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몇몇 업체와 긴밀히 자문하며 "정부안보다 안전한 방법 있다" 거듭 주장유가족 "인양업체 내정은 말도 안 돼…정부가 의견 물으면 인양방법은 제안할 것"전문가들, 국내 단독 인양 어려워…외국 업체와 컨소시엄 구성 전망
  • ▲ 세월호 선체 외부 3차원 고해상 정밀탐사 결과.ⓒ해양수산부
    ▲ 세월호 선체 외부 3차원 고해상 정밀탐사 결과.ⓒ해양수산부


    정부가 세월호 선체 인양을 결정하면서 바로 인양업체 선정에 착수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부 국내 인양업체가 유가족에게 자문을 명목으로 막후교섭을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유가족 측은 인양업체 내정은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인양 추진과정에 참여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정부로선 유가족 의견을 전적으로 배제하기도 어려워 논란이 예상된다.


    인양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의 단독 인양은 기술적으로 어려워 국내외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가족 "정부 안보다 더 안전한 인양방법 있다"…몇몇 업체와 긴밀히 자문


    해양수산부는 2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세월호 선체 인양을 확정함에 따라 인양업체 선정 착수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해수부는 기술력과 경험이 풍부한 국내외 업체를 대상으로 기술제안서를 받은 후 평가를 거쳐 적합한 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 과정은 2개월쯤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해수부와 인양 전문가들은 지난해 해수부와 인양 자문 계약을 맺은 영국 해양구난 자문업체 TMC가 인양 입찰 제안을 진행했을 때 기술제안서를 냈던 7개 업체가 이번에도 먼저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의 타이탄, 네덜란드의 스미트, 스비처, 마오에트, 중국의 차이나샐비지 등 외국 업체 5곳과 살코, 코리아샐비지 등 국내 업체 2곳이 기술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국내 인양업체가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유가족에게 자문을 구실로 막후교섭을 벌였을 가능성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모임인 '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 관계자는 정부의 인양 결정 발표에 대해 "100% 만족은 아니어도 정부의 결정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며 "다만 인양업체가 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양방법과 인양 시기를 제시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수부가) 오늘(22일)부터 기술제안서 접수에 들어가는 것으로 아는데 선체 인양방법은 어디까지나 인양업체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해수부 세월호 선체처리 기술검토 특별조사단(TF)에서 제시한 안(해상크레인+저수심 이동+플로팅 독 투입)보다 더 안전한 방법도 얼마든지 있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선체를 들어 올려 조류가 상대적으로 약한 동거차도 인근(침몰 위치에서 북쪽으로 2.5㎞ 지점)으로 끌고 가는 게 더 위험하고 시간과 비용이 더 든다는 견해다. 유가족은 해상크레인과 플로팅 독을 조합해 선체를 인양하되 세월호를 침몰 위치에서 바로 들어 올려 플로팅 독에 싣는 안을 선호하고 있다. TF 제시안을 따르면 세월호를 3m쯤 들어 올린 뒤 우선 수심이 얕은 곳으로 선체를 옮겨야 한다. 유가족은 세월호를 들어 올린 해상크레인을 여러 대의 예인선이 동시에 끌고 가면서 무게중심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유가족 인양분과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전문가를 통해 알아본 결과 (정부 안대로) 선체 측면 93곳에 와이어를 걸어서 들어 올리면 선체 내 방들이 붕괴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유가족은 복수의 국내 인양업체로부터 선체 인양 기술에 관해 전문적인 조언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양분과 관계자는 "업체마다 인양방법은 비슷하지만, (자문한) 인양방법을 얘기해줄 순 없다"며 "국내 인양업체는 (살코, 코리아샐비지) 2곳만 있는 게 아니다. 특정 인양방식을 언급하면 해당 업체들에게 타격이 간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이 관계자는 "이들 업체 쪽에서 계속 전화가 오고 있고 (인양업체 선정에도 관심이 있어) 정부가 기술제안서를 접수하면 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유가족이 인양방식에 관해 왈가왈부할 처지는 아니지만, 정부에서 유가족을 상대로 인양 관련 설명회를 열면 (유가족이 원하는 안을) 제안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주민 세월호 유가족 법률대리인도 정부 발표에 대한 유가족 반응에 대해 "유가족은 정부가 예전처럼 자기네끼리 (인양과 관련한 내용을) 결정하지 말고 유가족이 인양방법이나 진행 절차에 직접 참여해 지켜보길 원할 것"이라며 "이에 대해 주무부처(해수부)와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유가족이 염두에 두고 있는 인양방법이 그동안 자문한 일부 국내 인양업체가 제시한 방법일 가능성이 크다며 해당 업체의 막후교섭 의혹을 제기한다. 일부 업체가 자문을 구실로 자기네 인양방식을 유가족에게 홍보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 15일 TF 기술검토안에 대해 외부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는데 대형 해상크레인을 운용하는 조선업체 관계자는 예인선을 이용해 2시간이면 동거차도 인근으로 세월호를 옮길 수 있다고 했다"며 "유가족이 이 부분에 대해 자꾸 이견을 내는 게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준권 해수부 항만국장은 20일 세월호 선체 인양 심의 요청 발표에서 "(유가족이 문제를 제기하는) 선체를 수심이 얕은 곳으로 옮기는 것은 핵심 사안이 아니다"며 "TF 제시안의 핵심은 해상크레인과 플로팅 독을 이용해 선체를 누운 상태에서 통째로 인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이에 대해 유가족 인양분과 관계자는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두고 인양방법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는 게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박 법률대리인은 "인양업체 선정 주체는 유가족이 아니고 참여한다 해도 어떤 식으로 반영될지 보장되지 않은 상태"라며 "(정부가) 유가족 의견을 듣겠다고 하면 유가족들이 (인양방식 등에 대해) 체계적으로 준비하겠지만, 유가족 의견을 수렴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외 인양업체 컨소시엄 구성 유력…지난해 인양업체 기술제안서에 TF 제시안은 없어


    정부와 인양 전문가들은 세월호를 국내 업체가 단독으로 인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TF팀장인 이규열 서울대 명예교수는 "외국 인양업체와 국내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5월 TMC에 기술제안서를 낸 업체들의 면면을 보면 각 업체는 다양한 선박 인양 경험을 갖췄다.


    미국업체 타이탄은 8247t급 컨테이너선과 6704t급 화물선 등을 인양한 경험이 있다.


    네덜란드의 스미트는 2012년 이탈리아 질리오 섬 해안에서 좌초한 콩코르디아호와 러시아 900t급 핵잠수함, 15만t급 유조선 등을 인양한 바 있다. 마오에트는 스미트와 함께 러시아 핵잠수함 등을 인양했었다.


    국내 업체인 코리아샐비지는 2012년 울산 북방파제 콘크리트 타설작업 중 침몰한 '석정 36호'를 인양했다.


    그러나 이들 업체 중 TF 검토안인 '해상크레인+저수심 이동+플로팅 독 투입' 방법을 제시한 업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3개 업체는 선체를 잠수 바지 위에 올려 크레인으로 인양하는 방식, 2개 업체는 크레인으로 인양한 뒤 반잠수 바지에 올리는 방식을 각각 제안했다. 나머지 2개 업체는 선체를 바로 세운 뒤 해저에 고정한 잭업바지로 인양하거나 선내에 에어백을 넣어 부상시킨 뒤 반잠수 바지선에 올리는 방법을 각각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