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낡은 경유차 운행 제한 서울만 '반쪽' 확대>환경단체 "신규 건설 9기 취소해야"
  • ▲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연 가운데 출근길 버스들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연합뉴스
    ▲ 미세먼지로 하늘이 뿌연 가운데 출근길 버스들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진통 끝에 내놓은 미세먼지 종합대책이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세먼지와 관련해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지만, 기존 대책을 재탕, 삼탕 하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정부는 3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미세먼지 특별대책 관련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경유차와 석탄화력발전소 감축을 뼈대로 하는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문제는 경유차 감축이나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 확대 등을 특단의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환경단체는 생색내기 수준에 그쳤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대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초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오염원인 질소산화물(NOx) 저감 대책을 구체적으로 내놓지 못했다. 대형 화물차를 대상으로 미세먼지·NOx 동시 저감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발표가 전부다. 기존 경유차는 저감장치 부착 등의 지원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세걸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매연저감장치(DPF)를 설치하는 것으로 미세먼지(매연)를 줄일 수는 있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초미세먼지를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NOx를 어쩌지는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처장은 "정부는 2017년 9월까지 3.5톤 미만 화물차에 적용할 주행 중 NOx 배출기준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기준을 마련한 이후 신차로 등록하는 차량에 적용하므로 현재 등록돼 있는 화물차는 적용받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며 "2005년 이전 경유차는 구조적으로 매연저감장치(DPF)를 장착할 수도 없어 (대형 화물차에 대해서도) 조기 폐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현재 화물차는 전체 경유차 884만대의 38.2%인 322만대를 차지한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대형 화물차는 저감사업을, 중·소형 화물차는 조기 폐차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낡은 경유차의 수도권 운행을 제한하는 '환경지역'(LEZ) 확대도 새로울 게 없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지난 2012년부터 제도를 시행해 총 888건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 사무처장은 "서울만 LEZ를 확대해봐야 소용이 없다"며 "인천과 경기도 동참해야 하지만, 인천은 위반 차량을 단속할 폐쇄회로(CC)TV 등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고 경기는 관련 조례조차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LEZ 확대는 지난해 환경부가 공청회도 여는 등 그동안 준비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지만, 환경부가 정책 조정력을 상실하면서 서울만 시행하는 반쪽짜리가 됐다"고 부연했다.

    석탄화력발전소 감축은 조삼모사식의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전국의 낡은 석탄화력발전소 10기에 대해 폐쇄나 연료 전환 등을 조처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내 석탄화력발전소는 총 53기로 이 중 40년이 지난 것은 호남 1·2호기와 영동 1호기 등 3기다. 가동된 지 30년이 넘은 것은 11기다. 40년이 지난 3기는 폐지하고 나머지는 액화천연가스(LNG) 설비로 바꾸는 방안이 유력하다.

    문제는 석탄화력발전소의 수명이 30~40년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폐지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수명이 다해 폐기 절차를 밟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영동기 폐쇄는 대한석탄공사 폐업과도 무관지 않다는 의견이다.

    이들 발전소는 발전용량도 적고 위치도 오염이 심각한 곳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

    손민우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호남기와 영동기의 발전설비 용량은 625㎿로 전체 발전량의 2.3%밖에 되지 않아 폐쇄로 인한 대기오염 개선 효과는 미미하다"며 "반면 현재 건설하거나 증설 계획인 20기의 석탄발전소 설비 용량은 현재 운전 중인 석탄발전소의 68% 수준에 달해 몇 기의 낡은 발전소 폐쇄보다 석탄발전소의 증설 계획 취소가 더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감사원도 지적했듯이 수도권에 영향을 끼치는 석탄화력발전소는 충남지역에 절반 가까이 몰려 있는데 정부 대책은 남해와 강원도에 있는 발전소를 대상으로 한다"고 덧붙였다.