깜깜이 인선'에 대한 논란도 있다.  현재 사추위는 위원명단이나 회의장소 등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 측은 "사장 추천을 둘러싸고 각종 오해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앞서 산은의 '낙하산 인사' 등 전례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대우건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신임 사장 선임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노조 측은 산은에 "연 매출 10조원에 걸맞는 경영능력이 있고, 건설산업에 대한 전문성도 갖춰야 하며 직원들과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인물을 선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박창민 전 사장 선임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선임 과정에 대한 뒷말이 무성했다"며 "이번에도 사추위에서 명단 등에 대해 일절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어 또 다시 '낙하산 인사', '코드 인사'에 대한 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