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해양안전심판원 조사 결과…선장, 여객대피 조치 안 해
  • ▲ 세월호 사고 당시 갑판에 있던 적재물들이 쏟아지고 있다.ⓒ연합뉴스
    ▲ 세월호 사고 당시 갑판에 있던 적재물들이 쏟아지고 있다.ⓒ연합뉴스

     

    세월호 사고가 복원성을 무시한 과다한 화물 적재와 조타수의 부적절한 조타로 일어났다고 중앙해양안전심판원(해양심판원)이 29일 공식 발표했다. 안전 운항의 기본을 지키지 않은 예견된 인재였다는 것이다.


    ◇복원력 상실에 무리한 조타로 침몰


    이날 해양심판원은 사고가 난 4월16일부터 특별조사부를 구성하고 8개월여간 사고원인을 규명해온 특별조사보고서를 공표했다. 사고조사는 선원 등 관계자 53명에 대한 면담과 진도 VTS(해상교통관제센터) 등 17곳에 대한 현장 방문, 세월호 AIS(선박자동식별시스템), 레이더 항적 및 VDR(항해기록장치) 자료 분석, 선박운항 모의시험 등을 통해 이뤄졌다.


    해양심판원은 우선 세월호가 2012년 국내 도입 후 증축 등 개조로 복원성이 현저히 약화됐고 선박검사기관이 승인한 복원성 조건보다 선박평형수는 대폭 적게 실은 대신 화물을 과다 적재한 상태에서 출항했다고 밝혔다. 화물을 적절하게 고정하지도 않아 급변침 때 복원력을 잃어버릴 수 있는 상태로 출발했다는 것이다.


    세월호는 출항 당시 6.264m인 만재흘수선(안전한 항해를 위해 물에 잠기는 적정 수위를 배 표면에 표시한 선)을 초과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화물 최대 적재 한도가 987톤임에도 1156톤이나 많은 2143톤을 실었고 반면 선박평형수는 1703톤을 실었어야 하지만, 45%쯤에 불과한 761.2톤만 적재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출항 이후 연료유 등의 사용으로 사고 당시 복원성은 더 악화했다는 게 해양심판원의 설명이다.


    해양심판원은 이런 상태에서 사고 당시 당직 조타수의 부적절한 조타로 선체가 급격하게 돌면서 배가 15~20도 왼쪽으로 기울었고 화물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복원력을 상실해 침수로 이어졌다고 판명했다.


    해양심판원 관계자는 "사고 당시 지나치게 조타각을 크게 했거나 타각을 장시간 유지해 급선회가 이뤄졌을 것"이라며 "선박 복원성이 불량할수록 원심력에 의해 선체가 크게 기울 수 있다. 선박 급선회 때 최대 경사각은 10도 이내다"고 부연했다.


    이용 해양심판원 수석조사관은 "세월호 참사는 선박의 안전 운항을 위해 지켜져야 할 기본적인 사항들이 준수되지 않아 발생했다"며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선원·선사, 관계 기관의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더 고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장 여객대피 조치 안 해…조타기 고장 없어


    해양심판원은 선장 퇴선 명령과 암초 충돌 여부 등 그동안 제기됐던 의문 사항에 대해서도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해양심판원은 선장 퇴선 명령과 관련해선 실질적인 여객대피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선장과 선원 간 진술이 엇갈리지만, 여객실 승무원에게 퇴선 명령이 전달되지 않았고 여객 대피를 위한 선원 비상배치를 지시하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들었다.


    사고 해역이 선장의 직접 지휘 의무구간인가와 관련해선 선장이 직접 지휘하거나 3등 항해사 경력을 고려할 때 배 부리는 것을 감독하는 것이 바람직했다는 판단이다. 사고 해역이 조류가 강한 맹골수도를 지나고 나서 선박이 교차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AIS 항적자료가 29초간 빠진 것에 대해선 교통량이 많은 연안에서 발생하는 전파방해나 AIS의 기계적 특성에 기인한 현상으로 봤다. 사고 당일 세월호의 AIS 신호가 수차례 끊겼고 사고 당시 인근에 있던 선박에서도 유사한 신호단락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AIS 항적자료에 세월호가 사고 당일 오전 8시49분께 3초 동안 좌우로 36도(199도→213도→191도) 지그재그 항적이 나타난 것과 관련해선 AIS 송신신호 이상으로 추정했다. 물리·유체역학적 특성상 지그재그 형태의 급선회는 불가능하고 AIS 신호를 수신기준으로 변환하면 배 방향이 191도→199도→213도로 같은 방향으로 급선회하는 게 확인되기 때문이다.


    해양심판원은 선박 충돌을 피하려고 급선회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배 방향을 바꿀 당시 3.5마일 떨어진 곳에서 북쪽으로 항해하는 어선이 있었지만, 충돌을 피하려고 급선회할 상황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조타기 고장에 대해선 선원들이 일관되게 조타기 고장 가능성을 부인하는 데다 전복 당시 조타기가 중립상태였던 점 등을 들어 고장이 없었던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일각에서 제기한 암초 등 수중물체와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 해도 분석 결과 세월호 운항항로 주변은 암초나 수심이 얕은 구간이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월호 외부에 충돌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해양심판원은 일부 승객이 사고 당일 오전 8시 이전에도 선체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배가 기우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도 선체 이상은 없었다고 봤다. AIS 항적자료와 선원 진술에 따르면 세월호가 사고 시점까지 정상적으로 항해했다는 것이다.


    ◇적재화물 관리 철저…승무원 교육도 강화해야


    해양심판원은 세월호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내항여객선에도 선박안전관리체제를 도입하고 운항관리자를 배치해야 한다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화물 고박상태를 확인하는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화물 적재 완료시간을 지키도록 관련 기준을 보완하고, 선원과 하역작업자에 대한 여객대피, 화물 고박 관련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유조선 등 위험화물운반선에 오르는 선원은 특별교육을 마쳐야 승선할 수 있지만, 카페리선박에 대한 특별교육은 없는 실정이다.


    연안항로를 오가는 대형 선박의 승무원 수를 늘리고 자격기준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선박검사 점검항목표에 화물 고박장치 항목을 신설하고 비상소집장소를 지정할 때 여객이 탈출장치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관련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는 견해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연안 VTS와 항만 VTS 간 연락체계를 정립하고 연안 VTS의 운항 여객선에 대한 집중관제도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VTS 간 유기적인 연계체제를 구축하는 중"이라며 "여객선의 선박 복원성과 관련해선 개조로 복원성 약화가 우려되는 경우 정부 허가를 받게 하는 제도를 도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