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희오페라단 '라보엠2015', 7월 3일~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서 공연
  • ▲ 마르코 발데리. ⓒ정상윤 기자
    ▲ 마르코 발데리. ⓒ정상윤 기자

     

    "라보엠 지휘만 이번이 40번째다. 할 때마다 늘 새로운 감동을 주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은 굉장히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박자와 리듬을 넘어 푸치만의 다이나믹하고 섬세한 음악적 색깔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마르코 발데리가 이번에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홍정희오페라단의 '라보엠2015'로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 막바지 공연 연습이 한창인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마르코 발데리를 직접 만났다. 

    이번 공연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작품이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푸치니가 표현하고자 했던 음악적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왜곡없이 전달하는 것이라고 마르코 발데리는 강조했다.

    발데리는 "푸치니가 라보엠을 작곡할 당시, 4막에서 미미가 죽기 직전 마지막으로 부르는 '다들 나갔나요(sono andati)'를 연주하면서 본인도 그 음악에 감동받아 울었다고 한다"면서 "이 음악은 죽기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웃으면서 사랑노래를 할 수 있는 젊은이들만의 사랑을 보여줬다"고 설명하며 옆에 있던 피아노로 자리를 옮겨 즉석에서 이 곡을 연주해 보이기도 했다.

    지난 1896년 2월 토리노의 테아트로 레조에서 초연된 라보엠은 '라 트라비아타'와 함께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오페라 작품으로 꼽힌다. 또 역사상 가장 완벽한 오페라라는 평을 들을만큼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 ▲ 마르코 발데리. ⓒ정상윤 기자

     

    마르코 발데리는 사람들이 '라보엠'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매력에 대해 '가난한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사랑'에 대한 대중들의 공감과 이해를 꼽았다.

    그는 "푸치니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난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들려줬다"면서 "아프고 슬픈 이야기지만 이를 비극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젊은이들의 사랑을 긍정적으로 그려내 더욱 큰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누구나 잊지 못하고 가슴 한 켠에 품고 있는 젊었을 때의 기억을 자극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푸치니는 미미가 죽는 장면의 대본에 '사랑하는 사람의 품 안에서 웃으며 죽는다'라고 적어놨다"면서 "죽어가면서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서 행복할 수 있는 젊은이들의 사랑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1984년부터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활동하면서 라보엠만 40번째 지휘했지만 마르코 발데리는 단 하루도 작품에 대한 공부와 연구를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

    바로 오늘 아침까지도 라보엠 악보를 공부하다 왔다는 그는 "매일 작품을 공부하면서 생각이 정리가 되고 작품을 대하는 시각도 바뀌게 된다"면서 "이번에는 처음으로 라보엠의 모든 음악과 스토리가 내 안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처음으로 전곡을 모두 외워서 지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 마르코 발데리. ⓒ정상윤 기자

     

    발데리는 "외운다는 것은 단순히 음악이나 가사만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음악적 구성과 스토리의 결합, 오페라 가수들의 동선까지도 완전히 내 안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라면서 "이번 공연은 푸치니의 섬세한 음악 색깔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전했다. 

    지난 1988년 올림픽 기념 한국 창작 오페라 ‘시집가는 날(The Wedding Day)’의 지휘를 시작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발데리는 현재까지도 꾸준히 한국에서의 작품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오고 있다.

    한국 성악가, 오케스트라와의 작업에 대해 그는 "한 사람, 한 사람 한국 음악가들의 역량은 세계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을 갖추고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 성악가들 대부분은 여리게, 약하게 불러야 할 부분에서조차 너무 소리를 크게 내는 데에만 집중하거나 가사의 뜻을 정확히 모르고 노래를 부르는 경우도 종종 있어 그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게 높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가난해도 재능있는 음악가들을 전문적으로 교육시킬 수 있는 국제적인 음악 아카데미가 있다면 한국 음악가를 세계적인 예술가로 키워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코 발데리는 마지막으로 10년 뒤 어떤 모습일 것 같냐는 물음에 "10년 후에도 음악에 사랑과 열정을 더 쏟아 붓는 지휘자로 살고 싶다"면서 "젊은 사람들에게도 잘난척을 하며 무언가를 가르치려하기 보다는 진정한 음악을 친절하게 전달해주는 친구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 ▲ 마르코 발데리. ⓒ정상윤 기자

     

    마르코 발데리는 '라보엠2015' 공연이 끝나면 마스터 클래스와 10월 대구오페라하우스 '리골레토' 공연 등 바쁜 한국 일정을 소화한 뒤 푸치니 갈라 콘서트 참석차 이태리로 떠난다. 또 오랜 동료이자 한양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인 바리톤 고성현의 크로스오버 음반에 반주자로 참여해 음반 발매를 앞두고 있다.

    마르코 발데리는 지휘 거장인 클라우디오 아바도, 리카르도 샤이,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주빈 메타, 리카르도 무티 등과 함께 유럽의 주요 극장에서 지휘자로 활동했다. 또한 세계 3대 테너로 불리는 플라시도 도밍고,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와 수 차례 공연을 함께 하며 세계적인 지휘자 반열에 올랐다. 

    홍정희오페라단의 '라보엠2015'는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미미 역은 소프라노 김영미, 박혜진, 박상희, 루돌프 역은 테너 나승서, 양인준, 지명훈, 무제따 역은 소프라노 정재연, 남상임, 정유미, 마르첼로 역은 바리톤 최진학, 김지욱, 조현일, 꼴리네 역은 베이스 이준석, 박광우, 쇼나르드 역은 바리톤 오유석, 전병곤, 서동희, 베누아·알친도로 역은 김준빈, 빠삐뇰 역은 석상광, 신현철 등 실력파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한다. 또 서울 콘서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위너 오페라 합창단이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