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묵은 도로 사선제한 폐지…복합·덩어리 건축규제 단순화
  • ▲ 노후 터미널의 모습. 앞으로 터미널 등 지역 거점기반시설 용지 주변에 대한 덩어리 규제가 대폭 완화돼 쇼핑몰, 영화관 등을 설치하기가 쉬워진다.ⓒ국토교통부
    ▲ 노후 터미널의 모습. 앞으로 터미널 등 지역 거점기반시설 용지 주변에 대한 덩어리 규제가 대폭 완화돼 쇼핑몰, 영화관 등을 설치하기가 쉬워진다.ⓒ국토교통부

    이르면 연말께부터 철도역, 터미널 등 지역 기반시설 대지 주변에 대한 입지규제가 최소화돼 영화관, 쇼핑몰, 호텔 등을 짓기가 쉬워진다.


    정부, 지자체뿐만 아니라 종전 거주자나 마을 공동으로 개발제한구역에 야영장, 야구장 등을 지을 수 있게 된다.


    건축 투자 촉진을 위해 도로 사선규제가 없어지고 공개공지에 대한 용적률 혜택도 법으로 의무화된다.


    국토교통부는 3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도시·건축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 규제 중 입지규제 수는 전체 2992건의 7.1%(213건)에 불과하나 규제 체감도가 높다"며 "도시 토지이용 관련 입지 규제 17%, 건축 규제 20%의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도시 인프라부지 복합 개발 허용…토지 이용 활성화


    국토부는 우선 교통 요지나 경제활동이 집중되는 철도역, 터미널, 도서관 등 지역 기반시설에 대해 입지 규제를 최소화해 최근 들어 대세를 이루는 복합 개발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대지건물비율(건폐율), 용적률, 높이 제한은 물론 주차장 기준, 설치 가능한 건축물 제한 등 덩어리 규제를 대폭 완화하거나 배제한다.


    도시 기반시설에 추가로 설치할 수 있는 부대시설도 대폭 확대한다. 현재는 매점, 구내식당 정도만 추가 설치가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영화관, 상점, 병원, 음식점 등 다양한 편익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이를테면 도서관에 서점과 어린이집, 공연장 등이 부대시설로 들어서면 워킹맘이 퇴근 후 도서관 내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와 함께 뮤지컬을 본 후 아동도서를 사서 귀가할 수 있게 된다.


    유사한 기반시설을 추가 설치하기도 쉬워진다.


    그동안은 기반시설에 기능이 유사한 시설을 추가하려면 따로 도시계획 절차를 밟아야 했다.


    국토부는 53종 기반시설 중 목적·기능이 유사한 시설을 묶어 30~40종으로 줄일 예정이다. 운동장은 체육시설, 도서관은 문화시설, 봉인·화장시설, 공동묘지 등은 장사시설로 통합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서관에 문화시설을 추가 설치할 때 도시계획 변경절차를 생략하면 용도변경을 위한 허가기간이 현행 1년에서 2~3개월로 줄게 된다"고 부연했다.


    국토부는 인구 증가, 도시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장기 도시계획에 기반시설 설치 용지로 지정했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 등으로 오랫동안 방치된 땅을 풀어 주택, 상가 등 다른 용도로 투자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 용지로 지정된 채 10년 이상 방치된 땅이 전국에 931㎢나 있다. 서울 면적의 1.53배에 해당한다. 10년 미만의 미조성 부지까지 포함하면 1405㎢에 달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도 지방의회 권고로 10년 이상 미조성한 도시계획을 해제할 수 있지만, 이행 실적이 미미하다"며 "지자체는 지정을 해제할 경우 특혜 시비나 감사에서 지적당할 것을 우려해 소극적인 만큼 해제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자체가 예산을 고려해 집행계획을 세우고 이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부지는 해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 10년 이상 방치된 땅의 주인이 직접 해제를 신청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해제를 권하는 '국가해제권고제' 도입도 검토한다.


    교통수요가 적은 읍·면 지역은 도로 부지 의무 확보비율을 지역 실정에 맞게 조정하도록 관련 법령도 손볼 예정이다.


