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엔 한도 없는 특별성과급, 휴대폰 가전엔 600만원 자사주에 그쳐동행노조 하루 새 9000명가량 가입, 반대표 결집 움직임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직원도 상대적 박탈감에 불만 폭발전영현 담화에도 노노갈등·교섭대표성 논란은 여전히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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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노사의 총파업 위기는 가까스로 멈췄지만 내부 갈등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파업 직전 마련된 잠정합의안이 반도체 DS부문 메모리 사업부의 성과급을 대폭 강화하는 구조로 짜이면서 스마트폰·TV·가전 등을 맡는 DX부문을 중심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부문에서도 배분 기준을 둘러싼 불만이 나오면서 총파업을 피한 뒤 삼성 내부 균열이 폭발하는 조짐이다.

    불만은 조합원 이동과 합의안 반대표 결집으로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 내 제3노조인 동행노조에는 21일 하루에만 9000명가량이 가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5월 22일부터 시작되는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앞두고 DX 직원들이 부결표를 모으기 위해 결집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도 임직원 담화문을 통해 진화에 나섰다. 전 부문장은 장기간 협상 과정에서도 임직원들이 각자 자리에서 업무를 이어온 점을 언급하며, 이번 잠정합의를 계기로 갈등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힘을 모으자고 당부했다. 조합원 의사 확인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회사와 구성원의 미래를 위해 뜻을 모아달라는 메시지도 냈다. 다만 통합 메시지에도 성과급 배분을 둘러싼 내부 온도차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DS 특별성과급, DX 기존 상한 … 보상 격차가 갈등 키웠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0일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핵심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별도로 DS부문에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한 것이다. DS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노사가 합의한 사업 성과를 기준으로 산정하고, 지급률 상한을 두지 않는 구조다.

    반면 DX부문은 기존 OPI 체계가 유지된다. OPI는 연봉의 50% 상한이 적용된다. 여기에 DX부문은 타결금 성격으로 60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받게 된다. DS부문에는 한도 없는 특별성과급이 열렸지만 DX부문은 기존 상한 안에 머무르는 셈이다.

    성과급 배분 기준을 놓고 삼성전자 내부의 오래된 균열도 동시에 드러났다. 반도체 업황이 부진할 때는 모바일·가전이 벌어들인 이익이 회사 전체를 떠받쳤고, 이 재원이 반도체 투자와 연구개발을 뒷받침했다는 인식이 DX 내부에 강하다. 그런데 반도체 호황이 오자 DS부문에만 별도 성과급이 신설되면서 ‘원 삼성’의 성과 공유 원칙이 흔들렸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내부에서는 같은 회사 안에서 보상 격차가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메모리사업부는 DS부문 특별성과급과 OPI를 합쳐 최대 6억30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DX부문은 연봉1억원 기준 OPI 최대치가 5000만원 수준이고, 600만원 규모 자사주를 더하더라도 DS와의 격차가 크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내부 기류도 단순하지 않다. 일부 파운드리 임직원들은 합의안상 적자 사업부가 2027년분부터 부문 공통 지급률의 60%만 받고, 반도체연구소 등 공통조직도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으로 제한되는 구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는 공통 재원 배분 효과를 받더라도 내년부터는 적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파운드리 설비가 메모리 제품 생산에도 활용되는 등 DS 내부 인프라와 시너지를 완전히 분리하기 어려운데, 보상 단계에서만 단순 회계상 적자를 이유로 페널티를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 ▲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0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행노조 가입 급증 … 합의안 가결 앞둔 새 변수

    DX 직원들의 불만도 단순히 600만원 지급액에만 맞춰져 있지 않다. 일부 DX 직원들은 잠정합의 과정에서 고정시간외 근무, 장기근속휴가, 복지포인트 등 DX 관련 요구가 협상 테이블에서 사실상 빠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잠정합의안이 DX의 소외감과 비메모리 사업부의 배분 불만을 동시에 자극한 셈이다.

    동행노조 조합원 수는 21일 오후 2시 기준 1만117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2260명 수준에서 잠정합의안 발표 이후 5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21일 하루에만 9000명가량이 가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동행노조는 이날 오후2시 전 가입하면 잠정합의안 표결에 참여할 수 있다는 내용을 안내했다.

    제2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 수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19일 오전 9시 기준 1만5123명까지 줄었다가 잠정합의안 발표 전후로 다시 늘어 21일 오후 1시 기준 1만6286명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과반노조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지난달 7만6000명 수준까지 늘었지만 21일 오후 2시 기준 7만850명으로 줄었다.

    DX부문의 반발은 법적 대응으로도 번졌다. DX부문 조합원들로 구성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는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단체교섭 중단 가처분을 제기했다. 이들은 교섭 요구안이 전체 조합원의 충분한 의사 수렴 없이 마련됐고, DS 중심 요구가 DX와 CSS팀 등 일부 조합원을 배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 잠정합의는 총파업이라는 급한 불을 껐지만 내부 갈등까지 봉합하지는 못했다. DS부문 조합원 수가 많아 합의안 가결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DX의 조직적 반발과 DS 내부 온도차는 합의 이후에도 남을 리스크다. 

    전영현 부문장의 “다시 한마음” 메시지가 실제 조직 통합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성과급 산식이 부문 간 신뢰를 흔드는 새 불씨가 될지가 조합원 투표 이후 삼성전자의 핵심 변수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