    개발제한구역(GB)에 캠프장, 야구장 등 실외체육시설의 설치가 허용된다.


    그동안은 국가나 지자체만 야영장, 축구장 등을 설치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마을에서 공동으로 설치하거나 GB 지정 당시 거주자가 설치할 수 있게 바뀐다.


    지자체 등이 설치하는 소규모 실내체육시설 규모도 현행 600㎡에서 800㎡로 늘린다. 앞으로는 배드민턴, 게이트볼뿐만 아니라 농구, 테니스, 볼링 종목 시설도 설치가 가능해진다.


    GB 내 공동구판장 판매 상품도 지역 농·특산물에서 생필품으로 확대하고 금융창구시설 설치도 허용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설 난립을 막고자 시·군·구별 개소 수 등 최소한의 제한은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녹지·관리지역에서는 앞으로 2년간 한시적으로 공장 증설이 쉬워진다.


    정부는 난개발을 막고자 준농림지역을 도시지역은 녹지, 비도시지역은 관리지역으로 변경하면서 건폐율을 40%에서 20%로 강화했다. 기존 공장은 사실상 시설 증설이 제한됐다.


    국토부는 앞으로 2년간 건폐율을 40%로 완화해 녹지·관리지역 지정 이전에 있던 공장의 증설을 허용할 방침이다. 다만 난개발을 막기 위해 부지를 새로 확장할 경우 건폐율 완화는 3000㎡ 또는 기존 부지 면적의 50% 이내로 제한한다. 국토부는 4000여개 기존 공장이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 ▲ 도로 사선규제로 인해 도로변 주변에 계단형 건축물이 많은 서울 서초동 빌딩 밀집지역.ⓒ국토교통부
    ▲ 도로 사선규제로 인해 도로변 주변에 계단형 건축물이 많은 서울 서초동 빌딩 밀집지역.ⓒ국토교통부


    ◇40년 묵은 도로 사선제한 폐지…복합·덩어리 건축규제 단순화


    건축분야에선 40년 묵은 도로 사선제한이 폐지된다. 도로 사선제한은 도로 옆 건물의 높이를 전면도로 폭의 1.5배 이하로 제한하는 규제다. 도심지역 개방감 확보를 목적으로 하지만, 용적률 규제로 이어져 사업성을 떨어뜨리고 계단형 건물을 양산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토부는 도시 미관은 높이 제한 등 다른 규제를 활용하고 도시 개방감이 필요하면 건물을 도로에서 일정 거리 띄우는 건축한계선을 지정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이번 조처로 용적률 10% 추가 개발이 가능해져 건축투자사업 수익률 증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웃주민과 협정을 맺고 소규모로 합동 재건축을 추진하면 건축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2~3필지를 하나의 대지로 간주해 용적률, 건폐율, 주차장 등의 기준을 완화해주면 공사비가 줄고 임대료가 높은 도로 편에 매장을 집중 배치할 수 있어 수익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지 일부를 대중에게 휴게공간으로 내놓으면 용적률을 높여주는 공개공지는 지자체가 인센티브 제공에 소극적인 경우가 있어 건축법령으로 용적률 혜택 최소 기준을 정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각종 심의제도도 단순화해 행정절차 기간을 대폭 줄인다.


    건축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 등 4개 건축심의를 통합심의로 바꾸고 법령 위반, 설계 오류 등의 문제가 아니면 재심의를 금지한다.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보통 5회 이상 심의를 받지만, 앞으로는 1회로 줄어 심의 기간이 90일에서 30일로 단축될 전망이다. 비용은 4억원 이상 절감될 것으로 국토부는 내다봤다.


    현행 7종의 건축물 인증제도도 통합·연계하고, 건축주가 원하는 인증·평가 항목을 선택해 한 번에 신청할 수 있게 개선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축 허가 때 내는 각종 서류도 단계별로 나눠 내도록 해 허가가 나지 않았을 때 신청자의 경제적 손실이 최소화되도록 할 것"이라며 "설계부터 건축 인허가까지 행정 기간을 200일에서 100일로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이번 제2차 규제 완화로 연간 5조70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장기 미조성 도로·공원용지의 조기 해제를 통해 앞으로 10년간 26조원의 투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